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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보고 Nov 27. 2023

2세 계획은 잠시 미뤄두고 떠나기

D-95

2세 계획은 잠시 미뤄두고 떠나기, 95일 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그렇지만, 2세 계획이 있다면, 나이는 아주 중요해집니다. 퇴사 후 한국을 떠나는 내년이면 저는 35세의 여성이 됩니다. 35세라는 나이, 저는 좋습니다. 저는 나이 드는 제 모습이 좋습니다. 젊음은 사라지겠지만, 내면의 아름다움을 채우고 '우아한 할머니'가 되겠다는 꿈이 있습니다. 매년 조금씩이라도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느끼는 게 참 좋습니다. '아이'를 생각하기 전까지 말이죠.


    저는 찾아본 적 없는데 왜 유튜브 알고리즘은 '불임'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뜨는지 모를 일입니다. 의학적으로 노산의 기준으로 35세라고 합니다. 저는 '노산'은 확정이겠네요. 나이가 적어도 여러 가지 문제로 아이를 가지는 데 어려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나이가 많아도 문제없는 사람들도 있지요. 사실,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도 확률, 통계라는 게 있기에 조급해집니다. 혹여나 나중에 조금 더 일찍 준비했더라면 아이를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원망과 후회를 하게 되는 상황을 상상하면 가슴에 큰 돌덩이가 내려앉은 듯 숨이 턱 막혀옵니다. 그래서 더 늦지 않아야 한다는 한계선이 마음속에 늘 있습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다는 건...


    연애 6년을 거쳐 결혼 2년 차인 저희 부부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몇 명을 낳느냐', '언제 낳느냐'가 아니라 '아이는 부모의 욕심이 아닐까', '아이를 우린 왜 낳고 싶어 할까', '아이는 어떤 환경에서 낳고 키워야 할까?', '우리는 부모의 준비가 되어있을까', '어떤 아이가 나오더라도 우리는 기꺼이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하곤 했습니다. 그 순간은 거의 둘 다 철학가이자 그 공간은 아테네 학당입니다.


    흔히들 '일단, 낳아 보면 안다.', '어떻게든 키운다.'라는 말을 합니다. 이 말이 저희에게는 참 무책임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니면 저희가 겁이 너무 많은 걸 수도 있지요. 모든 걸 계획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압니다. 그렇지만, 최선의 환경을 안다면 시도하고 준비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희이기에 한 생명을 낳고 기르는 데 우리는 충분한가, 부족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뇌하는 중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결국, 아이에게 좋은 환경은 '좋은 아빠'와 '좋은 엄마'가 둘 다 필요하다,라는 뻔하지만 까다롭고 어려운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아빠, 엄마, 아이가 매일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조건도 붙었습니다. 어렵죠. 어렵지만 해보려고 합니다. 그 시작이 동반퇴사와 한국 떠나기 라니, 제가 쓰면서 정말 모순 그 자체네요.


잠시만 미뤄두기로 합니다.


    세상에 아가들은 왜 이리 이쁘고도 이쁠까요. 카카오톡 목록에 이름은 제 친구, 제 지인인데 사진은 다 아이들로 가득합니다. 최근 동창 모임에 가서 본 친구들의 아이들도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모릅니다. 남편도 요즘 들어 '남의 아이도 이렇게 이쁜데 내 아이는 얼마나 이쁘고 좋을까'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또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남편과 '아이가 안 생기면 어쩌지'라는 주제의 토론도 가끔 했었는데, 요즘은 그런 소리하지 말라면서 말이 씨가 된다고 다그치기도 합니다. 그만큼 마음의 크기가 더 커진 거겠죠.


    그런 마음을 알기에 최근에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국 떠나기 전에 같이 산전검사받고, 6개월 가서 우리가 타국에서 잘 적응해서 살 수 있는지 확인하고, 그때부터 2세 계획을 시도해 보기로 말입니다. 그렇게 '노산'은 확정인 상태이지만 잠시만 미뤄두기로 합니다. 이후에도 임신, 출산, 육아 등등 미정으로 남은 것들 투성이네요. 아마 한국에 다시 와서 한동안 머물러야 할 수도 있겠지요. 현재 결정할 수 있는 건, (결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렇지만 결정된 거라고 하고 싶어서 이렇게 써봅니다). 앞으로도 저희 부부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고뇌하고 토론하면서 나아갈 거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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