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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닝 Mar 03. 2021

디즈니 CEO에게 배운 세 가지

- <디즈니만이 하는 것> 을 읽고

바야흐로 디즈니의 시대

2019년, 알라딘 영화 흥행에 힘입어 가는 카페마다 알라딘 OST가 끊이지 않고 흘러나왔다.

회사 동료는 자라(Zara)와 디즈니의 콜라보 제품을 구매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집 앞 롯데몰에 갔더니 마블 히어로의 피규어를 전시해놓았길래 구경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이것도 모자라 '디즈니 플러스'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내가 겪은 디즈니의 경험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 것이다. 영화, 음악, 캐릭터 IP를 활용한 콜라보 & 굿즈들, 이젠 OTT까지. 내가 '엔터테인먼트'하는 모든 것의 절반은 다 디즈니에서 온 것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인 것 같다. 정말로 'A Whole New Disney World'의 시대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이번에 읽은 <디즈니만이 하는 것>은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CEO 로버트 아이거가 15년간 회사를 이끌며 겪은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어떻게 지금의 디즈니를 만들었는가'가 아닌 '이렇게 디즈니를 만들었다'는 시간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펼쳐가면서, 말단 직원에서 CEO에 이르기까지 그 위치에서 생각하고 사고하는 방식에 대해 상세하고 진솔하게 적어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적으면서 수많은 밑줄들이 책을 가득 채웠지만 이중에서도 PM으로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도움이 된 것, 인사이트를 받은 부분을 '딱 세 가지만' 꼽아 오래 기억하고자 한다.


우선사항이란 많은 시간과 큰 자본을 투입할 극소수의 대상이어야 한다. 그 목록이 지나치게 길면 중요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아무도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중략)..  "딱 3가지만 선택하세요.... 중요한 건 3가지만 정하는 겁니다."
- 디즈니만이 하는 것, p.195
책을 읽으며 밑줄친 곳에 포스트잍을 붙였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세 가지만 뽑기 위해 밑줄 그은 곳을 다시 읽으며 정리했다. 그렇게 남은 세 장의 포스트잍, 세 개의 인사이트







첫째, 우선사항을 함께, 반복적으로 공유하기

기업의 조직문화는 많은 요소들에 의해 그 형태를 갖춘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리더가 '우선사항'을 반복적으로 명확하게 전달하는 일이다. .. 리더가 우선사항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면 주변 사람들은 일할 때 무엇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시간과 에너지, 자본이 낭비되고 마는 것이다. .. (후략) (p.196)

'지금까지 나는 이번 분기 혹은 올해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이 뭔지,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뭘 해야하는지 알고 일해왔던가?' 하는 생각을 해 봤다. 개별 아이템 혹은 조직이 달성해야 할 KPI수준에서만 고민하고 과제를 수행했던 기억만 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회사의 목표, 그리고 어떤 기준에 근거하여 목표를 이룰건지를 알아야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도 조직원들이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과정은 거의 연말 ~ 연초에 으레 겪는 하나의 이벤트로만 취급했고 이후엔 그저 실무를 하기에 바빴던 기억뿐이니 말이다.

책에서는 전적으로 리더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긴 하다. 리더는 ‘우선사항’을 반복적이고 명확하게 조직원들에게 전달해야 하고 그래야 조직원들은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를 알 수 있다고 말이다. 당연히 리더는 조직원들에게 회사의 미션과 방향에 대해 명확히 이야기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조직원으로서 나도 더이상 수동적으로 회사가 말해주기만을 기다리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의 우선순위를 알고 거기에 align되어 일할 수 있도록 계속 안테나를 세우고, 적극적으로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묻고 알아차릴 수 있는 조직원이 될 필요도 있다는 것을 되새겨 보았다. 더 나아가 하나의 '프로덕트'와 '기능' 차원에서도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고 발전시키고자 하는지' 계속 공유하고 제시하는 일을 PM으로서 수행해보자는 도전도 얻었다.




