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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아 Sep 07. 2017

#14. 착한 먹거리를 찾아서

첫번째 이야기. 음식이 당신의 건강을 어떻게 위협하는가

    이번 <착한 먹거리를 찾아서> 편은 최근 내가 관심을 갖게된 <음식>과 관련한 이야기다. 이 글을 읽어 내려가다보면 충격과 공포 또는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느낄 수도 있다. 바로 내가 그랬으니깐. 이번 주제는 총 3편으로 구성될 예정이고 담아야 할 내용이 많아 글 분량도 길어질 것 같다. 글이 모두 발행되면 국가정책제안 플랫폼인 [광화문1번가] 정책으로 제안해볼 예정이다. 참고로 나는 사회운동가가 전혀 아니고 - 점점 그렇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시민이다. 그 정도로 최근 알게된 이야기들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여러분들께 피력하고 싶다.




Intro; 병에 걸려야 비로소 알게되는 음식의 비밀.


   <음식이라는 판도라 상자>를 열게된 계기는 내가 가진 종양 때문이었다. 가슴에 혹이 생기는 성질이 있어 벌써 세 번이나 '맘모톰'이라는 종양제거수술을 받았다. 남성분들은 '수술'이라고 하니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여성들한테는 꽤 흔한 증세다. 다행히 요즘은 바늘과 같은 형태의 기구를 사용해 흉터가 크게 남지않게 혹을 제거하는 기술을 사용하지만, 매번 차가운 수술대에서 가슴에 대형바늘을 꽂은 채 혹을 갈아내고 빼내는 작업을 부분마취한 맨정신으로 체험하는 것이 유쾌하지는 않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떼어냈던 혹들은 모두 양성종양들로 암세포와 같이 다른 세포로 전이되지 않는 나름 착한(?) 혹들이었지만 종양이 계속 커지게되면 암과 같은 악성종양으로 변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6개월마다 초음파검사를 받고 2cm가 넘어가는 큰 혹들을 몇 년마다 한꺼번에 제거하는 일을 치뤄내기란 여간 수고롭고 괴로운 일이 아니다. 수술 때마다 들어간 내 몫돈들은 그 참혹함을 한껏 배가시켰다.

   도대체 혹들이 왜 생기는 것인지, 어떤 근본 원인이 있는지, 수술없이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매번 수술 때마다 의사선생님께 물어보지만 그분의 대답은 항상 '체질상 혹이 잘 생기는 타입이 있다' 혹은 '호르몬이 왕성한 2030대까지는 혹이 잘 생기는데 나이가 들면 혹이 안 생길 수도 있다'는 정도의 확신없는 '소견'만을 전해주시는 것이었다. 하루는 나의 답답한 마음을 표정으로 읽으셨는지 '빨간 고기와 술을 먹지말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정확히는 잘 모른단다. 전문가가 모르는데 과연 누가 이 병의 근본 원인과 해결책을 알고 있을까. 암튼 의사 선생님은 내 병의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일단 생긴 혹을 제거하는 기술은 이 업계에서 탁월하신 분이셨다. 그렇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빨간고기와 술을 먹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수술하고 몇 달 동안은. 어리석게도 난 수술의 고통을 망각한 채 평소 먹고 살았던 습관대로, 내가 좋아하고 맛있는 그 음식들을 내 몸에 허락했다. 먹지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정확히 모르기에 크게 경각심이 들지 않았던 것이 핑계라면 핑계였다. 그렇게 나는 지금도 2-3개 정도의 크고 작은 혹들과 함께 오손도손(?) 살아가는 중이다.





1. 우유, 과연 마셔야할까요?


   일주일 전 <우유가 유방암 발생율을 높인다>는 주장과 관련한 다큐멘터리, 관련 연구자료 및 기사들을 읽어나가면서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아니 빨간고기와 술만 조심하라더니 이제는 우유라니. (털석) 30년 평생을 우유와 함께 살았던 내가 아닌가 - 그렇기에 배신감은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우유와 같은 유제품이 가슴에 혹을 끊임없이 생성하고 자라게 했던 걸까? '우유를 많이 먹어야 키가 큰다'는 말을 엄마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터라 나는 순종하여 성장기 때는 하루 우유 1리터를 거뜬히 헤치우곤 했다. (참고로 그렇게 열심히 우유를 먹었지만 나의 키는 반올림하여 158cm이다) 지금도 우리집 냉장고에는 우유가 두 통씩 비치되어 있고 금새 떨어질새라 또 다른 두 통이 냉장고 뒷편에서 대기 중이다. 그 정도로 우유는 내 가족 구성원들의 칼슘섭취를 책임져주었던 핵심 음식이었다.

