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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통보

by 레알레드미

우리 사이는 백지에 적을 미래가 없으니

헤어질까? 질문이 아니라 통보면서

네 마음을 찢어놓고 이음새는 완곡하게

마지막 이별을 매끈하게 잘라내고 싶었다.

마음을 따뜻하게 데울 국밥을 먹으면서 말하리라

"눈 오는 날은 역시 국밥이지"라는 너의 말

전혀 개연성 없는 것들을 엮으며 너는 웃는다

추레한 복장으로 동전을 쩔렁거리며 앞서 걷는다

결백의 맑고 순한 흰나비 같은 것들이

나붓나붓 네 머리 위에 흩날리는 매혹적인 瑞雪?

뚝배기의 펄펄 끓는 국물을 뜨겁게 삼키는

음식을 탐하는 너의 행위가 눈과 어우러졌다

국밥과 눈의 공통점은 펄펄 끓어 내리는 것

마지막 이별을 삼키는 숨길 수 없는 나의 뜨겁고도 차가운 치명적인 독감 증세처럼

눈처럼 순수한 너의 낯빛에 그늘을 드리울 말

우리의 만남은 자석에 이끌리듯 시작됐지만

같은 극의 서로를 밀어내는 척력이었음을

네 마음의 빙판을 지나 멀리 가려던 내 마음

끝내 뜨거운 네 눈물의 업어치기 한판에

고이 접은 마음이 명치에 걸려 꽁꽁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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