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야모야병입니다.

모야, 진짜 그게 뭔데

by 이현선

‘아직 젊으니까 건강하잖아’ 같은 말을 들어도 ‘그렇죠’ 하고 만다.

굳이 아픈 걸 밝힐 일도 없고, 말해봐야 약점만 된다. 특히나 그다지 가깝지 않은 사람을 대할 때나, 회사에서 같이 필요에 의한 관계일 때라면 더 그렇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는 안 그래도 낯선 병의 이름이 별로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이름인 건 일본인이 처음 발견해 이름 붙였기 때문이다. 모야모야, 일본어로 모락모락이라는 뜻이다.

모야모야병을 쉽게 설명하면 뇌 안의 혈관이 사라져 부족한 병이다. 내 검사 영상을 보면 왼쪽 뇌 안에는 나무의 가지가 뻗어나가듯 혈관이 이어져나가는 반면, 오른쪽 뇌는 뿌리 부분부터 혈관이 별로 없고 그나마도 흐릿하다.

그 혈관들의 모습이 마치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 같아 보인다고 모야모야병이라고 이름 붙였다.

출처 : Children's Hospital of Philadelphia (www.chop.edu/conditions-diseases/moyamoya-disease)


연기 같은 모야모야 혈관은 부족한 혈류량을 보충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만들어 낸 비정상 혈관이라고 한다. 지금껏 비정상적인 것에 기대어 살고 있었던 셈이다.

나는 저 모양이 벌레가 기어간 자국이나 개미집 같아 보인다. 이름도 볼품없고 모양새도 괴상하다.

그래도 나를 설명하려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혈관이 가늘고 약하기 때문에 막히기 쉽고 터지기 쉽다. 그게 뇌졸중이다. 뇌 안의 혈관이 막히는 것이 뇌경색, 터지는 것이 뇌출혈. 의사는 내 뇌에 작게 뇌경색이 왔던 것 같다며 검사 영상에서 세 군데를 짚어주었다.


혈관이 뇌에 필요한 혈액을 충분히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약으로 관리하거나 수술로 보충해주는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완치보다는 예방 차원의 조치이다.

뇌에 새 혈관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간접 문합술, 관자놀이에서 뛰는 큰 혈관을 뇌 안의 혈관과 직접 이어주는 직접 문합술이 있고 내 경우는 후자라고 한다.


개두술의 범위가 넓어지고 얇은 혈관 두 개를 몇 바늘이나 꿰매 잇는터라 수술 자체의 위험이 크지만 무사히 마친다면 혈류량이 개선되는 결과는 간접 문합술 보다 낫다고 했다.

-수술 중에 예상치 못한 작은 혈전이 생겨서 혈관을 막는다든지... 마취 중에 몸이 발작적으로 움직인다든지... 하지만 잘만 끝나면 괜찮아요.

그래도 아직 젊은데 혹시 모르니까 신중하게 생각하세요. 저희도 꼭 하시라는 건 아니에요. 뭐 그런 위험이 있으니까 수술을 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지만 잘만 끝나면...


-그게 괜찮은 건가요?


의사는 최악의, 그리고 일말의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을 수 없기에 최대한 완곡한 단어를 고르려고 했던 것 같지만, 내 귀에는 가장 직설적인 단어로 변환되어 들렸다.

그런 단어들이 갑작스러워 두려워지던 때가 있었다.


난치병이라는 말은 분명 불치병이라는 단어와는 별개다. 그러나 과연 두개가 어떻게 다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차피 이 병변 혈관이 정상적인 뇌혈관처럼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 결국 완치라는 건 아니다. 그러나 사람의 몸이란 원래 공장에서 막 출고된 새 전자기기처럼 완벽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정상 그리고 정상외의 모든것은 비정상. 그렇게만 나누는 것이 얼마나 많은 경우에 폭력적인가를 알게 되는 데에는 꽤 시간이 걸렸다.

중요한 것은 받아들여야 할 것을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갈 시간을 준비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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