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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Apr 26. 2020

혼자일수록 더 강해져야 해

마흔 혼남의 자존감 읽기

문득 그런 날이 있다 


돋보기 초점으로 종이를 태우듯 촘촘한 하루를 보내다 잠시 숨을 돌리면 찾아오는 공허함. 뭔가에 홀린 듯 내가 갖고 있지 않은 모든 형상에 집중하곤 한다. 그럴 때면 불안한 미래와 이 불안한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함께 손잡고 찾아온다.


"똑똑"

"오늘은 안 되겠어. 담에 와"

"어디에 앉을까? 잠시만 앉아있다 갈게, 아니 꽤 오래 있을 수도 있어."

"..."


Photo by Allec Gomes on Unsplash

너희들은 왜 항상 세트로 다니냐? 지들 마음대로 찾아와서 주절대는 오늘 이야기는 "결혼"이다.


만남 주선 앱을 하루 만에 삭제하다


요즘 SNS, YouTube, 온라인에서 핫하게 홍보하고 있는 결혼(재혼도 포함) 주선 앱이 있다. 바로 "여보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수상도 받았단다. 오프라인 만남 주선업이 앱의 발달로 타격을 받고 있는 건 당연지사. 올해 마흔이고 나이가 나이인 만큼 가끔씩 결혼중개업체로부터 연락이 온다. 어떻게 내 연락처를 알게 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암튼 이것저것 물어보고 내 약점을 슬쩍슬쩍 건드린다. 


"나이가 혼기가 지났잖아요"

"그래도 찾아보니 주변에 0명 정도 있어요"

"지금 아니면 더 늦으면 비용도 올라가요"

"더 좋은 조건은 없어요"

"결혼이 성사된 분들은 후기를 잘 쓰지 않기 때문에 안 좋은 뉴스들만 노출되는 거예요"

"상대의 등급을 올리려면 프리미엄에 가입하셔야 해요"

 

출처: 여보야 홈페이지


이것저것 스트레스받기 싫으면 비대면으로 몇 번의 터치만 하면 만남이 성사되는(될 수도??) 앱이 더 편하다. 내가 원하는 조건을 입력하면 그 조건에 해당하는 분들의 프로필이 검색되고 난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분과 만남을 시도하면 된다는 간단함, 접촉의 편리함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건 상대를 찾는 이용자의 입장과 조건이 좋은 분들의 이야기겠지.


막상 입력을 하고 상대를 찾아보면 각자 원하는 이성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그래서 나도 가입해봤다. 그래서 이렇게 과정에 대해 적을 수 있는 거지. 토요일 늦은 밤 앱을 설치하고 나름 괜찮겠다 싶은 분들을 찾아 그들의 이상형을 살펴보는데 그곳에 머무는 시간에 비례해서 나 자신이 초라하고 쓸모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40 이상은 패스요'

'술, 담배 전혀 안 하는 분'

'거짓말하지 않는 분'

'돈 쓰는데 인색하지 않은 분'


뭐 각자의 취향이라 존중하지만 과연 그런 사람이 존재할까? 기준이 꽤 까다롭고 구체적이고 완벽에 가까운 조건이다. 물론 순수한 의도로 이성을 만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환경에 있는 분들이면 앱을 이용한 만남이 더 효율적이겠지. 


그들의 조건에 비교하며 나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내면 과정을 거쳤다. 2명의 이성과 관심 있다는 표현을 하고 대화를 시도해보았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그 대화를 위해 지출한 비용은 1만 원이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대화창을 살펴보았지만 역시. 내가 못생겼나 보다. 조건이 별로인가 보다. 안 좋은 생각들로 시작한 아침이 되어버렸다.


앱을 지웠다.


내 자존감을 갉아먹었다는 죄명으로 말이다.


난 충분히 내면적으로나 외형상 괜찮은 사람인데 몇몇 기준을 갖다 대니 바보, 루저가 되어버렸다. 

Photo by Tim Mossholder on Unsplash


그 나쁜 감정으로 더럽혀진 마음을 글을 쓰며 토해내고 있다. 문득 혼자 살아도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어 졌다. 그러기 위해선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조던 피터슨 교수의 말처럼 오직 어제의 나와 비교하며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붙태웠다.


https://brunch.co.kr/@sat10am/81


풀리지 않는 불안감 극복 방법


그래도 불안이 풀리지 않을 때면 밖에 나가 걷는다. 그냥 무작정 걷는다. 난 하정우 배우가 교장으로 재직(?) 중인 "걷기 학교" 소속은 아니지만 매일 1만 보 이상을 걸으려 노력한다.

https://brunch.co.kr/@sat10am/94

걷기에 대한 효과와 과학적 근거는 익히 들어 알고 계실 테고. 신체에 고통을 주어 아니 관심을 두어 생각을 비우는 것이다. 사실 불안과 두려움은 관종에 가깝다. 그들에게 "무관심"은 형벌이나 다름없다. 관심을 주지 않으면 스스로 자멸한다.


불안과 두려움은 관종이야.
관심을 주지 않으면 스스로 자멸해버려


잠시 혼자 있을 뿐, 강에 떠 있으면 언젠가 바다에 도착한다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잠시 혼자 있는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믿는다. 정신승리라고? 누구에게나 때가 있다. 다만 혼자 있을 때가 불안할지라도 스스로를 가치 없는 존재로 결론 내지 말자.


출처: 배달의 민족




김미경 강사,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그녀의 인생

그녀가 한 팟캐스트에 출연했다.


"나는요, 배우고 알아가는 게 너무 좋아요. 밤에도 생각나고 새벽에도 생각나고.. 그런데 너무 즐거워요. 하나씩 알아가는 게 말이에요."
"요즘 영어를 배워요. 50이 다 된 나이에 말이죠. 그런데도 즐거워요. 시간을 돌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30대의 김미경 보다 지금 50의 김미경이 더 성숙하고 멋지거든요."


분명 나도 매일 강해지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아직 더 성장하고 싶은 구체적인 욕망의 꿈을 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가 마지막에 미래를 불안으로 결정짓고 두려움과 후회로 살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해준다.


"강 위에 떠 있기만 하면요.. 언젠간 바다로 가요.."


두려워 하지 말자. 두려울수록 맞서자. 맞서기 어려우면 관심조차 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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