둘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빠르게 수용하기

거의 모든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들이 급변하는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려고 노력하면서도 용기를 내기보다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고, 이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기존 모델을 보호하는 데 고집스럽게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p.168)

'성공의 덫(Success Trap)'이란 말이 있다. 기업이나 개인이나 성공의 기반이 된 강점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의 발목을 잡아, 다른 역량이나 가능성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는 말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 단어가 생각이 났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늘 '잘하던 방식'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진행하게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개인도 그러할진대, 기업의 경우에는 얼마나 그 정도가 더할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변화를 알아차리는 순간 관성이 아닌 또다른 생존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그것을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너무 뻔하고 교과서적인 말인 것 같지만, 특히나 더더욱 변화가 큰 IT업계에서는 절대로 잊지 말고 지녀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 '유저들이 이렇게 생각해', '예전에는 이렇게 했었어'라는 과거의 성공과 영광 대신에 지금의 업계와 트렌드가 무엇을 말해주고 있으며, 앞으로 한 두 수 앞을 내다봤을 때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를 명확히 이해하고 과감한 선택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현재에 충실하고, 늘 준비된 사람이 되기

주어지는 기회보다 야망이 지나치게 앞서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은 희박한데 특정한 직무나 프로젝트를 갈망하는 사람들을 수없이 봐왔다. 아직 너무나 멀리 떨어져있는 작은 무언가에 초점을 맞추려 하면 그 자체로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현재의 직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인내심을 잃거나 조바심을 부리게 되기 때문이다. (중략)
결국 야망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방법을 아는 것이 관건이다. 주어진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인내심을 유지하며 기여와 확장, 성장을 위한 기회를 찾아야 한다. 동시에 그런 기회가 찾아왔을 때 보스의 뇌리에 적임자로 떠오를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될 수 있도록 태도를 가다듬고 에너지와 집중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p.141)

일전에 아는 기획자분께서 갑자기 일본어를 할 줄 아느냐는 내용의 메신저를 보내온 적이 있었다. 히라가나도 몰랐기에 '아뇨, 못해요..' 라는 대답을 아쉽게 보냈던 기억이 난다. 전에 있던 회사에서는 내부에서 사내 이동으로 조직을 옮길 수 있는 제도가 있었는데 제안해보고자 말씀을 주셨던 것 같다. 만약에 내가 일본어를 할 줄 알았다면? 다른 도메인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었을 것 같다. 가지 않은 길이라 지금에서 선택이 어떻다 판단할 수는 없지만 할 줄 아는데 선택하지 않은 것과, 선택하지 못한 것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아직까지도 그때의 아쉬움이 계속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이 일을 계기로 결국에 중요한 것은 5년 뒤, 10년 뒤의 모습보다 그것을 위해 살아가는 오늘의 실천이라는 가치관이 나에게는 뿌리깊게 박혔다. 5년 뒤 기회가 왔을 때 내가 잡을 수 있는 것은, 결국 오늘 하루하루에 충실한 점들(dots)이 모여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 내가 생각하는 방향이 틀리지는 않았구나 하는 안도의 마음이 들었다. 야망을 갖되, 결국에는 현재에 얼마나 충실하느냐가 앞으로의 모습을 판가름지을 수 있는 요소가 된다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늘 오늘에 충실하기, PM으로서 그리고 나라는 한 인간으로서 항상 잊지말고 갖춰야 할 자세인 것 같다.





어떻게해서 지금의 월트 디즈니 컴퍼니가 있었는지를 알고 나니, 이후의 디즈니 플러스의 행보도 저절로 기대가 된다.



사람들은 성공은 결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 로버트 아이거가 겪은 수많은 챌린지와 결단의 상황들, 그리고 그 때에 그가 어떻게 반응했는가를 보면 성공이라는 결과가 낯설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로 이야기하면 거창하고 대단해보이지만, 결국 그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교훈들은 바로 지금 당장 내가 실천해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어서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PM으로서 어떤 리더십을 가져야 하는지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좋은 책 한 편을 발견해서 뿌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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