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의 이유

by 이선율

나는 더 이상,

사람들에게 드러내기 위한 몸을 원하지 않는다.

내게 몸은 과시의 도구가 아니라,

정신을 정제하는 물질적 거푸집이다.


운동은 단지 근육을 키우는 행위가 아니라

정신의 침전물을 걷어내고

나를 다시 내 중심에 세우는 조율의 과정이다.


예전에는 '어떻게 보일까'를 걱정하며

몸을 가꿨다.

이제는 '어떻게 느껴지는가'를 기준 삼아

몸을 가다듬는다.


썬탠도, 쩍쩍 갈라진 근육도,

닭가슴살로 맞춘 식단도,

더 이상 나에게 매혹적이지 않다.

나는 운동선수처럼 보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정신이 맑아지는 몸을 원할 뿐이다.


부풀어 오른 세상 속에서

그 팽창의 흐름을 정제된 선으로 가르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관리되지 않는 듯하지만,

자연스럽게 정리되어 있는 사람.

드러내지 않아도 안에서 단단한 사람.


지금의 나는,

몸을 통해 정신을 가꾸고,

정신을 통해 존재를 정제한다.

그게 내가 운동을 계속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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