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셀(Supercell) 사이니지 광고를 통해 이해하는 매체전략 기법
Eyeballs...... 눈알?!
운이 좋게도 신입사원으로 배정받은 첫 직장, 첫 소속팀은 마케팅이었다. 그렇게 내 인생 마케팅과의 인연은 개인의지와는 상관없이 시작되었다. 올해로 마케팅 7년 차 - 이제야 사람을 이해하는 인문계열 전공이 얼마나 마케팅을 하는 데 강점이 되는지 깨달으며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었지만 신입시절 당시에는 정말 '문송'했다. 모든 비즈니스 개념과 마케팅 관련 지식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새로 배워야 했기 때문에.
Eyeballs. 번역하면 '눈알'이란 뜻. 일상생활에서는 쓰지 않기에 무척 생소하지만 마케팅 업에서는 종종 접할 수 있는 단어 중에 하나다. 특히 마케팅이 발달된 미국이나 유럽 마케터들의 인터뷰, 사설에서 자주 등장한다. 이 단어를 우연히 마주친 건 신입사원 시절 - 백지장 같은 나의 마케팅 지식과 경험으로 인해 근무 중 열심히 읽어 내려갔던 인터넷 마케팅 사설에서였다. 흔히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기에 충격적인 마음을 부여잡고 몇 번이나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읽어 내려갔는지 모르겠다.
대학교 취준생으로서 나름 채워진 것 같고 충분히 준비된 것 같았던 자신감은 사회에서 신입이라는 타이틀을 달자마자 산산이 부서졌다. 책상에서 배우는 아카데믹(Academic)한 마케팅이나 제법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타사의 마케팅 사례가 아닌, 내가 속한 '지금 이 팀'에서 담당하고 있는 바로 '그 제품'을 당장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 무기들을 다시 장착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제품 속에 정말 먹히는 살아있는 마케팅 - 그것은 그야말로 실전의 문제였다.
'눈알'이란 단어가 다시 떠오른 건, 유난히 더웠던 작년 지하철에서 만난 슈퍼셀(Supercell) 모바일 게임 광고로부터였다. 지하철 승강장 유리문에 설치되어 있는 디지털 전광판은 내 키보다 커서 위압감마저 들었다. 고화질의 LED 화면은 마치 게임을 하고 있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하는 모바일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순간 뇌리 속에 마케팅 전구가 반짝 꺼리며 한 가지 물음이 떠올랐다.
모바일 게임인데 왜 하필 지하철에 광고를 하는걸까?
마케터는 7일/24시간 매 순간 타깃 소비자의 시선이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항상 고민해야 하는 사람이다. 눈알(Eyeballs)이란 단어도 그러한 소비자 시선의 흐름을 강조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눈알(Eyeballs)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우리의 시선(Gaze)이 정해지며, 그 시선에 따라 우리의 인지(Awareness)를 작용시킨다는 사실을 생각해볼 때 어쩌면 눈은 외부 정보를 인지하는 가장 원초적인 단위일지 모르겠다.
자, <일상에서 발견하는 마케팅 이야기> 이번 글은 '소비자의 눈알'의 여정을 따라가보자. 그 여정을 통해 미디어 전략의 기본적인 개념과 접근법을 이해해볼 수 있길 바라며.
"네? 직접 짜보라고요?!"
억대의 마케팅 예산을 나에게 던져주며 어떻게 마케팅을 하면 좋을지 전략을 짜라는 광고주의 요청을 처음 받았을 때 느꼈던 회의실에서 막막한 감정이 여전히 기억난다. 그렇게 플래닝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이나 이해가 전무한 채 일단 광고주의 요구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부딪히며 배워나갔던 나였다. 마케팅 에이전시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통감할 두 가지 문제 - 촉박한 일정, 그리고 항상 내 능력과 경험치보다 더 높고 어려운 것들을 요구하는 광고주의 요구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든 매체 전략을 세워나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순서 없이(?) 배운 미디어 플래닝 전략은 뒤돌아보면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 방법이었다. 말 그대로 닥치는 대로 일했다. 하지만 그 경험 속에서 나만의 가이드와 개념과 순서를 세워나갔다.
