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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해진 Jul 25. 2021

콜 포비아 공무원

'따르릉따르릉'

'감사합니다.  행정복지센터입니다.'


매일 수십 번씩 반복되는 일상

하지만 나는 전화 벨소리가 두렵다.

임용되기 전까지 몰랐다. 동사무소로 전화를 거는 사람이 많다는 것과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임용되기 전까지 전화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었다. 하루에 1 통도 하지 않은 적도 있다.  연락 또한 전화보다 문자를 선호했다. 목적 없는 전화가 불편했다. 통화 도중 일어나는 침묵이 나를 불안하게 했다. 마치 침묵이 상대방과 내가 편하지 않다는 증거 같았다. 해서 침묵을 채우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쓸모없는 의무감을 스스로에게 지게 한다. 또한 전화는 즉각적으로 대답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다.  혹여 말실수를 해도 backspace 버튼을 누를 수 없다. 이러한 이유들로 전화를 피했다.


하지만 공무원은 전화로 시작해서 전화로 끝난다고 해도 무방하다. 각종 민원전화부터 직원들 간의 업무전화까지. 전화가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중에서 민원 전화가 10의 7 정도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전화량이 많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민원 전화 중 기억에 남는 몇몇 일화가 있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는 일직이 아닌 재택 당직을 한다. 당직 전화를 착신 전환하여 재택에서 받는다. 어느 당직 날, 밤늦게 민원전화가 걸려왔다. 야심한 밤 전화가 잘 오지 않을뿐더러 오더라도 대부분 잘 못 걸린 전화가 많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지금 운영하는 술집이 어디냐는 전화였다. 순간 모든 사고 회로가 정지되었다. 지금 내가 받고 있는 전화가 실제인지 꿈인지 헷갈릴 정도로 황당했다. 심지어 수화기 너머의 민원인은 그것도 모르냐고 짜증을 내며 전화를 끊었다. 차라리 꿈이었다면 별 이상한 꿈도 다 있다며 툴툴 털어버렸을 거다. 이유 모를 짜증을 온몸으로 받아내니 없던 잠도 달아났다. 이외에도 전화로 다짜고짜 욕하고 끊는 사람, 술에 취해 술주정 부리는 사람 등 공무원이 아니었다면 받아 보지 못할 전화를 다양하게 받았다.


전화로 휴대폰 요금도 바꾸고, 은행 출금 한도도 높이는 등 세상이 편리해졌다. 하지만 행정업무는 전화로 해결되지 않는다. 본인 확인을 통해 처리해야 한다. 전화로 전입신고가 되지 않으며 등초본 열람도 되지 않는다. 전화로 주민등록번호를 말해 주 테니 해결해달리는 민원이 종종 있다. 왜 본인인데 안되냐는 말에 어찌 반응해야 할지 난감하다.


전화응대 끝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은 기분 좋은 기억도 있다. 하지만 좋은 기억은 쉬이 날아가고 힘든 기억만 가슴에 콕콕 생채기를 남긴다. 이제는 전화 벨소리가 무뎌질 때도 되었지만 벨소리가 들리면 생채기가 다시 돋아나는 것 같다. 신규일 때는 아무것도 몰랐기에 전화가 두려웠다면 지금은 아는 많아 전화가 두렵다.


오늘도 전화를 받는 나는 콜 포비아 공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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