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중독자의 구독 취소와 잡명상, 그리고 비워내기

나를 앗아가는 것들로부터 도망친다

by 김뚜라미

나의 껍데기는 하루하루를 어떻게든 살아내고 있는데 정작 내 영혼이 어디 있는지 찾느라 밀도 낮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날들이 많다. 마치 아침 꼭두새벽부터 굉장한 기대와 의지로 등대처럼 높은 망루 위에 올라섰지만 하루 종일 신체와 정신을 가르는 담벼락만 내내 훑어대는 느낌. 삶이 나에게 온전히 집중되지 못하는 것 같을 때 화제를 전환해서 운동을 하라는 말씀에 길던 짧던 운동을 한다. 정말로 크런치나 플랭크 같은 코어운동을 하면 배가 찢어질 거 같은 마음에 잡생각이 없어진다. 러닝이나 등산을 할 때는 숨이 차서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에 온전히 집중하고, 이런 피 냄새 가득한 헐떡거림만 종료되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투지가 잠깐 솟아오른다. 요가를 하면서는 온몸의 근육이 발가락 힘 하나에도 미세하게 반응하는 걸 느끼며 외부가 아닌 내 몸 구석에 신경이 잔뜩 쓰인다. 감사하게도 운동으로 꽤 많은 정서적 환기를 경험했다. 마치 아스라이 꺼지는 생명에 불을 넣어주듯, 운동을 하면 몸과 마음이 뜨거운 온기로 바로 세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틈새의 시간들에는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 건지에 대한 계속적인 의심이 솟아났다. 딱히 그 의심의 형체를 모르겠으면서도 자꾸만 저 불안과 의심이 삽살개처럼 나에게 달려들어 나는 운동과 책 읽기로 빈번히 도망쳤다. 쉬운 책은 나를 더 소비시킨다는 이상한 강박이 생겨서 재밌다는 영어원서를 몇 권 샀지만 그 정서가 마음으로 읽히지 않아 금세 내려놓게 되었다. 무언가로도 해소가 되지 않을 때 결국 쓸모없는 쇼츠와 영상들에게 내 시간을 점령당했다. 한참 스크롤을 내리다가 번뜩 정신 차려서 휴대폰을 무서운 벌레 취급하며 저 멀리 던져봐도 이미 내 소중한 무언가를 뺏겨서 타임 오버가 된듯한 망연자실함. 그리고 뒤따라오는 기분 나쁨. 매운 닭발이나 설탕 가득한 제육 양념 같은 걸로 뇌가 절여진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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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미드레벨 아침 산책로 , 미세먼지 없이 파랗다

나름의 큰 결단으로 유용하다고 생각하여 다운로드해 두었으나 생산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앱들을 휴대폰에서 지웠다. 특히 세일도 자주 하고 종종 좋은 상품이 올라와서 알림을 받았던 쇼핑몰 앱도 일부는 지우고, 일부는 알람을 껐다. 없어도 될 것들을 자꾸만 소비하게 만드는 유혹을 끊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밥 먹을 때나 글을 쓸 때나 심지어 무언가를 서치 할 때도 태블릿으로 음악을 들었었는데, 이것도 차츰 줄여나가고 있다. 고요함에 놓여본 적이 너무 오래간만이라 휑했지만 내가 지금 하는 행위와 시간에 온전히 집중하는 기분이 좋았다. 식사 중 입안에 씹히는 야채의 오독함, 고기의 고소함이 오감으로 느껴졌다. 후루룩 먹고 끝내던 식사시간을 강약 조절하듯 늘리고 줄이기가 수월해졌다. 내가 밥을 먹고 있다, 좋은 것들을 몸에 채워 넣고 있다고 생각하자 포만감도 훨씬 오래가고 요리하는 시간도 더 즐길 수 있었다. 학창 시절부터 MP3를 새벽까지 귀에 꽂고 공부하던 습관이 있었던 터라 나는 집에서도 카페처럼 늘 배경음악을 틀어놨다. 예전엔 음악의 선율이 엠씨스퀘어의 반복되는 진동처럼 집중을 도왔지만, 지금은 아닌 게 확실했다. 음악을 듣다가 자꾸 영상을 틀게 되고 또 내 영혼은 이상한 도피를 시작한다. 그래서 음악도 껐다. 온전히 음악만을 즐길 목적일 때 틀기로 했다. 배경음악이 사라지자 날것으로 남겨진 나의 시간이 신선하고 청아하게 흘러갔다. 내가 그 시간 속에 현현하고 있다는 것도 또렷하게 느껴졌다. 나 지금 여기에 살고 있어. 나의 기분은 지금 맑음이야.