마케터가 어떤 매체를 가지고 마케팅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를 기획하는 미디어 전략(Media Strategy)의 세계. 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은 생각은 바로 'Eyeballs'을 떠올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타겟 소비자의 시선이 어디(Where)에 언제(When) 어떤 상황(Contextual moment)에서 마케팅 메시지를 전달할 때 효과가 있는지 고민해보는 것이다. 그 시선은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24시간 계속 유동적이고 지속적인 관점에서 분석되어야만 한다. 시간 타겟팅은 바로 이러한 생각에서 발전된 접근법이다. 특정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머물러있는 소비자의 시선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요소가 바로 예산이다. 타겟 소비자가 최대한 많이 모여있어 도달(Reach)이 높은 매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도달이 높으면 매체의 마케팅 집행 단가도 높아지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먼저 타겟 소비자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하며 - 물론 내부적으로 이를 동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해당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 매체 소비 특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사전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타겟 소비자군이 공통적으로 방문하는 미디어 접점(Touchpoint)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생각의 결은 자신의 소비자 집단은 하나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제품과 서비스 특성에 따라 여러 소비자군이 타겟 소비자가 될 수도 있으며, 반대로 유사하다고 생각했던 소비자 집단이 분석을 해보면 여러 개의 분할된 미디어 소비패턴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예산은 크게 두 가지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하나는 예산 크기(Budget Size)이다. 마케팅 예산의 규모에 따라 집행 가능한 매체는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산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TV광고를 집행한다는 것은 매우 효율적이지 않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예산 사이즈에 따라 과감하게 TV광고를 날려버려야 한다. 다음으로 비용 효율성(Cost-efficiency)의 개념에 대해서 이해해야한다. 여기서 중요한 생각의 결은 반드시 비용 효율성이 높다고 해서 항상 마케팅 효과가 높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1회 웹사이트 클릭까지 300원이 발생하는 A매체와 2000원이 필요한 B매체 중 어떤 매체를 선택해야 할까? 정답은 A매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B를 선택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B매체를 통해 기대하는 퍼포먼스가 웹사이트가 아닌 동영상 조회였다면 웹사이트 클릭당 비용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해당 매체를 통해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있다. 사과와 복숭아를 하나의 잣대로 비교하기 어려운 이치와 같다.
미디어 플래닝은 얼마나 예산을 효율적으로 분배하여 높은 효과성을 도모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하지만 항상 비용 효율적인 것이 마케팅 효과 측면에서 성공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숫자만을 가지고 마케팅의 효과를 파악했을 때 쉽게 간과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것이다 - 미래 효과를 위해 투자하는 개념의 성과는 당장의 성과 데이터로는 측정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집행을 한 지 6개월, 1년 후에 효과가 나오기도 한다. 무엇보다 숫자만의 성과가 아닌 소비자 관점에서 마케팅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마케터로서 현재 보이는 마케팅 성과를 데이터로 정확하게 마케팅 효과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기본 소양이다.
마지막으로 제품을 전달하는 메시지의 내용과 스펙을 고려한 매체 선택이다. 특정 마케팅 메시지를 텍스트보다는 영상으로 전달하는 접근이라면, 그에 맞춰 영상매체 카테고리 중에서 집행 매체를 선택해야 한다. 매체가 제공하는 스펙에 맞춰 크리에이티브 소재를 제작해야 하는데 마케팅 예산에서 제작비를 반드시 포함해서 통합적으로 예산을 플래닝 해야 한다. 평균적으로 전체 마케팅 예산에서 제작비가 20~30% 차지하는 수준으로 구성을 하지만 최근 영상과 같은 제작비 단가가 높은 매체를 많이 집행해서 30%보다 더 높게 구성을 하는 경우도 많다. 여기서 중요한 생각의 결은 제작비 비중이 너무 높아 마케팅 집행예산이나 운영비가 부족한 주객전도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내가 플래닝 한 캠페인이 삼성역과 강남역 대형 사이니지를 화려하게 채워낼 때의 감동이란. 소비자가 마케팅에 반응하여 제품이 판매되기 시작하는 상황을 보기 시작할 때의 그 뿌듯함이란! 캠페인이 라이브 되기까지 고생한 시간과 그간 노력이 참 마케터로서 보상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미디어 전략을 짜면서 생긴 직업병이 있다. 이미 집행한 수많은 마케터의 전략을 역으로 분석해 근거를 찾아보는 일이다. 해당 마케팅 메시지가 어떤 의도로(Objective), 지금(Time) 여기에서(Place) 나에게(Target Consumer) 보이는 지를 분석하는 일이다.
