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을 견디는 힘
제주도의 어느 마을, 왜소한 수컷 낙타 ‘자리돔’이 살고 있었어요. 동갑내기인 암컷 낙타 ‘다금’과 ‘바리’는 자리돔과 함께 노는 것이 시시했어요.
외로운 자리돔은 점점 위축되었어요. 사람들은 그런 자리돔이 안타까워 혼자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혼자 살 수는 없으니, 스트레스는 더 커져만 갔어요. 함께 있으면 작아지고, 혼자 있으면 무기력하기만 하니 어찌해야 할지 잘 몰랐어요.
‘나는 왜 이렇게 작게 태어난 거야?’
‘나는 왜 이렇게 약하게 태어난 거야?’
자리돔은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우물 속에 빠진 것만 같았어요. 사람들이 억지로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자리돔은 일어설 힘이 없었고, 계속 앉아만 있고 싶었어요.
사람들은 자리돔을 위풍당당 낙타로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대장낙타의 오줌향수를 한껏 뿌리고 커다란 박스로 왜소한 몸을 가렸어요. 자리돔은 가짜 모습을 본 친구들이 자신을 더 놀릴 거라 생각했어요.
신기한 일이 벌어졌어요. 친구들이 자리돔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자신감이 없었던 자리돔은 가짜 모습을 들키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어요. 그렇지만 이전과 달라진 친구들의 시선이 느껴지니 깊은 우물 속에서 빠져나갈 힘이 생기는 것 같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자리돔은 우연히 친구들이 어려워하는 ‘그물 속 먹이 꺼내기’ 문제를 해결했어요. ‘내가 해낸 것이 맞나?’ 어색하고 믿기지 않았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들은 가려져있던 자리돔의 용기를 알아보는 것 같았어요. 자신에게 이런 면이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고, 자리돔은 비로소 가짜 몸이 없어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위풍당당 낙타되기’에 참여한 자리돔의 소감을 한번 들어보세요.
왜소한 낙타에게 왜소함을 견디라 하지 마세요. 곳간이 채워져야 인심이 난다는 말 들어보셨죠? 따뜻한 시선과 성취의 경험이 채워져야, 조금씩 좌절을 견딜 수 있다고요. 쿠션이 없는 상태에서 넘어지면, 아픈 게 당연하잖아요!
*TV동물농장 1059회(2022.3.6. 제주도의 외로운 낙타 자리돔)을 심리동화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