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빛에 책이 비친 날은 늘 더디게 지나간다. 처음도 아니건만 오늘 역시 느릿하기 그지없다.
누군가에게 나를, 내 이야기를 보인다는 것이 새삼스레 부끄럽다. 고작 이런 이야기를 판단 사실에 농도 짙은 자괴감이 몰려온다.
한 명 한 명의 평가를 쉬이 넘기지 못한다. 속 좁은 나는 비평을 곱씹고 또 곱씹는다. 이럴 때면 작가란 직업을 사랑하면서도 원망하게 된다.
반 년간의 노력이 세 권의 책으로 마무리된 날, 헛헛한 마음을 달래려 물만 들이켠다. 많은 이들에게 이야기를 읊고 싶단 세속적인 소망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