마케팅에서 'Media Rational'이라는 개념이 있다. 어떤 의도와 목표로 해당 미디어가 선택이 되고 집행이 되어야 하는지 내부적으로 혹은 광고주에게 설명하는 논리적 근거를 의미한다. 그렇게 나는 출퇴근 시간 눈에 들어오는 마케팅 사례들을 활용하여 미디어 전략을 짜기 위해 필요한 관점과 역량들을 키워나갔던 것 같다. 출퇴근 시간까지도 일을 하는 피곤한 일이지만 마케터로서 촘촘한 생각과 전략적 사고를 계발하는 데 더없이 좋은 훈련이었음을 고백한다.
그렇다면 왜 모바일 게임회사 슈퍼셀은 지하철 전광판을 활용하여 대대적인 광고를 했던 것일까?
4년 전, 핀란드 게임회사 슈퍼셀(Supercell)은 엄청난 자본을 가지고 한국시장에 뛰어들었다. 슈퍼셀은 해외 진출 시 초반에 막대한 마케팅 예산을 투여하면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을 취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2015년 5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4848억 원을 집행하였는데, 2014년 영업이익이 6226억 원임을 고려해보았을 때 대부분(78%)의 수익을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하는 매우 특이한 케이스다.
한국에 진출 당시 TV와 모바일 매체를 전부 집행하고도 마케팅 예산이 남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 프라임타임대 TV광고를 거의 독점하듯이 석권하는 모습을 보며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마케팅 예산을 어딘가에 전부 뿌려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렇게 우리는 지하철 전광판으로 슈퍼셀의 '크러쉬 오브 클랜' 게임 광고를 쉽게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3가지 고려요소 중, 바로 예산규모(Scale)와 관련된 미디어 전략인 것이다. 예산 볼륨이 크기 때문에 비용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다양한 매체를 모두 집행해버리는 접근법 말이다. 물론 한국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상황이었기에 게임뿐만 아니라 회사 브랜딩 차원에서 마케팅 예산을 두툼하게 가져왔으리라 해석된다. 참고로 기업에 해당 분기나 연도에 책정된 예산은 모두 소진하므로 대부분의 모든 마케터들이 이월되는 예산 없이 모두 소진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집행한다.
이러한 슈퍼셀의 상황에서 지하철 사이니지는 크게 효과를 기대하지 않고 단순히 매체 커버리지를 높이려는 목적 정도로 기대한 매체일 수 있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마케팅 효과를 크게 발생시킬 수 있는 적합한 매체였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첫째, 출퇴근 시간에 모바일 게임을 즐겨하는 타겟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정확하게 겨냥했다. 물론 당시 슈퍼셀의 마케터가 이러한 의도로 해장 매체를 집행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쉽게 우리는 지하철에서 모바일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기에 이러한 접근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미디어 커버리지(Media Coverage)라는 개념이다. 우리는 평균 7-8회를 동일한 광고를 봐야만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인지한다고 한다. 즉, 광고를 자주 많이 봐야지만 마케팅 효과가 발생한다는 말이다. 강력한 매체를 사용하더라도 주기(Frequency)가 부족하다면 마케팅 효과를 발생시키는 임계치를 넘지 못할 수도 있다. 효과가 낮아서 단가도 낮은 광고 상품이더라도 한번 더 보여주고 인지시키는 목적이라면 해당 매체의 효과는 충분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막대한 예산을 가지고 진행한 슈퍼셀의 TV광고와 지하철 사이니지 광고로 인해 다른 모바일 게임회사들이 덩달아 같은 매체에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마케팅(광고매체)의 트렌드가 변화되었다는 의미와 동일하다. 이렇게 특정 산업에서 마케팅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가 변화되는 경우, 소비자의 정보채널과 기대심리가 역으로 변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소비자는 새로 나온 모바일 게임에 대한 정보를 TV광고로 또는 지하철 전광판으로 확인하길 역으로 기대하게 된다는 의미와도 같다.
