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닝 Jul 30. 2020

안녕, 나의 신입시절 2 - 선택의 갈림길 속에서

나는 어떻게 기획자가 되었나 2탄

<안녕, 나의 신입시절 1-3편>

안녕, 나의 신입시절 1 - 평범한 회사원은 싫어서 https://brunch.co.kr/@sasap12/1
안녕, 나의 신입시절 2 - 선택의 갈림길 속에서 https://brunch.co.kr/@sasap12/2
안녕, 나의 신입시절 3 - 어떤 기획자로 살래? https://brunch.co.kr/@sasap12/3



선택의 갈림길 속에서


어쨌거나 무사히 유럽 여행을 마치고, 다시 나의 일상 속으로 돌아왔다. 남은 학기는 3학점짜리 한 과목과 졸업 논문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앞서도 말했듯 대학 4년 동안 나의 진로는 오직 하나였다. 학부 졸업 후 대학원 진학. 이에 대한 고민은 털끝만치도 해본 적이 없다. 꿈에 대한 확신이 흔들려 본 적이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유럽 여행을 앞두고 한 아르바이트 한 번이 나의 모든 걸 다 뒤덮었다.

내가 가진 지식을 활용 할 수 있는 곳이 무궁무진하다는 사실.

어쩌면 내가 배운 걸 한국어 교육이 아닌 다른 곳에도 활용해볼 수 있는 길이 있겠다 싶었고, 이것 저것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만 주위에 비슷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었고, 요즘처럼 브런치나 페이스북, 블라인드 같은 플랫폼에서의 정보 공유가 활발하지도 않던 때여서 수박 겉핥기 식으로의 정보만 알 수 있었다. 그러다 발견한 한 IT 기업의 공채 공고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평범한 회사원으로의 길은


한 IT 중견 업체였는데, 검색 데이터 관리를 하는 업무의 '신입' 포지션이었다. 너무나도 생소한 형태소 분석기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 국어학 전공을 우대한다고 했다. 직감적으로 '아 내가 알아보던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에야 JD를 읽으면 이것이 어떤 분야의 업무이고, 어느 정도 지식이 있으면 되겠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더더군다나 취업을 단 한번도 준비해보지 않았던 나에게는- 그 포지션이 어떤 역량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업무에 대한 설명인지 너무나도 막막한 상태였다. 그래도 내가 아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자소서를 썼고 운이 좋아 2,3차 면접을 마치고 최종 합격을 하게 되었다. 선택의 갈림길에 서서 고민하던 내가 갑자기 회사원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럴수가 감사했다.  (이 과정은 이렇게 한 줄로 끝내기엔 너무나도 길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 전공과 아르바이트의 경험, 흔하지 않은 직무 포지션. 세 가지가 잘 어우러져 합격할 수 있던 요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론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그 다음에 난 뭘 해야 하지?


막상 신입으로 들어와, 나름의 고충을 겪으며 멍충이가 덜 멍충이로 거듭나는 신입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2년이 되면서 점점 이 업계의 그림과 내가 할 수 있는 일/부족한 일/관심이 가는 일 등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내가 했던 일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서비스 기획은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면 '검색 데이터 기획' 이었다. (여기에서의 데이터는 통계/숫자 등의 데이터가 아니다. 언어 데이터에 한정한다.) 검색의 기반이 되는 색인(index)을 위한 사전을 운영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일, 검색 포털에서 인입되는 수많은 사용자의 쿼리, url, 검색 결과 등의 Raw데이터들을 가공하고 분석하여 검색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를 만들고 분석하는 일.. 등등을 수행했었다. 해당 업무 환경이 개발 환경에서 이루어졌기에 리눅스에 접속해서 명령어도 공부하고, vi를 통해 데이터를 보고, git commit도 해보고, c언어와 파이썬을 배워보고자 컴퓨터 학원에도 다니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단 한달만 다니고 포기했지만.) 업무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사용자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개선하고 싶어도 내가 할 수 있는 한계는 정해져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backend가 아니라 front에서 사용자들과 만나고 싶다는 니즈가 커졌다. 그래서 이직을 결심했다.

너무 생소한 모든 지식을 습득하느라 정신없던 신입 시절




데이터 기획자에서 검색 기획자로


막상 이직을 결심하고 나니 대부분의 자리가 3년 이상, 서비스기획 경험을 가진 사람을 우대하고 있었다. 검색 기획자에 대한 니즈는 굉장히 제한적일 뿐더러, 나의 큰 약점은 서비스기획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데 있었다. 기획서는 몇번 보았지만, 실제로 어떤 사이클로 돌아가고 운영되는지에 대한 지식은 책이나 강의를 들은 것 외에는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한 서비스에서 검색 기획자의 자리가 났고, 그 곳에서는 내가 기존에 했던 업무 -형태소 분석기에 대한 지식이나, 검색 데이터 기반이 되는 사전 등의 운영 경험-를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 적은 연차였고 서비스기획에 대한 경험은 전무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기존 업무 경험에의 연관성과 기획에의 의지만을 보고 팀장님은 나를 뽑아주셨다. (그리고 그분은 아직까지도 내 직장 생활에서 최고의 팀장님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닮고 싶은 분이다.)

두 번째 직장에서 검색 기획을 시작으로 다양한 서비스 기획을 하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나의 첫 직장에서 배운 신입 시절의 기본 역량들(커뮤니케이션이나 업무 조율 등)이 금방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 때 배운 backend의 지식이 기획자 포지션에서 흔하게 겪기 어려운 경험이었기에, 그것 또한 개발자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톡톡하게 쓰였다는 점이다. 역시 세상에 쓸모 없는 경험은 없다.


그렇게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잘 적응하는가 싶더니.. 이내 나는 또 한번의 이직 결심을 하게 된다.






- 3탄에서 계속 -








매거진의 이전글 안녕, 나의 신입시절 1 - 평범한 회사원은 싫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