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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닝 Dec 30. 2021

프로덕트 매니저가 고집이 필요할 때

타협하기 어려운 과제 앞에서

   누군가 내게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무엇을 가장 많이 배웠냐고 묻는다면 '프로덕트는 비즈니스의 성장을 돕는 역할이어야 한다'라는 관점에 관한 동의였다.  결국 프로덕트 매니저는 사용자와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제품을 성장시켜 나가야 하는 미션을 가지고 일해야 하는 숙명을 지닌 존재인  같다는 것이 결론.


하지만 이들 간의 균형을 맞추는 일도 이해만큼이나 중요한  같다는 것을 깨달은 일이 있었다.


며칠 전 사업부서로부터의 업무 요청이 들어왔다. A를 통한 매출 상승이 기대되기 때문에 사용자들한테 제공하고 싶은데, 이걸 서비스에 반영 좀 해달라는 거였다. 그러면서 나름대로의 안을 두 가지 가져왔다. 1안은 현재 서비스 구조를 유지하면서 제공할 수 있는 안, 2안은 현 구조로는 소비할 수 없으니 대안으로 풀어낼 수 있는 안. 이론적으로만 봤을 때 사업의 니즈는 충분히 이해됐다. 나였어도 ‘돈을 더 벌 수 있는데’ 그냥 두긴 아까웠을 테니까 말이다.


평소였으면 (뭐 투덜대긴 하겠지만) 사업의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이라면 프로덕트 사이드에서 전폭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지지했을 거다. 그런데 이건 아무리 봐도 사업에서 결정한 방향이 맞는지 의문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유는 이러했다.

첫째, 서비스 구조를 유지하면서 요청한 기능을 제공한다는 것이 우리 서비스 방향과 핏이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보안상의 이유로 자세히 적기 어려워 충분히 설명이 가능할지 조금 우려되지만,) 우리 서비스는 유저에게 X라는 기능을 통해 사용자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사업에서 요구한 A라는 기능은 X의 일부분에 불과한 기능이었다. 그걸 사용자 경험과 직결되는 X와 동등한 레벨에서 제공하자는 것이 사업쪽의 주장이었다.

사실 니즈에 대해서 이해가 전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눈앞의 수익을 위해 유저들에게 전혀 다른 (이라고 적고 이상한이라고 읽는다) 서비스 가치를 제공하는 걸 눈 뜨고 볼 순 없었다.


둘째, 현재 구조가 아닌 대안으로 이 기능을 제공한다 한들 이것이 향후 서비스가 가져갈 가치와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들었다.

눈앞의 매출은 A에서 나올지언정 사용자들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치는 다른 것에 기인한다고 생각했다. 서비스 존재 이유를 뒤흔드는 기능이 지금 이렇게 나와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제품을 만들어 간다는 것은 단기간 달리기가 아니라 오래 달려야 하는 마라톤이다. 오래오래 잘 달려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로드맵과 방향이 굉장히 중요하고, 그에 따라 사용자에게 일관되고 가치있는 핵심 경험을 ‘오래’ 줄 수 있느냐가 결정되는 것이다. 결국 비즈니스 역시 탄탄한 서비스 가치 위에 세워져야 무너지지 않고 ‘오래’ 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사업부서의 이번 요청은 이 근간을 뒤집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결국 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을 드렸다. (+개발적 이슈도 덧붙였지만)


그리고는 생각했다. 제품, 사용자, 비즈니스. 하나가 다른 것을 뒤집어선 안된다. 비즈니스도 물론 중요하지만 제품의 가치와 철학에 대한 고집도 필요한 자리구나. 그래서 가끔은 타협하지 못하는 상황에 고집을 부려야 할 때도 있는 거다. 대신 제품과 고객에 대한 믿음이 확실해야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후일담으로, 이후의 의사결정 이야기를 들었다. 바로 다음날 미팅에서 상위 결정권자가 해당 안 진행을 드롭시켰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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