마케팅 업계에서는 전광판, 사이니지 광고를 OOH라고 부른다. OOH는 'Out-of-home'의 약자로 옥외광고 카테고리 안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옥외광고의 중요한 특징이자 한계점은 바로 측정이 안된다는 사실이다. 광고효과나 비용 효율성을 알 수 없는 매체다. 동영상이나 인터렉티브 광고 등 디지털 광고 상품이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는 지금,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상품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많은 사이니지 광고가 길거리와 지하철, 버스에 걸려있다. 데이터 기반으로 마케팅을 집행하고 평가하는 시대 - 여전히 OOH 매체를 선택하는 광고주의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대하는 마케팅 효과보다 집행예산의 규모가 더 크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사람으로 우리나라가 매우 크고 광활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마케팅 시장에서 대한민국은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도 높은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는 나라 중에 속한다. 땅덩어리도 작을뿐더러 단일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미국처럼 주마다 시차가 있지도 않기 때문에 의도하는 마케팅 효과를 내기 위한 집행예산이 광고시장이 발달한 대부분의 타국가 대비 현저히 떨어진다.
혹은 삼성이나 SK 등 국내 브랜드 광고주 혹은 타깃 소비자의 규모 대비 예산이 상대적으로 높아 마케팅 규모가 크게 느껴지는 광고주들에게는 항상 5-10% 테스트 버젯(Test Budget)이 존재한다. 새로운 매체를 한번 시도해보고 기존 매체들과의 성과를 비교해보는 예산이다. 대부분 테스트 예산은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통해 상품단가가 낮은 사이니지와 같은 매체들을 넣어서 플래닝 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의 경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단순 노출도(Frequency)를 높이기 위한 선택일 수도 있다. 이는 주력 소재(Main/Strategic Creative)와 이를 부스트업 할 수 있는 부수적인 소재(Secondary Creative)의 구분으로 이해해야 한다. 주력 소재를 통해 마케터의 메시지를 인지하게 만들었다면, 부차적인 소재를 통해 주력 소재의 메시지를 강화(Amplify)하고 이를 참여나 구매와 같은 고차원적인 소비자 결정 단계로 전환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재는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할 수 있는 매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여느 디지털 매체처럼 정교한 타겟팅을 할 수는 없지만 나름 타겟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정 광고주, 특정 메시지의 경우 크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출퇴근하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사이니지를 통해 피로회복제 제품을 노출하는 것은 상황 타겟팅(Contextual Targeting)에 해당한다. 또는 출퇴근 오가는 길 모바일 게임을 많이 하므로 그러한 접속 시간이 높은 시간과 공간을 타겟팅하는 방법도 한 방법이다. 미디어가 반드시 정교한 타겟팅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만 매력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자. 소비자의 눈, 시선을 따라가 보면서 자신의 마케팅 메시지가 더 크게 어필되는 모먼트를 찾아보자.
자, 미디어 플래닝에 가장 기본이 되는 생각들에 대해 이해해보았다면 지금부터는 좀 더 실무적으로 미디어 전략을 수립하는 접근법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누구도 알려준 사람 없이 일을 닥치는 대로 하면서 스스로 터득하고 연구한 방법인데 - 배워서 남 준다는 신념으로 함께 기꺼이 공유한다.