   전세계적으로 우유와 암 발생율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결과가 끊임없이 발표되고 있고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유섭취에 대한 찬반의견이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태다. 우유가 암 발생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증명하는 연구자료가 발표되면 그에 대항하듯이 우유가 암 발생율과 관련이 없다, 혹은 오히려 몸에 좋다고 주장하는 기사들이 우후죽순 보도된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이해해보면 우유의 효능이 아직까지 100% 입증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의식없이 매일 우유를 섭취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우유가 우리 몸에 암 발생율을 높일 수도, 또는 관련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혼란스럽고 애매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내가 이 글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1) 적어도 우유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음식인지 2) (만약 암 발병율을 높인다고 가정한다면) 어떤 근거와 이유들로 인해 우리 몸에 암을 발병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소비자인 우리들에게 전달하고자 함에 있다.

대형 슈퍼마켓 유제품 매대의 모습 - 이렇게 많은 종류의 제품이 있었다니 새삼 놀랍다.


   우유는 송아지가 몇달 만에 400kg 이상 몸집이 나가는 소가 되도록 단시간 급격히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고농축 성장호르몬 액체이다. 우유에 들어있는 이러한 성장호르몬은 뼈·근육과 같은 성장세포를 급격하게 증식시키는 기능을 한다. 우유를 '완전식품'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송아지가 갓 태어나 급격한 성장을 이루는 시기에 필요한 모든 성분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 - 특히 성인의 경우 더욱 - 단시간 400kg가 되는데 필요한 호르몬이나 영양소가 필요없다. 이러한 과잉호르몬은 인체에 과잉 영양상태를 만들고 그로 인해 여러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충분한 배경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우유에 들어있는 인슐린유사 성장인가-1(IGF-1)와 같은 호르몬성분이 유방세포에 끊임없이 증식하라는 신호를 보내게 되는데 결국 이러한 과잉 호르몬상태가 돌연변이 세포를 발생시키거나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적으로 발표되어왔다. 우유의 과잉섭취로 체내에 생긴 IGF-1 농도가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유방암·전립선암 등의 발병위험을 2배에서 최대 4배까지 높인다는 연구결과들이 바이오메드 센트럴(Biomed Central), 랜싯(Lancet)등 여러 의학매체들을 통해 소개되었다.

   사람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엄마가 출산을 하고 아이에게 젖을 먹이지만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이후에는 생태학적으로 젖이 더이상 나오지 않을 뿐더러 아이에게 먹이지도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뼈와 근육이 다 자란 성인이 되고서까지 젖(우유)을 섭취하고 있으며 심지어 인간이 아닌 다른 종(種)의 젖을 먹고 있다. 수많은 포유류 중에서 염소젖도 있고 곰젖도 있는데 왜 우리는 하필 소의 젖을 먹는가? 그렇다면 곰젖을 먹을 수도 있지 않은가? 다른 종의 젖을 먹음으로써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부작용 - 대사성 산성 혈액증, 거대적아구성빈혈, 알레르기 반응 등 - 이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포유류의 젖을 먹는 것이 인간의 신체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우유에 들어있는 영양소는 송아지의 성장에 좋은 것이다.

   우유 성분 자체에 대한 위험성 외에도 오늘날 상업적으로 생산되는 우유(Commercial milk)에는 화학성분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 한마리에서 얻을 수 있는 젖의 양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유전자변형 성장호르몬(rBGH)을 주사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화학적 호르몬 성분은 젖소의 몸에 흡수되어 결국 우리가 마시는 우유로 배출된다. 이는 사람이 모유수유 중 엄마가 섭취한 영양분이 젖으로 나오기 때문에 수유기간 동안 음식을 조심하는 것과 원리가 동일하다. 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젖소의 임신, 고유한 젖의 양을 초과한 산유량으로 면역력이 약해져 걸리게 되는 유선염과 같은 고질적인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소에게 정기적으로 항생제를 주사한다. 작년 10월 보도된 기사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에도 많은 양은 아니지만 성장호르몬(rBGH)이 여전히 유통·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유럽/일본/호주/캐나다 등의 국가들은 이미 사용을 전면금지한 상태다. * 자료출처 : 데일리벳, 2016년 10월 기사

