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 구경이 제일 재밌다
요가를 마치고 여느 때처럼 택시를 불러 타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요가학원이 위치한 푸켓 올드타운은 한적한 주택가와 로컬 상점들이 줄지어 있어 로컬의 삶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꽤 규모가 있는 주택 하나를 지나치는데 담장 위에 있는 수많은 깨진 병 조각들이 눈에 띄었다. 거진 30미터쯤 되는 긴 담벼락 위에 정성스럽게 붙여져 있는 깨진 병조각. 코카콜라와 환타, 스프라이트가 규칙 없이 늘여져 있는 방어력 최강의 담장. 수십 개의 공병이 사용되었을 법한 유리담장을 보며 저기 사는 사람이 참 부자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택시에서 태국 힙합음악이 퐝- 하고 흘러나왔다. 태국어라서 전혀 이해는 안 되지만 흥겨운 음악은 특별한 해석 없이도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 마치 추억의 마카레나송처럼 따라 부르고 싶은 멜로디였다. 깨진 유리병 행렬에 머물던 시선을 거두어 앞자리에 있는 오디오를 머쓱히 쳐다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슬쩍슬쩍 어깨춤을 추는 택시기사의 뒷모습을 보았다. 꽤나 흥겨운 춤사위에 놀라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 택시기사 아이(?)는 최근에 급부상하는 다국적 남자 아이돌 그룹의 멤버 같았다. 또록또록한 눈망울, 우뚝한 콧매, 날렵한 얼굴선. 태닝 한 닉쿤의 느낌이랄까.
길고 긴 담벼락 위에 한 땀 한 땀 붙여진 깨진 유리병과 갑작스레 흘러나오는 태국어 힙합음악, 그리고 아이돌재질의 택시기사 청(소)년. 무언가 엄청난 믹스매치가 이상하게 내 정신을 깨워서 슬쩍 흔들어놓았다. 창밖을 수동적으로 응시하던 나에게 갑자기 탄산음료가 들이부어진 듯한 느낌. 지극히 단조로운 하루에 불현듯 마주하는 일상의 도드라진 단면들은 그 자체로 기분이 묘하고 좋다. 이게 대체 무슨 환기인가 싶어 뒷골이 서늘할 때도 있지만 여전히 내 감각들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언제 반응할지 모르는 예민한 나의 감각들을 잃고 싶지 않다. 그냥 흘려보낼 수 있는 풍경 한 조각이지만 깨진 유리병이 뾰죽뾰죽 집 울타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처럼 내 삶의 작은 한조각도 날카롭게 지켜내고 싶다.
허투루 페이지를 마구 넘기기엔 너무도 소중한 나의 하루들이니까.
다음 날이 기다려지는 요즈음의 내가 참 좋다. 멈춰있던 바퀴가 다시 굴러가는 느낌.
내일은 무얼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작은 생각이 행동을 만들고 행동이 다시 또 하나의 계기가 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