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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Jun 26. 2021

소비자를 떠나게 하는 온라인 빈티지샵

온라인 빈티지샵, 이러시면 곤란해요


온라인 빈티지샵 즐겨찾기를 또 하나 삭제했다. 최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구매를 경험한 탓이다. 상품 오픈과 동시에 결제를 했고, 결제완료 상태까지 똑똑히 확인했지만 1분 후 주문은 통보도 없이 취소 처리됐다. 판매자는 다수의 동시 결제로 인해 내 주문이 늦었다고 했지만, 그런 경우 결제 진행 중에 품절을 안내받게 된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다. 이 빈티지샵에 애정이 컸던 딱 그만큼 실망으로 돌아온 순간이었다.


글쎄요 아닌 것 같은데요


내 성격이 유별난 것도 있지만 한 번이라도 이런 경험을 하게 되는 곳에서는 아무리 제품이 마음에 들어도 다시 구매하기 싫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괘씸해서 한 푼이라도 팔아주기 싫다는 말이 정확할지 모른다. '세상에 하나뿐인 상품'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하에 내가 지속적으로 을이 되게 만드는 찜찜한 경험을 반복하게 되니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온라인 빈티지샵 , 정말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요.



어린 시절부터 나는 손때가 묻었더라도 오랜 세월을 담고 있는 듯한 물건을 좋아했다. 여행을 가서도 그 지역에만 있는 로컬 빈티지샵을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며, 옷에 관심이 많기에 자연스럽게 빈티지 옷들도 종종 사 모으는 애호가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브런치에도 빈티지를 소재로 여러 번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아래 참조)



눈으로 직접 소재를 확인하며 입어보고 구매할 수 있는 광장시장을 자주 오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은 온라인 빈티지샵을 찾아보게 됐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자체 쇼핑몰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개성 넘치는 빈티지샵들이 운영되고 있었고, 다년간의 구매를 통해 나와 코드가 맞는 판매처들도 몇 개로 추려 이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봤을 때 어찌 된 게 나이스 하지 않은 적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극한의 소량 재고, 극한의 눈치싸움


빈티지 특성상 재고가 단 1개뿐이다 보니 구매자 입장에서 참 힘들 때가 있다. [구매하기]를 눌러 결제창을 띄우지 못하는 선입금 기반의 인스타 샵에서는 더욱 그렇다. 단 몇 장의 사진으로 제품을 확인할 수 있는 스토리(Story) 기능을 통해 오늘 어떤 제품이 업로드될지를 프리뷰(Preview)로 접하고, 상품이 피드(Feed)에 올라오기만을 기다렸다가 낚아채듯 재빠르게 DM으로 판매자와 소통해야 하는 시스템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답은 없었다


거의 오픈과 동시에 메시지를 보냈는데 '품절입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을 때 느껴지는 짜증이란. 몇 시간의 에너지를 소모해도 결국 얻지 못한다는 좌절감이 몇 번 반복되자 실시간으로 구매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 신뢰를 잃어 언팔로우하게 된 상점들이 벌써 몇 개인지 모른다. 그래서 최근까지 이용하고 있는 채널은 대부분 자체 쇼핑몰을 가지고 있는 곳 들이 대부분이다.


미숙한 운영에서 오는 스트레스


한창 빈티지 인스타 샵에 빠져있던 작년 겨울, 팔로워 수도 꽤 많고 올라오는 상품마다 광속으로 품절되는 인기 상점에서 구매에 성공한 적이 한 번 있다. 생각보다 DM 응대도 느리지 않았고, 입금도 잘했고. 배송정보를 전달한 뒤 송장번호 전달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도록 답변은 오지 않았고, DM을 보내 두고 다시 기다렸으나 결국 송장번호도 모른 채 물건을 전달받게 되는 어이없는 경험도 있었다.


하지만 송장번호는 도착하지 않았지


다른 인스타 샵에서는 판매자의 말이 하루 만에 바뀌는 경우도 있었다. 상품정보에 일부 실측 사이즈가 빠져있어 협의하에 상품을 따로 빼두고 사이즈를 확인한 뒤 구매하기로 했다. 묵묵부답이라 다음 날 문의하니, 이미 다른 고객에게 판매되었다는 말과 함께 직원의 실수였다는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 안 그런 곳들도 있지만 대부분 프로세스나 체계 등은 찾아보기 힘들고, 사소한 것에서 오는 피로감이 싫어 그 계정들을 언팔하게 됐다.


마케팅 전략에 떨어져 나가는 고객도 있다


상품이 피드에 올라왔는데 이미 품절인 것들이 있다. 피로감을 느꼈던 한 고객이 구매자 농락 아니냐며 남긴 불만 섞인 댓글에 달린 답글을 읽어보았다. 피드에 업로드되기 전에 이미 품절된 상품이며, 이만큼 좋은 상품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마케팅 측면에서 업로드할 수밖에 없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 딱 잘라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는 부분이지만, 나는 이 지점에서 '미끼 상품'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만.. 낚이고 싶다


글 도입부에서 언급한 강제 취소 에피소드로 돌아가 봤을 때 나 역시 미끼 상품에 낚인 것이 아닌가, 싶었다. 실제로 판매하지 않는 상품이지만 고객들을 유인하기 위해 임의로 설치한 함정일 수도 있는 것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취소하고 빠르게 품절된 척.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결국 나라는 예민한 고객은 그 사이트의 충성고객이 되기를 포기했다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주관적인 경험들이긴 하지만 그들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십분 이해한다 해도 내 돈 내고 사는데 불편감을 느껴가면서까지 쇼핑할 이유는 없다. 희소가치 있는 좋은 제품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지만, 고객을 우습게 보지 마시고 상식적이고 체계적인 운영시스템도 갖추셔서 돈도 많이 버시고 사람들이 오랫동안 발걸음 할 수 있는 빈티지샵들이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

'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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