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문턱에서

여전히 적응 안돼

by 둥댕멈

며칠 전 아침에 일기를 쓰고 있었다. 방문이 흔들리길래 바람이 많이 불어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책상 앞에 앉아있는 나도 흔들린다.

이게 무슨 일인가? 카펫 위에 책상이 있어 안정적이지 않아서 그런 건가? 책상에서 조심스레 손을 떼어본다. 여전히 미세하게 흔들린다.

'술이 덜 깼나?'

간밤에 과음한 나를 돌아보며 가만히 의자를 내려다보았다.

의자가 혼자 움직인다.

같은 나라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혹시나 하며 연락을 취하려고 폰에서 이름을 찾는데 친구에게서 먼저 3초 정도 빨리 연락이 왔다.

'지진 났어 여기, 그래서 애들이랑 식탁 밑에 숨 었어.'


내 예상이 맞았다. 지진이었다.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지진을, 지진에게서 안전하다고 느낀 이 나라에서 경험한 것이다.

내가 느낀 지진은 아주 미세한, 전달된 지진이었다. 친구가 사는 지역에서 강도가 꽤 높은 5.8도의 지진이 일어났고 그 여파로 1,500km 떨어진 곳에 사는 나도 느낀 것이다.


짧은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당연히 나와 그 시간에 집에 있던 내 반려동물을 안고 달려 나가야 하나? 가 제일 1순위이었다. 그리고 든 생각이.

구매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살림살이들- 냉장고, 세탁기, 소파 등등과 코로나로 여기저기 좋은 가격의 딜로 사놓은 새 화장품들... 소중한 내 자동차... 집이 무너지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좋은 옷, 좋은 차, 좋은 물건 다 아무 소용없는 것이었다. 미니멀리즘에 대해 깨달았다고나 할까,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서양의 속담이 딱인 순간이었다.


내적 갈등이 여기서 또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언제 갈지도 모르는데 내가 좀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고 사는 건 어떠한가? 아무렇게나 욜로를 외치며 살아가자!!


이것을 또 그 아찔한 순간에 대입해 보니, 상당히 후회가 밀려들 것 같다. 욜로라는 멋진 말, 워라밸이라는 타당한 이유가 있어 보이는 말이지만 결국 내 하고픈대로 맘대로 하며 즐기고 살아가겠다 로 변질된 느낌의 삶을 살 것 같았다.


나의 결론은,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건에 대한 욕망도 아니고 욜로를 외치며 워라밸을 갈구하는 삶도 아니고 정말 그냥 가장 쉬워 보이지만 어려운 것. 습관처럼 매 순간순간의 시간을 놓치지 않고 소중히 하며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을 겪은 지 시간이 조금 지났는데 이렇게 또 쓰다 보니 내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상기시켜준다.



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내 삶을 후회 없이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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