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가 지도자 과정에서 배운 아스테야의 가르침
“요가란, 마음의 파동을 멈추는 것이다.”
Yogaś citta vṛtti nirodhaḥ (요가수트라 1.2절)
요가는 몸을 움직이는 기술이기 전에,
내면의 소리를 알아차리고 멈추는 연습이다.
지금 나의 숨을 바라보는 일은
과거의 집착과 미래의 걱정으로부터
나를 현재로 데리고 와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생각의 파동을 내려놓게 한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는 방법을 ‘아는 것’보다,
그 숨결 안에서 깨어나는 생명력을 ‘느끼는 것’이 요가의 본질이다.
몸이 정화되고, 마음이 가벼워지면
같은 세상 안에서도 우리는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정화란, 세상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바꾸는 일이다.
내 숨이 부드럽게 흐를 때,
비로소 타인의 숨결도 들린다.
너와 나의 숨, 그리고 우리의 삶을
조금 더 부드럽게 흐르게 만드는 지혜.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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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8년 동안
구글 캘린더에 따라 시간 단위로 움직이는 삶을 살았다.
몸에 밴 습관 때문이었을까.
퇴사 후 온전히 나 혼자 아이를 돌보게 되면서야
처음 알게 되었다.
내 시간표에 맞추어 아이는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와 긴 하루를 보내며
때로는 불러도 대답이 없는 아이의 반응에,
나는 자주 답답함을 느꼈다.
핸드폰에 몰입해 있는 아이의 모습에
무심코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디지털 환경은 우리에게 멈추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손끝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때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과의 단절을 경험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조용히 말했다.
“엄마의 한숨이 나를 스스로 부족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들어서… 나도 힘들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숨을 내쉬었을 뿐’이라 생각했던 내 행동이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있었다.
변명을 떠올렸다.
‘엄마도 네가 대답 안 하니까 답답해서…’
하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그 한숨 안엔 내 불만과 힘듦,
그리고 어쩌면 아이에게 기대하는 바람까지
모두 실려 있었다는 걸.
‘나의 한숨 따위야 금세 사라지겠지.’
‘사춘기 아이는 신경도 안 쓰겠지.’
하지만 아니었다.
그 한숨은 아이의 방 안에 머물러 있었고,
내 한숨이, 아이의 숨이 되어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다짐했다.
다시는 그렇게 숨 쉬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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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부산 발령으로 우리는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이사했다.
온 가족이 함께 살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서툴고 낯설었다.
나는 처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긴 시간 속에 나를 온전히 들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간 뒤,
집 근처 요가원을 찾았다.
미국에서 수련하던 시절,
나의 호흡에 집중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던 그 시간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요가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단지 동작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내 몸과 마음, 그리고 숨을 알아차리는 사람이 되는 길이다.
그리고 그것을 부드럽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과정이다.
요가원 원장님은 말했다.
“요가는 누가 누가 잘하나 겨루는 경연이 아니에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 말에, 나는 무턱대고 용기가 났다.
몸이 굳어도 괜찮다.
마음이 복잡해도 괜찮다.
요가는 잘하는 것이 아니라,
멈추고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나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의 가족들에게도.
그것이 나의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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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지도자 과정에서는
매주 한 가지 요가 철학 주제를 중심으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이번 주 주제는 야마(Yama).
요가수트라의 8단계 실천법 중 첫걸음으로,
타인과 사회를 향한 윤리적 태도를 의미한다.
다섯 가지 실천 항목은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요가수트라는 고대 인도 철학자 파탄잘리(Patañjali)가 집필한 요가 철학의 핵심 경전으로, 요가의 목적, 수행 방법, 의식의 작용과 해탈에 이르는 길을 간결한 격언(수트라, Sūtra) 형식으로 정리한 책
� 야마(Yama)의 5가지 실천
1. 아힘사 (Ahimsa) – 말과 행동, 생각으로도 어떤 존재를 해치지 않는 마음
2. 사트야 (Satya) – 진실되고 정직한 말과 삶
3. 아스테야 (Asteya) – 훔치지 않는 마음, 타인의 것에 집착하지 않기
4. 브라마차르야 (Brahmacharya) – 에너지를 흩뜨리지 않는 절제된 삶
5. 아파리그라하 (Aparigraha) –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비움의 미덕을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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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내가 집중하게 된 실천 항목은 아스테야(Asteya) — 훔치지 않는 마음.
물질뿐 아니라
타인의 시간, 감정, 에너지, 자유까지도 탐하거나 빼앗지 않는 마음. 스스로의 내면의 충만함으로 ‘내 것이 아닌 것’을 탐하거나 빼앗지 않는 ‘절제와 존중의 삶의 태도’ 이다
수업 중 한 선생님이 말했다.
“저희 엄마는 임용고시에 합격하자마자 저를 가지셨고,
삼 남매를 키우느라 꿈을 잠시 접으셨어요.
그리고 얼마 전, 다시 선생님이 되셨어요.
이번 과제를 하며, 내가 엄마의 시간을 훔친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엄마와 마주 앉아 대화의 시간을 가졌는데,
뜻밖에도 엄마는 삼 남매를 키운 시간이 엄마의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간이었다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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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다,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이들 곁에 오롯이 엄마로 보내는 시간을 처음 맞으면서,
나는 그 안에서 진정 나의 시간을 살고 있었나?
'나의 시간'을 ‘아이를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혹시 아이가 내 시간을 ‘훔치고 있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던 건 아닐까?
아니면,
나의 시간을 위해 아이의 시간을 훔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날 밤,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가 미안해.
엄마도 처음이라 힘들었나 봐.
한숨 쉬지 않고 이야기할게.
이렇게 솔직하게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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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는 내 몸에만 머무는 수련이 아니다.
오늘도, 나의 숨이 아이의 숨이 되고
엄마가 행복한 숨을 쉬면
아이의 숨도 편안해진다는 것을
아이와 마주 앉아, 두 눈을 맞대고
신이 나서 이야기해 주는 아이의 표정을 바라보며
나는 다시 배워간다.
서두르지 않고, 훔치지 않고,
함께 숨 쉬는 오늘의 충만함을.
✍️ 작가의 말
아이와 함께하는 나의 시간의 충만한 가치.
타인의 시간과 마음을 온전히 존중하는 숨.
서두르지 않고, 훔치지 않는 마음으로
함께 숨 쉬는 오늘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아스테야(Asteya)**의 가르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