   낙농업 및 관련 업계 보고서에 따르면 저온살균법 기술로 97%~99%의 균이 살균되고 이 과정에서 IGF-1, rBGH, 항생제 성분이 같이 파괴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HCWH* 외 다양한 식품의약국 연구원들은 소독과정을 거치더라도 IGF-1은 파괴되지 않으며 rBGH의 경우에도 미미하게(1%~3%) 성분이 잔여하여 결국 우리 체내에 흡수된다는 것이다. 우유에 함유된 소량의 rBGH으로도 쥐 실험에서 면역부작용을 일으켰으며, FDA(미국식품의약국)가 허가한 포실락(소 성장호르몬제품)의 경우 90일간 진행된 실험만을 가지고 문제가 없다고 이를 판단/승인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기준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랜기간 우유를 섭취하고 그에 따라 축적된 화학성분들이 장기적으로 체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이 승인되고 소비자들에게 유통될 수 있다는 사실은, 식약청이 허가한 제품이라고 해서 100% 완전히 안전한 제품이라고 판단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 밖에도 우유/유제품은 호르몬과 관련된 암 - 유방암, 전립선암, 난소암 등등 - 외에도 우유에 들어있는 높은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이 심장 및 심혈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학계자료들이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적으로 발표된 상황이다.

* HCWH(Health Care Without Harm) : 국제 의료NGO

HCWH에서 발표한 보고서 - 성장호르몬(rBGH)이 인간에게 어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출처 : HCWH 웹사이트)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젖소의 생애다. 젖소가 우유를 끊임없이 생산해내도록 인공수정을 시키는데 그렇게 태어난 송아지는 태어나자마자 어미소와 분리된 채 어미 젖소는 끊임없이 우유를 생산한다.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로 하루에도 몇 번씩 우유를 추출당하다보니 대부분의 젖소들이 유선염(상당한 고통을 동반하는 유방 질환)에 걸려 있어서 우유에 고름이 섞여 나오며 젖이 퉁퉁 붓고 비대해지는 상태가 된다. 이렇게 인간에 의해 상업적으로 남용당한 젖소는 결국 4년을 채 살지 못하고 계속 주저앉아 버리는 소가 되어 일어나지도 못하는 상태로 도축장에 끌려가 생을 마감한다. 참고로 젖소의 자연적 수명은 평균 20~25년이다.

일어날 힘도 없는 젖소가 결국 도축장으로 가는 모습이다.  (출처 : 다큐멘터리 'Cowspiracy' 영상 이미지)




2.동물성 단백질/포화지방이 신체에 미치는 효과


   우유/유제품 외에도 육류섭취가 심장질환과 고혈압, 당뇨병, 암 등 만성질환의 발병율을 높인다는 사실은 이미 전세계가 알고 있는 팩트(Fact)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햄과 소시지와 같은 가공육 제품을 담배·석면과 동급인 제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으며 빨간색을 띄는 고기 즉 레드미트(Red Meat)를 2A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2A군은 동물실험에서 암 유발의 근거가 입증되었지만 사람의 몸에 발생하는 경우는 '제한적(Limited)'일 경우 2A등급을 부여한다. 대한민국의 경우 가공육(Process Meat) 및 특정 육류 종류에만 한정하여 그 해로움이 보도되고 사람들에게 인지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실 모든 종류의 육류섭취가 체내 발암물질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들이 이미 전세계적으로 다양하게 발표되고 있는 상황이다. 육류섭취가 우리 몸에 끼칠 수 있는 위험성*들은 다음과 같다.

붉은고기 섭취는 대장직장암의 1등급 위험요인(convincing;확실한 위험요인)으로 판정되었다.

육류섭취가 담낭암과 전립선암의 발생률을 높인다.

매일 빨간고기를 먹는 여성이 결장암에 걸릴 확률은 한 달에 한번 이하 먹는 여성보다 250% 높다.

주 1회 레드미트를 먹는 사람이 결장암에 걸릴 확률은 전혀 먹지 않은 사람보다 38% 높다.

