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게되어 더없이 기쁜 날이었다. 매일 5키로를 달리고 주말엔 10키로 이상 달려왔기에 그리 부담스럽지 않게 하프를 신청했건만 지난 주 설악산 산행 후 컨디션 회복이 덜 되기도 하고 유난히 무더운 날씨 탓에 초반부터 무척이나 힘겹게 느껴진 레이스였다. 게다가 춘천 코스 특유의 특징인 업힐 코스들이 더욱 힘겨움을 더했다. 아름다운 호반의 풍경들도 무더위와 난코스로 인한 육체의 고통으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시간들이었다.
오랫만의 오프라인 레이스라 하프코스에는 프로급 러너들이 많이 참가했고 10키로에 참가한 젊은 러너들이 내 앞으로 씽씽 지나갈때 마다 내 무거운 몸이 한탄스럽기도 했다. 하프코스에 참가한 여자 러너들은 총 13명 그 중 나를 포함 3명 정도를 제외하고 모든 선수들이 준 프로급에 가까운 러너들이었다. 모든 선수들이 내 앞으로 힘차게 지나가고 나외 한 두명의 주자들만이 외롭고 조용하게 레이스를 진행했다. 내 뒤에 오던 여성 한 분의 숨 소리가 어느 지점부터는 들리지 않았고 그렇게 나는 호수를 혼자 독차지 하고 땡볕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포기하고 멈춰 서고싶은 마음이 수십 번도 더 들었지만 3시간이라는 시간 제한에만 걸리지 않고 끝까지 걷지 말고 달리자고 마음을 먹었다. 중간 중간 급수대에서 자원봉사자들의 응원을 독차지한 나는 그들의 응원에 힘을 입어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는 순간 함께 5키로에 참여했던 남편의 친구 가족이 건내주는 이온 음료는 내겐 생명수와도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렇게 마친 레이스의 기록은 2시간 16분. 내 개인적으로는 나쁜 기록은 아니었다. 잘 달리는 러너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거의 꼴지로 들어왔지만 끝까지 달려낸 나 자신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보낸다. 13명의 여성 하프러너 중 10번째로 들어왔다. 닭갈비의 고장에서의 마라톤이었기에 닭갈비를 10등 상으로 받았다. 3년 전 2시간 50분 만에 하프를 뛰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을 한 것이다. 이번 경기에서도 거의 꼴찌로 들어왔지만 악조건 속에서도 나의 한계를 넘어섰기에 나는 한 걸음 또 나아간 하루였다. 다음 도전에서는 또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것이라는 믿음과 기쁨으로 마무리한 이번 춘천 평화 마라톤 대회도 오래도록 내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