화장실에 나타난 왕파리를 처형했다.
화장실에 앉아있는데 귀에 엄청난 굉음이 울렸다. 이 소리는 분명 말벌의 그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안 그래도 개랑 산책하는데 슬슬 나무에서 떨어지기 시작한 매미 놈들 때문에, 이미 PTSD 레벨이 적립되어 있는 상황이었고, 나는 정말 화들짝 놀라서 어으! 하면서 몸을 움찔했다.
(사진은 매미 때문에 빨리 철수하기 전, 싱글벙글하며 찍었던 낭만 넘치는 여름밤 산책 사진)
알고 보니 왕파리였다.
건방진 놈이 화장실에 앉아있는 내 귀를 두 번이나 스치고 지나갔다. 진짜 이해가 안 되는 생명체이다. 어째 저런 게 지구에 탄생했을까?
우리 집은 주택 1층. 각종 벌레들이 많이 등장하고, 벌레들은 죄다 크다. 심지어 모기는 청바지를 뚫고 모기를 물어재끼는 정도이다.
벌레 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하루하루가 정글 서바이벌이 따로 없는데, 왕파리를 이번 달에만 두 번이나 봤는 데다가 매미 때문에 이미 놀란 가슴 상태였기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벌레 공포증이 있는 사람답게 집에는 에프킬라 두 개, 홈매트 하나, 전기 파리채 하나, 그냥 파리채 6개, 벌레 집게가 하나 구비되어 있다. 그중 나는 화장실에 배치해 둔 파리채를 들어 올렸다.
소리와 함께 파리는 화장실 벽에서 죽어버렸고 벽에 들러붙었다. 불로 지져버리고 싶었으나, 사체를 거둘 용기가 나지 않았고 일단 그냥 두었다. 집에 손님이 오면 (남자친구, 남동생 등) 치워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화장실 들어갈 때마다 벽에 붙어 죽어있는 파리를 보고 움찔움찔 놀라게 된다는 것이었다.
(혐짤이라 그림으로 대체) (아이패드로 그림)
그러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 저렇게 벽에 본보기로 파리 사체가 방치되어 있는 걸 다른 벌레들도 봤던 걸까? 이쯤 되면 그리마 하나랑 공벌레 다수가 출현해야 할 쿨타임인데, 등장하지 않는다. 다들 저 파리 사체를 보고 겁에 질려 어딘가로 사라졌음이 분명하다. (물론 내가 치우기 싫어서 그냥 두는 것도 있음)
벌레는 정말 싫다······.
벌레를 무서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만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