주 1회 사육조류(닭, 칠면조, 오리 등)를 먹는 사람이 결장암에 걸릴 확률은 전혀 먹지 않은 사람보다 250% 높다.

주 1회 이상의 육류 섭취 시 유방암의 위험도를 1.5-1.7배 정도 증가시킨다.  

* 자료 출처 : 세계암연구기금 및 미국암연구소(WCRF/AICR)보고서, 국가암정보센터 홈페이지


   전문가들의 주장은 단순히 가공육이나 빨간고기만 몸에 나쁜 것이 아니라 그와 동일한 영양학적 특성을 가진 육류, 즉 고단백(High-protein), 고지방(High-fat), 고콜레스테롤(High-cholesterol), 저탄수화물(Low-carbohydrate), 저섬유질(Low-fiber)의 특성을 지닌 모든 동물성 단백질이 암 발병률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식단과 암의 관계에서 놀라운 점은 특정 식품군이 종류와 상관없이 암의 발병률을 낮추는 데 일관되게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육류를 덜 섭취하는 대신 과일과 채소를 더 많이 먹는다면 연간 수백만 건의 암 발병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이러한 동물성 단백질 섭취의 위험성을 더욱더 가중시키는 것이 바로 <상업용 축산시스템>이다. 같은 자원으로 단시간 더 많은 가축을 키워내기 위한 자본주의 효율성 논리는, 우리가 먹는 가축을 고통스럽게 하고 병들게 하고 있으며 결국 그것을 섭취하는 인간을 궁극적으로 병들게 하고 있다. 미국의 가축들이 먹는 옥수수와 콩은 많은 경우 유전자변형물질(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로서 가축식량으로 대량생산된다. 유전자변형물질(GMO)섭취가 신체에 가져다 주는 결과를 여전히 알수 없다는 위험성 외에도 - GMO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와 계약을 맺는 보험회사는 전세계적으로 단 한 곳도 없다는 사실 - 설사 GMO사료가 아니더라도 가축용 식량에 포함된 농약, 살충제 성분들을 가축들이 먹게 되고 결국 그러한 성분들은 먹이사슬(Food chain)의 최종 목적지인 인간의 몸으로 들어오게 된다. 심지어 충격적인 것은 사료를 절약하려는 목적으로 가축부산물 - 도축을 하고 남은 동물의 부산물로 예를 들어 닭의 깃털, 부리, 내장 등 - 을 갈아 먹이는 경우가 비밀리에 있다는 사실이다. 작년 한국에서도 음식쓰레기를 구매해 가축사료로 정제하여 이를 가축에게 먹이는 것에 대한 안정성이 논란이 된 보도자료를 본 적이 있다. 결국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서는 안되는 성분을 가축에게 먹이고 그것을 결국 인간들이 섭취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문제다.

   광우병(Mad Cow Disease)의 원인은 영국 유럽의 축산업자들이 1970년대부터 양을 도축해서 만든 동물성 사료를 소들에게 먹임으로써 처음 발병되었다. 광우병 바이러스는 이미 인간에게도 전파되어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207명 사망자를 기록하고 있다. 광우병이 무서운 것은 2030대와 같은 젊은 연령대도 걸릴 수 있으며 잠복기가 최하 10년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가공육이나 상업용 고기를 섭취한다는 것은 가축이 먹은 모든 음식 - 살충제 성분과 유전자변형물질, 인체에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를 섭취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로 인해 질병률을 높인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과연 내 몸의 주인으로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한 명의 국민으로서 그리고 매일같이 고기를 소비하는 소비자로서 우리는 그러한 정보를 충분히 알고 고기를 섭취하고 있는 것일까? 맛과 가격, 양이라는 기준이 고기를 평가하는 최우선의 가치가 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특별히 더 예민해서 그런 것일까?