미처 SNS 플랫폼을 싹 다 지워내지 못했다. 여전히 음식 레시피라든지, 유용한 정보들이 많다는 생각에 미련을 두고 있는 것이지만 매일 숙고하여 하나씩 지워내려고 한다. 오프라인에서의 지인과 온라인에서의 팔로워들은 동일하지 않고, 그것은 내가 현실에서 누구와 정서를 나누거나 소통하는 것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않는다. 먼 나라에 있는 친한 친구 소식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어서 SNS가 연결의 끈이 되는 것은 무척 귀하고 소중하다. 그렇지만 지인들에게 닿는 내 마음이 절실하다면 개인적인 연락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 그 일상 꼭 실시간으로 나누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접속 빈도를 최대한 낮추려고 노력하자 일상이 더욱 고요해졌다. 알림을 끄니 살 것만 같았다. 대단한 게시물은 아니지만 하트 알람에 후다닥 폰을 들고, 굳이 나에게 향하지 않는 그룹 챗 메시지에 하나하나 반응하는 소모 시간이 줄었다. 내 시간을 앗아가는 것들을 허용하고 싶지 않아 졌다.


언제 가입되었는지도 모르겠는 웹사이트에 구독을 해제하고, 쓸데없는 이메일 발신처를 차단하고, 하루 종일 울려대는 각종 광고와 메시지 알림 들을 제한하는 것들은 결국 부수적인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에서 깨자마자 알람을 끄고 날씨를 확인한다는 핑계로 집어 드는 휴대폰. 그 아이부터 좀 더 멀리해야겠다는 생각에 알람만 후딱 끄고 거실로 나가 명상을 시작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생짜로는 명상이 힘든 초보명상자라 맑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싱잉볼 명상 음악 따위를 틀기 위해서 또 태블릿을 만진다는 것이다. 그래도 5분짜리 명상 음악이 끝나는 여부와 상관없이 스스로 집중하여 내면으로 고요히 빠져드는 명상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처음에는 오만 잡생각이 용암처럼 솟아올라 고요한 새벽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활 들끓었다. 그 잡생각의 대부분은 정말 쓸모가 없었다. 머릿속에 날아다니는 잡생각들을 하나하나 잡아채어 몸 밖으로 내던졌다. 쓰레기 투기하듯 마음 밖으로 툭툭 꺼내버리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왜 쓸모없는 것들에 그렇게 시간과 마음을 써왔는지 명상을 하고 나니 지난 시간들이 안타까웠다. 오늘 나의 행복과 안녕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소모적이고 말초적인 것들.


여전히 이메일 광고가 올 때마다 매일같이 구독 취소를 조금씩 누른다. 유튜브 채널도 정말 애정하는 몇 개만 빼놓고 구독을 취소하고 있다. 단호해야 할 순간임에도 나 혼자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거 아닐까, 경제적 손해도 있을지 모르는데라며 광고메일을 다시 훑는 내가 보인다. 진정성 있는 유튜버가 전해주는 삶의 지혜나 마음을 단련하는 법, 공유해 주는 가치 있는 경험들이 과연 무시하고 지나가도 좋을 것들인지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아무리 좋은 정보와 이야기들도 내가 소화할 수 있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나아가는 시간 없이는 그저 타인의 재밌는 이야기 일뿐이라는 거다. 매일 듣기만 하면 뭐 하나 나의 뇌는 타인의 것들로 절여져 있는 것을.


내가 처한 환경을 제대로 바꾸기 위해서 일주일 식단을 대략적으로 미리 짜는 연습도 한다. 예전처럼 옷이나 다른 쇼핑을 하지 않으니 장 보는 것에서 소비욕구를 채우는 나를 발견했다. '이건 나를 위한 게 아니라 가족을 위한 거잖아?'라며 바로 쓸 것도 아닌 식재료를 담는 모습, 집에서 간식을 직접 만들면서도 굳이 감자칩에 뭐에 하나씩 더 담게 되는 낭비. 예전에 한국에서 쿠팡과 마켓 컬리 등으로 밤만 되면 미친 듯이 장바구니에 좋아 보이는 물건을 채우고 쟁였던 소비습관이 이제야 변하고 있다. 비워내려고 마음을 먹으니 집 정리도 수월해지고, 새로 사는 것도 최대한 미루고 지양하게 됐다. 꼭 필요한 건지 스스로에게 계속 묻는다. 그랬더니 정말 사야 할 건 십 프로도 되지 않았다. 이미 내가 소유한 것들이 충분함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이걸로도 어떻게든 살 수 있구나. 누구랑 비교할 거 없이 나만 충분하면 되는 거니까.


오늘 아침 명상에서는 나를 벗어나 나와 우리 가족을 생각했다. 일부러 어떤 상황을 떠올리려고 노력하지 않았는데 각자의 웃는 모습이 슬라이드 쇼처럼 보였다. 며칠 전 아파트 로비에서 얼굴은 너무 젊고 팽팽한데 지팡이를 짚고 겨우 한 걸음씩 움직이시는 아주머니를 봤던 게 기억났다. 아이러니하게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노년의 내 모습이 건강하고 단정히 활기차기를 소망했다. 운동으로 건강한 신체를 준비하고, 마음이 시들어가지 않도록 자꾸 들여다보며 곪은 것들을 도려내는 일. 기름기 가득 윤택한 모습이 아니라 고목나무처럼 깔깔하고 단단한 모습으로 아이 같은 해사함을 가득 지닌 사람이 되고 싶다.


프로 명상러가 되어 고요함을 즐길 수 있는 날까지!

명상을 위해 '싱잉볼 하나쯤은 마련하고 싶다는' 소박한 욕심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 날까지. 비우고 열심히 파내어 고목나무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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