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닝 Feb 03. 2021

프로덕트를 보는 시각을 바꾸다.

- 트레바리 독후감 : '인스파이어드'를 읽고

★ 21년 새로운 목표 중 하나인 책읽기를 빠지지 않고 하고 싶어 (무려 돈을 내고 ㅠㅠ)트레바리에 가입했다. 

첫번째 책 '인스파이어드'를 읽고 제출한 독후감. 차곡차곡 브런치에 기록해볼 생각이다.





1. 읽은 책 : 인스파이어드 (감동을 전하는 IT 제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 책 소개  (출처 - 네이버 책)

 왜 어떤 제품은 ‘대박’을 터트리고 어떤 제품은 그러지 못할까?
인터넷 산업의 초기 시절에는 한 회사가 어느 지역에 위치했는지가 그 회사가 일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지역은 큰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최고의 회사와 제품팀을 세계 각지에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최고의 기업과 팀이 일하는 방식과 나머지 평범한 기업과 팀이 일하는 방식에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 고유한 차이가 모여서 최고의 기술 제품을 만듭니다. 이 책은 최고의 제품팀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설명합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팀처럼 업무 혁신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3년차 기획자 시절 나의 이야기다. A라는 기능을 구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각종 VOC를 통해 수없이 요청을 받아온 기능이었기에, 사용자들에겐 편리함을 가져다 줄 수 있음에 분명했다. 신이 나서 기획을 하고 서비스 릴리즈까지 마친 어느 날. 본부장님실에 들어갔다 나오신 팀장님께 호출을 받았다. 해당 기능을 '롤백'하라는 것. 오픈도 했고, 홍보까지 한 기능을 롤백이라니? 당황스럽고 영문을 몰라 어쩔수 없어 하던 차에 대답을 들었다.

  당시 내가 맡고 있던 페이지에서는 광고 상품도 같이 엮여 노출되고 있었는데, 내가 출시한 기능이 사용자에게는 편리함을 줄 수 있지만 클라이언트들에게는 자사 광고가 상대적으로 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항의 등의 위험 부담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허탈하고 실망스러웠다. 극단적으로는 편리함이 돈에 밀린 느낌이었다. 특히나 이건 몇 회의 노출을 보장하는 형태의 광고도 아닌데 이렇게 결정되는 것이 맞나?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이직 준비를 시작했고, 결국 이직을 했다.

  '인스파이어드'를 읽고, 내가 겪은 이 경험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이내 깨달았다. '그때의 시각은 정말 잘못된 관점이었구나'. 이 책이 아니었더라면 아마 PM에 대한 올바른 시각은 영영 갖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책에서는 회사의 규모마다 필요로 하는 단계를 나누어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스타트업, 성장 단계의 기업, 대기업으로 구분하였는데, 규모가 다르기에 필요로 하는 요소와 조건이 당연히 상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각 단계에서 요구하는 PM의 역할은 놀라울 정도로 일관적이다. '예비 CEO'. 각 장마다 표현 방법은 다르지만 결국에는 '고객, 데이터, 비즈니스, 그리고 시장'에 대해 넓고 깊은 시각을 가지고 제품을 완성해나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한결같이 말하고 있었다.

  책의 초반 지점에서 한 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솔직히 다들 하는 말 정도의 수준인 것 같은데 왜 이 책이 대단하다는 거지?'. 어느 아티클에서든, 책에서든 PM은 넓게 조감하되 디테일한 부분도 챙길 줄 아는 역량을 기르라는 말들이 넘쳐났고 이 책도 그 중 하나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중간 즈음 읽고 나니, PM이라는 직군뿐만 아니라 프로덕트를 보는 시각 자체에 대한 나의 관점이 많이 달라져 있는 것을 느꼈다.

  오랜 기간 서비스 기획자로 일해왔고, 이제 갓 PM으로 전향한 나는 서비스를 바라볼 때나 개선해나갈 때 오직 '사용자' 중심으로 바라보고 사고해왔다. 서비스를 개선하는 기준은? - 유저, 서비스가 잘됐다고 말할 수 있는 지표는? - 유저의 반응. 늘 사용자의 불편함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이 업의 본질이고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다르게 말하고 있었다. 유저는 PM이 알아야 할 전체 중 부분집합에 불과한 요소였다.

  결국에 제품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그것을 책임지는 것은 '이 제품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가'에 달려있었고, 그 가치의 결정은 유저의 편의성과는 전혀 다른 관점일 수 있었다. 아무리 기능을 바꾸고 앱 업데이트를 백날천날 한들 그 개선사항들이 고객들이 계속 서비스를 이용하고, 선택하고, 구매하도록 하는 서비스의 가치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자기 만족에 그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다시 처음 나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때의 내가 출시한 기능은 단순히 사용자 불편함을 제거하는 기능 그 이상/이하도 아니었을지 모른다. 이 기능으로 인해 우리 서비스의 가치가 대폭 향상했는가?, 전환율과 재방문율이 엄청나게 늘었는가?, 다만 이러한 질문들에 만약 Yes라고 답할 수 있었다면 나는 가치를 가지고 본부장님을 설득했어야 했다. PM이란 명확한 서비스 가치 앞에서는 남들을 설득시킬 수도 있어야 하는 그런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덕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배웠으니, 이젠 이 기준을 가지고 '좋은 팀'을 만들고자 애써볼 생각이다. 한낱 일개 사원 하나가 무엇을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느냐마는, 부딪히고 깨지는 과정 속에서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길들이 또 열리기를 기대하며 시도해 보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