   물론 고기에 들어있는 좋은 성분까지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고기로만 섭취가 가능한 영양소(Vitamin D, B12)가 존재하지 않는가. 다만 고기가 정확하게 어떻게 생산되고 있는지, 최종 소비자인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고 있는지, 고기에 어떤 좋고 나쁜 성분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그 성분이 체내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가 온전히 알고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기사나 자료들은 1) 고기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는 내용이거나 2) 고기섭취가 흡연이나 술을 섭취하는 것보다는 몸에 덜 해롭다는 비교대상이 올바르지 않은 주장, 또는 3) 고기섭취가 대장암이나 기타 암 발병율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주장과 관련된 내용뿐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고기섭취가 줄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충분히 다루고 있는 공식적인 자료나 기사가 부재하다는 사실이 오히려 소비자인 나로서 고기에 대한 안전성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건강/영양학/의학기관들이 고기에 대한 위험성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그 위험성을 충분히 전달하는 기사보다는 오히려 반박하는 듯한 기사들만이 존재하는 현실 - 이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3. 지금 이 순간에도 존재하는 학살의 현장


   유대인학살(Holocaust)이 과연 20세기에만 존재했던 것일까? 세계 곳곳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과 학살이 진행 중이며, 우리와 가깝게는 동물들을 통해 매일 자행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1년에 560억의 가축들이 인간에 의해서 죽임을 당하고 있다. 오늘 하루에도 1억5천마리의 동물들이 인간들에 손에서 도살당한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의식할 수 없도록 조건화되어 있는 사회시스템 속에 살고 있기에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의 동물사랑은 아이러니하게도 개와 고양이와 같은 <애완동물>에게만 흐른다. 우리가 먹는 소와 돼지, 개, 양, 오리나 실험용 토끼한테는 적용되지 않는다. 최근 봉준호 감독을 필두로 넷플릭스에서 자체제작한 <옥자>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대단히 크다. 넷플릭스라는 컨텐츠유통회사가 전세계를 대상으로 유통하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자본주의 사회의 축산업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사실은 이미 이 문제가 더이상 숨겨져서는 안될, 전세계적으로 더욱 알려져야할 이야기임을 의미한다.

넷플릭스 제작 <옥자> 예고편 - 자본과 권력 속에 병든 가축과 인간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동영상 출처 : 유투브 넷플릭스 채널)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축산업 시스템은 동물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사육하고 도축해서 판매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구조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젖소의 경우 몸을 한치도 움직이지 못하는 차가운 철장틀 속에 갖힌 채 인간에 의해서 끊임없이 임신을 하고 새끼를 낳는다. 새끼를 낳자마자 분리된 채 우유만을 생산해내는 '우유생산기계'와 같은 삶을 4년도 채 살지 못한채 도축장으로 끌려가 마지막 몸뚱아리마저도 인간에게 소비되는 이 상황이 바로 학살의 현장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전에도 도축하기 직전 소가 이미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나마 죽음의 두려움과 고통을 경감시켜주는 전기충격기를 사용하는 데 전기충격기로도 기절을 잘 하지 않아 의식이 살아있는 상태로 도살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동물과 식물, 심지어 곤충까지도 사랑하는 나 자신에게조차 과거 이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은 불쾌한 이야기였다는 점을 회상한다. 밥상에 놓여진 소고기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기억해서는 안될, 떠올려서는 안 되는 이야기였기에 그렇게 나의 선호도에 의해 깨끗히 무시되었던 동물의 아픔을 나는 이제서야 비로소 느끼며 떠올려본다.

   돼지의 경우, 우리의 편견과는 다르게 매우 깨끗한 동물이며 개보다 더 지능이 높은 사회적 동물이다. 돼지가 자신의 배설물을 묻히고 드럽게 산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편견은 사실 상업화된 돼지우리에서 자라는 돼지의 모습만을 우리가 알고있기 때문이다. 아래 이야기는 실제로 돼지를 키우는 축산업에 종사했던 사람이 증언한 내용이다.

그는 더운 날이면 그곳으로 달려가 수영을 즐겼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개 한마리가 흥분하여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곤 했다. 개는 연못으로 뛰어들어 그가 있는 곳까지 헤엄쳐 다가와서는 발로 할퀴면서 그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래서 수영을 포기할라치면 사람도 아닌 그 돼지가 어김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어 곤란에 빠진 그를 구해주었다는 것이다. <존 로빈스의 음식혁명> 중에서

