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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엠 Dec 31. 2016

홍콩을 기억하게 하는 맛집

로컬 간식으로 더 즐거워지는 여행

연말연시가 되자 한국에서 필자를 방문하기 위해 홍콩을 찾는 친지들이 두 세배로 늘어났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해외 관광도시에 살고 있기에 숙명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에 EBS <세계테마기행>에서 "도시본색, 홍콩과 마카오"편이 방영되었는데, 아마 여행 전에 미리 예습을 하기위해 방송을 보고 오셨나보다. 거기에 나온 곳이 어디냐고 대뜸 물어보신다. 방송에서 소개된 곳은 대체로 짧은 패키지 여행에선 접근이 불가능한 홍콩의 숨겨진 보물과 같은 곳들이었다. 그래서 과거에 홍콩을 다녀가신 경험이 있다고 해도 생경할 수 있다. 자유여행으로 여유있게 오신다면 비로소 복잡한 도심을 떠나 홍콩의 진면목을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다녀간 지인들이 인사처럼 건네는 말 중에 빠지지 않는 레파토리가 하나 있다. '그 때 같이 갔던 그 식당 음식 참 맛있었는데. 언제고 또 다시 먹으러 가고 싶네요.' 필자에게도 역시 홍콩을 떠나있을때 그리워지는 홍콩 음식들이 있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필자가 좋아하는 홍콩의 먹거리 위주로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탐자이 운남쌀국수(譚仔雲南米線)


우리나라에도 '신당동 떡복이 마복림 할머니 셋째 아들집'과 같이 하나에서 여러개로 파생된 식당들이 있듯이, 홍콩에도 삼형제가 국수집 하나로 시작해서 지점별로 각자 사업을 나눈 유명한 운남쌀국수집이 있다. 한때 이 식당의 삼수이포(深水埗) 지점이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 2011, 2012, 2013)에 연달아 오른 적이 있다. 필자에게도 '탐자이 운남쌀국수'가 입맛에 잘 맞는 편이라 생각날 때마다 종종 찾아간다.


탐자이 운남쌀국수 집. 번호표를 받고 식당 밖에서 대기중인 사람들


홍콩의 곳곳에 브랜치가 있기때문에 접근성이 좋은 반면 예약을 받지 않는다. 특히 평일 점심시간에는 번호표를 받고 십분 이상은 여사로 기다려야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홍콩달러 50원 내외의 싼 값에 갖가지 야채나 고기 토핑과 매운 정도를 선택하여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필자는 중식 특유의 매운 맛에 약하기 때문에 '맵기 10(거의 안매운 맛)'으로 주문하여 부드러운 국물 맛을 즐긴다.


운남쌀국수와 아이스 밀크티, 피단과 돼지고기 볶음은 훌륭한 한끼 식사가 된다.


필자는 이곳의 사천스타일 피단(皮蛋, 삭힌 오리알이나 계란)요리와 돼지고기 볶음을 삶은 닭고기와 숙주나물, 그리고 어묵을 토핑으로 얹은 국수에 곁들여 먹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특히 피단은 한국에서 맛보지 못한 식품이어서 홍콩 친구들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시커먼 색상때문에 혐오를 느끼는 분들이 많은데, 아마 맛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구운 계란 같은 고소하고 쫀득한 맛에 사천식 매콤한 소스와 고수잎이 어울어져 식욕을 돋운다. 이 집의 닭날개 튀김도 또한 별미인데, 양이 많으니 여럿이 함께 먹을 경우에만 주문하기를 권하고 싶다.

 


사이쿵 카페 & 베이커리(Sai Kung Cafe & Bakery)의 포르투갈식 에그 타르트


사이쿵에는 많은 서양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조용하고 한적한 어촌 마을 치고는 홍콩 현지 음식 뿐만 아니라 프랑스 혹은 이태리 식당이나 태국 식당 등 맛집이 즐비해 있다. 또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도 달달한 냄새로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발길을 붙잡는다.


다양한 빵과 케익 중 에그 타르트와 파인애플 번이 가장 인기 있다.


