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중환자실. 그 경계의 공간에서.
눈을 떴을 때는 창 밖이 깜깜했다.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계산해보니 이른 아침부터 수술을 시작한 지 열 시간이 넘게 지나있었다. 머리는 멍하고, 눈앞도 이상하게 붕 떠 보였다.
중환자실의 창 밖에는 평소에도 예쁘지는 않다고 생각해왔던 롯데월드타워가 서있었다. 새까만 하늘을 가르고 광선검처럼 빛나고 있어서 유독 조화롭지 못하게 보였다. 심지어 외벽을 장식한 불빛의 선들이 천천히 색이 변하기까지 했다.
열었다 닫은 머리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 다만 머리를 꽤 넓게 절개한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던 터라 오른쪽 머리를 베개에 닿게 하는 게 왠지 꺼려졌다.
그리고 머리에 피가 쏠리지 않게 하려고 환자용 침대의 등이 반쯤 세워져 있었다. 그 탓에 나는 계속 고개를 살짝 왼쪽으로 돌리고 어중간하게 앉아 창 밖의 빛나는 타워를 하염없이 보고 있어야 했다.
타워의 불빛이 꺼지고, 날이 밝았다고 다시 지고, 다시 불빛이 켜져서 천천히 색이 바뀐다. 중환자실엔 사람이 침대 채로 끌려서 들어왔다 나간다. 누군가는 죽어가는 신음만 내뱉는데 그 옆에 앉아서 숟가락을 들고 미음을 삼키는 사람도 있다.
나도 그 한편에 창가 자리에 있었다.
깨어나고 얼마간은 물도 마시지 못하게 했다. 너무 목이 마르다고 했더니 간호사가 거즈를 적셔서 물려줬다. 입만 적시라고 했지만 안간힘을 다해 빨아먹었다.
한참 지나서야 물을 마실 수 있었는데 약이랑 같이 주는 바람에 약을 삼키려다 된통 사레가 들렸다. 간호사 두 명이 엄청난 속도로 젖은 상의를 척척 갈아입혀서 마치 잘 수납된 빨래가 된 기분이 되었다.
중환자실에서 눈만 뜨고 있는 게 힘들어질 때쯤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어차피 중환자실 안이지만 공간이 분리되어있고 천장 쪽에 작은 텔레비전이 달려있어서 자리가 나면 바로 옮겨달라고 부탁해두었던 곳이다.
처음엔 그 텔레비전으로 예능이니 드라마를 좀 돌려보았지만 긴 광고라도 시작하면 또 다른 채널을 찾는 것조차 귀찮아져서 내내 음악방송 채널을 틀어두었다.
그 텔레비전에서 소리는 아예 안 나왔었나. 작게 들렸었나.
전등도 없이 작고 어두운 공간에 화면 속 무대가 재생되고, 거기서 나오는 화려한 원색의 빛이 천장에 비추던 것만 기억난다.
며칠 지나지 않아 일반 병실로 올라갈 수 있었다. 중환자실을 나갈 준비를 하러 온 간호사가 내 목에 달아놓은 관이 굵어서 뺄 때 아플 수 있고 지혈을 하려면 세게 눌러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통증은커녕 무슨 관을 뺀다는 건지도 알 수가 없었다.
목 어디에서 뭘 빼기는 한 것 같은데 체구가 작은 간호사가 내 목 위에 올라타다시피 해서 체중을 실어 누르길래 그제야 놀랐다.
이렇게 지혈해야 할 정도로 굵은 관을 뚫어 놓았는데 지금껏 그런 게 달려 있는 줄도 몰랐다니, 이 정도면 아프지 않은 게 아니라 진통제에 절여져 있어서 아무도 몰랐던 게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그렇게 싫던 중환자실을 벗어나 일반병실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종일 통증과 불쾌감에 시달려야 했다. 수시로 머리맡의 호출벨을 누르고 진통제를 요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역시 사바세계는 고통으로 가득하다.
맨 정신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나는 밤이 되면 머리가 너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말했고, 팔에 달아놓은 링거에 강한 진통제를 하나 넣어주면 약기운에 어질어질 흔들흔들 미역처럼 흔들리면서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