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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w profile

by 이선율

어느 날부턴가 나는 내가 노력하고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남이 알아주기를 덜 바라게 되었다. 나의 진심이 오해받거나, 혹은 애써온 것들이 아무렇지 않게 여겨질 때 느껴졌던 깊은 아픔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 아픔은 마치 징벌처럼 나를 감싸 안았고, 결국 나는 타인의 인정에서 한 발짝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풍파가 지나간 지금은, 오히려 남이 몰라주길 바라게 되었다. 지금 내가 좋아하고 노력하는 것들은 더 이상 원대하거나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다. 그래서 어쩌면 조금은 부끄럽다. 예전에는 크고 빛나는 무언가를 꿈꾸며 그것을 세상에 증명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작고 소박한 것들조차 온전히 지켜내는 것이 나에게는 더 중요해졌다.

이제는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지키고 싶은 이 작은 것들은 타인의 시선으로 가늠될 수 없는 나만의 소중함이다. 때로는 세상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기쁨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하고 더 자유롭게 해주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세상에 증명하려 애쓰지 않는다. 대신, 내 안의 조용한 행복과 평화를 지켜나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나를 사랑하는 길임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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