   동물들도 감정이 있고 그들의 언어가 있으며 사랑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것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와 고양이를 통해 느낄 수 있지 않은가. 집문을 열었을 때 누구보다 반가워하며 주인에게 기쁜 마음을 표현하고 오랜시간 함께할 경우 사람의 말을 알아듣기도 하며 그들의 새끼를 보살피는 마음이 존재하고, 주인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심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 바로 개이다. 돼지는 개보다 IQ가 높아 학습능력이 더 뛰어나고 무리를 지어 다니는 사회성이 높은 동물이다. 잠자리와 배변공간을 구분할 줄 알며, 호기심이 많아 다양한 물체의 냄새를 맡고 이를 가지고 놀기도 한다. 개만큼, 오히려 그보다 더 높은 차원으로 돼지와 사람이 친구가 되고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돼지가 지금도 가축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몸집보다 조금 더 큰 쇠창살 틀에 갖혀 - 이러한 사육공간을 스톨(Stall)이라고 한다 - 자신의 배설물이 가득찬 공간 속에서 짧은 생을 마감한다는 사실은 그들이 느끼는 고통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암컷돼지의 경우 폭 60cm, 길이 210cm의 차가운 시멘트바닥으로 이루어진 공간에서 몸을 일으키기거나 눕기도 힘든 상태로 새끼를 낳고 분리되는, 원치않는 임신과 출산의 반복된 삶을 살다가 도축장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마치 '삼겹살 생산기계'처럼 말이다.

어미돼지와 새끼돼지의 모습 - 쇠사슬로 만들어진 좁은 공간에서 어미돼지가 젖을 물리고 있다. (이미지 출처 : 동물자유연대)


  얼마전 크게 이슈가 되었던 <살충제 계란파동>은 오늘날 양계업 시스템의 문제 또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내가 먹는 달걀에 더이상 살충제 성분이 없음을 확인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  낳는 닭은 어떤 동물일까? '닭대가리'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는 달리 닭 또한 학습에 능하고 사회적인 연대감을 나타내며 다양한 목소리를 알아듣는다고 한다. 닭은 본능적으로 모이기를 좋아하는 동물인데 페킹오더 감각, 즉 함께 어울리는 닭들을 모두 개별적으로 인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닭의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몇 년간 여러차례 휩쓸고간 조류독감 파동에 의해 개선된 양계장 사례들이 조금씩 보인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양계장의 95%가 소위 '배터리 케이지'라고 부르는 사육방식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배터리 케이지는 창문이 없는 100% 밀폐된 공간에서 자연채광이 아닌 인공적인 빛으로 일조시간을 연장시켜 산란율을 높이고, 한 공간에 수백마리를 키우는 대량밀집사육 방식으로 한 마리당 면적이 A4 한장도 채 되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에서 사느라 자연회복능력이 저하되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닭이 집단적인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사료에 각종 항생제와 화학약품을 섞어 먹인다. 모래목욕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기생충을 예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간이 개발한 살충제와 항생제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또한 영양분을 높여 산란율을 높이거나 브랜딩을 통해 달걀을 더 비싸게 판매하기 위해 생명과학적으로 개발된 보충제를 주기도 한다. 물론 그런 화학적 성분이 체내에 들어와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관해 밝혀진 자료는 없다.

   2015년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공장식 축산농장에서 사육하는 동물 한 마리에 4개월 동안 인간이 들이는 시간은 평균 12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인간들에 의해 가축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대자연의 조화로운 방식을 박탈당한 채 고통받으며 병들고 잔인하게 죽어가고 있다. 이 땅의 평화는 인간들의 전쟁이 종식될 때만이 찾아오는 것일까? 왜 우리는 대자연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에게는 그 평화를 확장해서 적용하지 않는가 - 홀로코스트는 21세기 지금 우리사회에도 존재한다. 다만 아직까지도 쉽게 문제화되지 않고 있으며 드러나지 않을 뿐.

닭 한마리당 A4용지보다 더 협소한 공간에서 길러지는 닭들의 모습. 닭은 하늘을 날기도 한다. (이미지 출처 : 동물자유연대)




3.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채식주의 식단.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채식주의식단(Plant-based diet)이 과도한 유제품 및 동물성단백질 섭취로 인해 야기되는 만성질환과 암 발병율을 현저히 낮춘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미 1997년 미국 암연구소는 국제적인 제휴기관인 세계 암연구기금과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 <음식, 영양 그리고 암 예방:범세계적인 관점에 입각한 고찰>를 통해 국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세계보건기구, 유엔 식량농업기구, 국제 암연구소, 미국 암연구소에서 차출한 참여자를 포함하여 120명에 이르는 연구자와 평가자들이 4,500건의 연구 보고서와 결과물을 모두 분석한 것이었다. 이 보고서의 내용은 모든 암의 60~70%는 예방이 가능하며, 예방책으로 활발한 육체적 움직임, 금연과 함께 가장 중요한 것으로 다음과 같은 식이요법을 꼽았다.

