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독립운동물 || 장편소설『 별이 그리 정했다 』
“폭풍전야. 나는 이 네 글자가 그렇게 좋다.”
경식이 권총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옆에서 마찬가지로 권총을 점검하던 명원이 질린 얼굴을 하며 웃었다. 경식을 어미닭 쫓는 병아리들처럼 따르던 단원들이 별다른 반응 없이 제 할 일을 하는 것을 보아 매 작전마다 하는 말인 듯했다.
“폭풍 직전이 가장 고요하다는 뜻이지. 두 가지 이유로 좋아해. 첫째, 가만히 뱉어보는 것만으로도 시끄럽던 속이 고요해져. 지금처럼. 둘째, 폭풍이 지나가리라는 확신을 담고 있기 때문이야.”
경식은 권총을 잡고 이리저리 돌려가며 유심히 살폈다. 윤새는 텅 빈 자신의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월성회의 단원이 아닌 그에게 구하기 어려운 권총을 쥐어줄 수는 없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대신 사격과 체술이 능한 하늘소가 권총으로 무장을 했으니 혹여나 군인과 맞붙게 되었을 때 속수무책은 아닐 것이다. 하늘소가 안경원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반. 군인과 맞닥뜨릴 가능성도 반. 그렇게 되어서 맞붙었을 때 살아남을 가능성 또한 반. 그렇다면 반의 반의 반인 것인가. 아니, 애초에 살아남을 가능성을 계산하는 자라면 가능성은 다시 반절로 줄어들지 않겠는가. 윤새의 잡념을 끊어내듯 경식이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 단어를 만든 사람 또한 결국–”
“폭풍을 견뎌낸 사람일 테니까요.”
명원이 그 대신 문장을 끝맺으며 자신의 권총을 탁 내려놓았다.
“맞죠?”
그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경식을 보며 빙긋 웃었다. 옆에 서 있는 경식이 그를 여동생처럼 아끼는 눈빛으로 쳐다보다 머리를 헝클였다. 그 다정스런 모습이 윤새는 퍽 못마땅했다. 사진관에서는 한쪽 입꼬리도 들어올리는 법이 없던 사람이 여기에서는 저리 다를 수 있단 말인가. 사진관에서의 9년이 꼭 버려진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는 진운을 아예 보지 않기로 마음 먹고 고개를 돌렸다.
“모두 하루에 열 번씩 상상들 했어?”
“예, 다 이겼습니다.”
영원이 차분히 대답했다. 경식은 여전히 권총을 눈으로만 뜯어서 분해할 수 있을 것처럼 살펴보고 있었다. 그의 눈썹이 모래 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가운데로 몰려 구겨졌다가 천천히 두꺼운 일자로 돌아왔다. 그는 왜인지 개운하고 안심한 얼굴로 휘파람을 휘익 불며 명원의 권총과 대칭이 되도록 자신의 권총을 정갈하게 내려놓았다.
“좋다, 이기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