미디어 플래닝의 핵심은 소비자의 여정을 단계별로 나누고 각 단계별 목표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 매체(Tactical Media)를 조합하는 것에 있다. 이때 중요한 생각의 결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같은 매체라도 사용 목표에 따라 여러 단계에서 중복되어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목표가 다르기에 메시지가 달라지거나 소재로 교체되어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성과가 좋은 매체일지라도, 특정 광고주 혹은 캠페인의 특성에 따라 그다지 효과가 없는 소재일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충분히 해당 업(Industry)의 마케팅 트렌드, 광고주의 특징 및 캠페인의 성격을 충분히 이해한 후 미디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미디어 선택의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예산의 크기다. 예산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80%의 예산을 TV광고로만 책정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적은 예산에서는 예산 덩치가 크는 TV광고는 과감히 빼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유튜브와 같은 영상매체가 아무리 핫하다고 하지만 영상소재를 만들 만큼 충분한 예산과 제작역량이 없는 광고주에겐 동영상 마케팅은 사치이고 낭비다. 오히려 영상매체를 과감히 빼고 다른 매체들을 조합해서 광고주가 유도하는 목표(이벤트 페이지 클릭)를 유도할 수 있는 데 집중할 수 있는 매체 전략이 필요하다. 비싼 영상을 제작하느라 마케팅 대부분의 예산을 소진해버려 집행력이 약해지는 구조보다는, 좀 더 저렴하지만 마케팅 목표에 최적화된 소재와 매체를 구성해 집행력을 강화하는 전략이 훨씬 더 날카로운 전략이 될 수 있다. 남들이 다 하는 영상 콘텐츠 제작 - 그래서 우리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마케터는 아마추어다. 예산 사이즈를 먼저 파악하고 각 단계별 목표와 성과지표를 정의한 후 그를 달성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매체들을 세워나가는 날카로운 시선과 기획능력이 관건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디어 전략은 제각각 달라야하며 유동적이고 다이내믹해야 한다. 산업별, 광고주별로. 그리고 캠페인의 성격과 크리에이티브 소재, 집행 시점, 목표, 가장 중요한 예산 사이즈에 따라 미디어 포트폴리오가 달라져야만 한다. 거기에 빠르게 뜨고 지는 미디어의 트렌드까지 적용되면 미디어 전략이 항상 4-5개의 매체로 고정될 수 없는 이유다. 마케팅이 항상 새로우면서도 어렵고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이너리포트 영화의 한 장면이다. 지나가는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자동 인식해서 그 사람과 관련된 소재를 노출시킨다. 바로 인공지능의 영역이자, 생체 타겟팅이 가능한 미디어의 모습이다.
여전히 버스•지하철이나 길거리,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전광판은 고정적인(Static) 이미지 소재 혹은 동일한 영상을 계속 반복 재생하는 디지털 사이니지 형태이다. 개인별 맞춤 타겟팅이 가능한 디지털 매체의 기술력도 없고, 광고 성과를 측정할 지표들도 없지만 모든 미디어는 저마다 고유한 특징이 있다. 그리고 마케터들은 이를 적재적소에 사용한다. 때론 낮은 단가로 한 번 더 노출하는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매력적이지 않아 보이는 전광판을 출퇴근길 시간 훌륭한 상황 타겟팅 매체로 활용하기도 한다. 영상소재를 고화질, 대형 사이니지에 재생시킴으로써 영상 스토리를 전달하는 메인 매체로도 선택하기도 한다. 혹은 강남역에 노출된다는 단순 상징적 브랜딩 목표만으로도 옥외광고를 선택하기도 한다.
모든 광고매체가 각각, 언제나 효과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동일한 잣대로 모든 매체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 각 매체를 통해 의도하는 크고 작은 목표를 세우며 그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통합적인 마케팅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마케터 연차가 높아질수록, 매체를 각자 쪼개서 보는 시야보다 전체를 묶어서 물 흐르듯이 이어나가는 힘을 신경 쓰게 되는 이유다.
홍채를 인식하여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맞춤 광고를 보여주며, 소비자와 상호작용하고 이를 데이터로 측정 가능하는 디지털 옥외광고. 또는 대형 고화질 화면을 통해 압도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디지털 사이니지. 좀 더 정교하게 발전되는 옥외광고 매체의 출현을 기대하며 - 물론 지금도 옥외광고는 가지각색의 목적과 색깔, 의도를 가지고 마케터의 마법같은 손에 의해 운영되는 중이다.
* 현재 <일상에서 발견하는 마케팅 모먼트> 브런치북 내용은 디아이매거진 과 디지털 인사이트(Digital Insight) 페이스북 채널에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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