"다양한 채소와 과일, 콩 종류, 최소한으로 가공 처리한 농산물 등으로 구성된 채식 위주 식단을 택하라."
런던에서 먹었던 비건(Vegan) 샐러드 - 채식주의식단이 꽤 흔하게 자리잡은 런던의 식문화가 참 건강해보였다.

    미국 영양학 전문가 Dr.Michael Greger는 미국 사람 절반이 하루에 채소나 야채를 하나씩만 더 먹어도 매년 2만명의 암환자를 예방할 수 있다는 예측 모델링을 소개하면서, 육식보다는 채식에 좀더 무게를 둔 식습관이 우리 신체에 가져다줄 수 있는 치유력을 역설했다. 채식주의 식단은 신체의 질병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암과 같은 중병을 억제하거나 심지어 치유하는 힘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저렴하다는 경제적 이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보험회사의 경우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딘오니시 프로그램(Dean Ornish Program), 당뇨병을 예방하는 DPP(Diabetes Provention Program) 등의 질병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피보험자에게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의식과 실천법을 교육시키고 채식중심의 식단을 권장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채식주의자들에게 보험료를 실제로 할인해주는 혜택을 제공한다. 사람들이 아플수록 돈을 버는 병원이나 약국과는 반대로, 보험회사는 최대한 사람들이 건강해야만 수익성이 높아지는 기업이 아닌가. 보험회사의 이러한 움직임은 채식주의 식습관과 운동, 정기적인 검사 등 질병을 예방하는 모든 활동들이 규모경제적으로도 더 높은 수익성을 보장한다는 점을 역으로 보여주는 증거이다.

   질병에 걸리고 증세가 나타날때까지 몸을 방치하다가 뒤늦게 찾아온 병을 치료하는 데에 수반되는 심리적 고통과 치료비를 당연한 결과로 이해하지 말자. 매일매일 자신의 몸을 챙겨내는 의식과 행동들은 질병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법이자 훨씬 더 저렴하게 내 몸의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그 첫걸음은 오늘 하루 내 몸에 들어가는 음식을 스스로 선택하는 일로부터 출발한다. 동물성 지방섭취를 줄이거나 아예 없앰으로써, 가급적이면 가공절차가 최소화된 식품을 섭취함으로써, GMO식품이나 여러 화학적 물질이 포함된 성분을 피함으로써, 야채·과일과 같은 채소중심의 식습관을 선택함으로써 우리는 매일매일 지속적으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What you eat is who you are."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을 정의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집단발병한 용혈성요독증후군(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의 심한 합병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어린이들과 사람들의 소식을 미디어로 접한다. 자본주의가 실패한 이유는 인간의 이로움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시스템이 결국 인간을 더 피폐하게 하고 병들게하기 때문은 아닐까 - 대자연의 신비 속에 생명을 살리는 음식은 자본주의의 논리 앞에 생명을 병들게 하는 주체가 되어버린 가슴아픈 현실을 오늘 하루도 어김없이 마주한다.

   이러한 오늘날의 시스템이 악한 누군가에 의해, 혹은 기업이나 정부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자본주의 패러다임 속에서 인간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들을 지금 알아가고 겪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우리가 만들어낸 시스템에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정의와 사랑을, 효율성 외에 다른 가치들을 부여해야 할 시점이 왔다. 그것의 출발점은 현재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를 온전히 아는 것 그리고 그것을 모두가 책임있게 인정하고 끌어안는 태도에 달려있다. 

   5년 혹은 10년 후 - 그리 멀지 않은 때에 2017년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들이 얼마나 우리를 병들게 하고 있었는지를 온전히 발견하는 때가 오길. 이 세대가 겪고 있는 지금의 희생이, 이로 인해 다시 고쳐나가는 변화된 세상에 감사하는 미래 세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인류가 도래할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해본다.

   두번째 편에서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떻게 우리의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지 이야기할 예정이며, 마지막 글에서는 우리가 흔히 음식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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