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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선 Oct 02. 2019

승무원이 뭐길래? 누구나 한 번쯤 승무원을 꿈꾼다.

나의 세계 일주기



치즈 케이크 같은 나의 비행     

지구는 둥글고 경험할 수 있는 세계는 무한대다. 비행의 장점은 무한대로 조각낼 수 있는 치즈 케이크와 같다는 점이다. 8년간 지구를 돌며 온 세상을 둘러보았지만, 만족에는 끝이 없다. 누구나 인생의 버킷 리스트가 있다. 승무원의 장점은 돈을 벌면서 세계 일주를 하고, 나라별로 버킷 리스트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직업의 특성상 계획한 만큼 세계 어디에서나 기회가 열려 있었다. 영원히 이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조금 더 대범해도 될 것을. 몇 꼬집의 용기와 실행력이 더 필요했다.     


비행 스케줄     

나는 매월 원하는 비행 스케줄을 신청할 수가 있었다. 승무원의 한 달 비행시간은 80~100시간 정도이며, 업무와 여행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비행하고 싶은 나라를 신청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원하는 대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인기 취항지는 받기 어렵지만 운이 좋으면 갈 수도 있다. 비행기 편명, 날짜, 시간을 정하여 스케줄을 짠다.

외국 항공사의 경우 12,000명 이상의 승무원 전체를 7개의 그룹으로 나눈다. 매달 그룹 1부터 그룹 7이 차례대로 돌아가며 우선순위가 매달 바뀐다. 예를 들어 내가 그룹 4이고, 이 달 그룹 4가 1순위라면 내가 비딩(Bidding-신청)한 대로 나온다. 하지만 1순위였던 그룹 4는 다음 달에는 7순위가 되며, 이를 리저브(Reserve)라고 부른다. 1년에 2번 찾아오는 이런 달에는 비행 스케줄을 받지 않고 스탠바이(Standby)가 된다. 주어진 시간대에 따라 긴장하고 전화를 기다리며 집에서 대기한다. 시간 안에 회사의 스케줄러가 전화를 해서 비행을 주기도 하고 비행을 안 받을 수도 있다. 한 달 내내 어떤 비행이 나올지 조마조마하다. 회사에서 부르면 주는 대로 어디든지 비행을 받는 것이다. 비행을 못하는 승무원 대신 가기도 한다. 끌려가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로스터 스왑( Roster Swap)이 있다. 로스터 스왑은 내게 주어진 비행을 내가 원하는 비행 스케줄을 가진 다른 승무원과 서로 바꾸는 시스템이다. 규정에 맞으면 바로 바꿀 수 있다. 승무원들은 각자 바꾸고 싶은 비행을 구인구직 광고처럼 내놓는다. 수천 개의 비행 중 내가 원하는 조건과 딱 맞아떨어지는 비행을 찾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고 싶은 비행과 가기 싫은 비행을 노력과 운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구하면 얻고 두드리면 열리는 시스템이다.     


홍콩 비행 가서 면접 보기      

나는 두바이 다음으로 어디에 살고 싶은지 부동산에서 집을 찾듯 세상을 둘러보았다. 세계 여러 도시를 하루씩 살아본 결과 나의 나침반은 홍콩을 가리켰다. 자꾸 끌리는 홍콩 비행을 매달 신청하여 100번도 더 갔다. 내게 홍콩은 특별한 설렘이 있는 곳이다.


홍콩 취업을 위해 유명한 잡 사이트 (Jobsdb.com)에 이력서를 보내고 비행 스케줄에 맞춰 홍콩에서 면접 일정을 잡았다. W호텔 리셉션에 지원하여 홍콩에 도착한 당일 면접을 보았다. 24시간 체류하는 동안 하루 만에 3차 최종 면접까지 보았다. 면접에서 자세한 업무 내용과 근무 환경을 듣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직업은 삶이고 라이프스타일이다. 면접이란 이렇게 나와 회사 간에 필요와 적합성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에게 맞는 업무인지 면접을 통해서 알게 되므로 면접관이 아닌 나도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러니 항상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또다시 홍콩 비행을 갔다. 이번에는 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국제 학교 미술 교사 자리에 면접을 보러 갔다. 침사초이(TST)에 조금 일찍 도착하여 근처를 돌아다녔다. 싱가포르 면접관과 미술 교사가 되려는 이유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도예 전공과 영어 실력을 활용하여 홍콩에서 미술교육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들어보니 지금 당신은 직접 운영을 해볼 타이밍이지 않을까요? 언제까지나 준비만 할 건가요? 재능과 경험을 펼쳐보세요!’

마음 한편에 잠시 내려두고 있던 나의 숨겨온 열정과 꿈을 그가 끄집어 올렸다. 어쩌면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지 모른다. 이 면접으로 인해 전환점이 생겼다. 내가 비행을 하는 이유와 직업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리고 내 인생의 나침반 방향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홍콩에서의 면접은 새로운 도전을 위한 퇴사 준비의 계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실제로 퇴사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막연한 자신감으로 회사를 그만두면 안 된다. 직업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몇 번의 퇴사 경험이 있기에 두려움을 이겨낼 확신이 필요했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만약 요리사가 되고 싶다면 비행을 하며 유럽, 미주,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남미 모든 나라의 음식을 먹어 보며 이직 준비를 할 기회가 있다.

사진작가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전 세계가 작품의 대상이다. 모델도 항상 있고 나라마다 다니며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실제로 동기 승무원 중 어떤이는  취미를 살려 전공으로 사진을 찍다가 퇴사 후 사진작가가 되었다.

승무원은 모험 정신과 센스와 체력이 검증된 사람들이다. 직업을 창의적으로 활용할 때 대담하고 적극적일 수 있으며, 인생에 날개를 달 수 있다.

이 직업은 무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원형 치즈 케이크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나와 세상을 연결해 주는 달콤한 여정 속에서 내 인생의 케이크에 촛불을 켜자. 그 촛불이 앞날을 환하게 비춰 주고, 나의 소망이 꺼지지 않도록 해줄 것이다.    


외국 항공사 승무원의 장점

1. 외국 동료들과 일을 하면서 그 자체가 어학연수가 된다.

2. 쉬는 날(OFF)이 많아서 자기 계발의 여유가 많다.

3. 회사에서 제공사는 숙소(아파트, 빌라 구조의 2-3명과 쉐어)와 각종 공과금을 회사에서 제공한다.

4. 출・퇴근 시 회사 셔틀버스가 제공되어 교통비가 들지 않는다.

5. 국내 항공사처럼 정해진 팀 비행이 아니어서 매 비행마다 승무원들이 바뀌어 언제나 새롭다. 마음이 안 맞아도 그 비행만 잘 해내면 된다. 다시 비행을 할 동료들이 아니므로 조직 생활의 스트레스가 적다.

6. 비행이 끝나면 모든 업무가 끝나므로 야근이나 칼퇴근의 눈치가 없이 깔끔하게 끝난다.

7. 본인과 직계가족에게 90% 항공권 할인 혜택이 있다. 1년에 1번 본인에게 무료 Annual Leave Ticket이 있다. 지인들을 위한 50% 할인의 스페셜 티켓도 있다.

8. 세계의 면세점 할인 혜택과 회사의 크루 멤버십 카드로 두바이의 호텔, 레스토랑이 할인이 많다.

9. 비행에서 레이오버를 가면 호텔 1인 1실과 체류비 제공이 된다.

10. 유니폼 세탁 서비스가 있어서 비행을 마치고 맡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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