그 중 사이쿵 카페 & 베이커리는 포르투갈식 에그 타르트가 가장 유명하다. 말갛게 노란 커스터드 필링이 파이 크러스트에 담겨있는 것이 홍콩식 에그 타르트(c.f. 타이청 베이커리 에그 타르트)라고 한다면,  Hallmark Splodges(오븐에서 구울 때 커스터드 필링 위에 생기는 그을린 자국)가 보이는 커스터드가 패스트리 크러스트에 담겨있으면 포르투갈식 혹은 마카오식 에그 타르트라고 한다. 오븐에서 갓구운 에그 타르트가 바로바로 팔릴 정도로 인기있다. 사실 여기는 필자 혼자만 알고 먹고싶은 빵집인데, 홍콩의 어느 인기 블로그에서 이미 이 집 에그 타르트가 마카오의 에그 타르트보다 더 맛있다는 평가를 한 적이 있었다. 역시 좋은 것은 나눠야 더 빛나는 법이다.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과 오븐에서 막 꺼내온 에그 타르트


제니 베이커리(Jenny Bakery)의 수제 쿠키


홍콩 여행 전에 주변에서 제니 베이커리 쿠키를 꼭 사오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어떤 맛이기에 이렇게 유명하냐고 많이들 물어오신다. 하루에 판매되는 총량과 일인당 구매량이 한정되어 있어 그 희소성 때문에 값어치가 올라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솔직히 들긴 하지만, 버터와 우유 맛이 듬뿍나는 대표적인 홍콩 명물 간식중 하나인건 사실이다.


우유와 버터 맛이 듬뿍나는 제니 쿠키 4종 세트


제니 쿠키는 침사추이점과 셩완점 이렇게 두 곳에서 정식으로 판매가 되는데, 가게 문이 열리기 전부터 날씨에 관계없이 길게 늘어서는 줄을 발견할 수 있다. 필자가 셩완에 있는 제니 베이커리를 처음 찾아갔을때 여기가 맞나싶을 정도로 명성에 비해 소박한 모습이었다. 가게 외형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지 벽면에 상품번호와 가격이 적힌 포스터 한장만이 달랑 붙어있고, 안쪽에는 은행 창구마냥 점원들이 나란히 서서 손님이 주문하는 상품번호대로 창구 뒤쪽에 쌓아놓은 쿠키통 중에 찾아온다.


제니 쿠키 가격표. 조기 품절 사태를 경험하게 될 수 있으니 미리 차선책도 생각해 둘 것!


주로 곰돌이를 주제로 한 예쁜 동화같은 그림들이 쿠키 케이스에 프린팅되어 나오는데, 최근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쿠키 케이스의 그림도 새로 제작되었다. 지난 일요일 점심시간에 찾아갔을 때는 몇몇 제품이 이미 품절 상태여서 남아있는 것 중에 4가지 종류의 쿠키가 들어있는 것으로 두 개 정도만 구입을 했다. 여기는 참고로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 (2017. 1. 8 연말연시에는 제니쿠키 침사추이점만 연다고 한다. 오늘 가보니 너무나 붐비는 인파에 오랜만에 새치기까지 경험하게 되었다.)



PAN de PAIN Pancakes & Sweets 팬케이크 전문점


침사추이 K11몰은 젊은 취향에 맞는 다양한 신진 디자이너 제품을 취급하는 쇼핑몰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을 지나가다 우연히 처음 발을 들인 한 팬케이크 전문점. 계란을 연상시키는 노란색과 흰색에 천연목재를 사용하여 아기자기하게 꾸민 가게 전체의 분위기는 매우 따뜻하고 온화했다.



메뉴를 열어보면 간식이나 식사대용으로도 훌륭한 팬케이크들로 다양하다. 이 집 팬케이크의 특징은 부드럽고 담백하면서 매우 촉촉하다는 점이다. 티라미수 팬케이크라던지 스트로베리 팬케이크, 수플레 팬케이크(Soufflé pancake, 홍콩달러 68원)뿐만 아니라 초코켓 도라야끼와 같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팬케이크가 이곳에 있다. 이 집 커피나 펌킨 진저 라떼도 훌륭하다. 함께 즐기면 더욱 맛이 좋다.

 

팬 드 팽 (PAN de PAIN)의 메인 셰프 Muse Leung (사진출처:Openrice.com)


홍콩 출신의 유명 셰프인 Muse Leung이 직접 도쿄와 오사카, 교토 등을 찾아다니며 일본식 팬케이크에 대해 꼼꼼히 연구한 후 이 식당을 열었다고 한다. 필자는 이집의 수플레 팬케이크을 좋아하는데, 조리 시간이 보통 20분 정도 걸린다. 가격에 비해 적은 양이긴 하지만, 되려 일본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맛이었다. Leung 셰프를 많이 칭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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