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골목길에서 목청 높여 노는 아이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나의 어린 시절. 그리고 수업 시간에 저요저요~~외치며 먼저 발표하겠다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번쩍이던 20년 전 나의 제자들. 과거의 아이들을 가끔 떠올려 본다.
정확히 기억할 순 없지만 언제부턴가 목소리를 밖으로 내뱉지 않는 아이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는걸 볼 수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목소리를 내지 않아 아이의 입에 내 귀를 갖다 대어야 겨우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만큼 소리를 내지 않는 아이들이 하나 둘씩 늘어간다. 가끔 영어를 가르치는 원장님들과 만날때면 그런 아이들이 있는지 여쭤본다. 내게 오는 아이들만이 그런 현상을 보이는게 아님을 원장님들에게 들을 수 있다.
도대체 왜 아이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는것일까? 고민을 해 본다. 아이들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학습 환경에 노출이 되고 정답을 원하는 어른들과의 대화에서 자신도 모르게 자신감을 잃고 두려움을 가지게 된게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을 해본다. 처음 내게 올때 소리를 내는걸 두려워했던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실수를 해야 배울 수 있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선생님도 서툴고 실수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아이들을 독려하면서 아이들이 조금씩 목소리를 높여가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배움 이전에 아이들과 친밀감을 높이고 벽을 허무는 작업을 한 후에야 아이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고 편안히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걸 볼 수 있었다. 한창 두려움 없이 자기를 표현해야 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두려움과 망설임을 가지게 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찾아주기 위해서 우리 어른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우선 어른들과 아이들의 소통에서 아이들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의견을 물어봐 주고 급하게 정답을 찾아내는 과정이 아닌 다양한 생각을 함께 나누어 보는 과정을 함께할 여유가 어른들에게 있어야 한다.
가정에서도 학습 이전에 부모와 아이들이 생각과 감정을 나누어 볼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초등학교 2~3학년만 되어도 학습에 대한 조급함으로 아이들은 학원으로 내몰린다. 나의 학생 중 초등학교 3학년인 한 친구는 스케줄이 너무 바빠서 힘들다고 호소한다. 그런데 아이는 놀랍게도 그 모든 학원 스케줄이 자신이 좋아서 선택했다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아이는 생각할 에너지를 잃어가고 있었고 힘에 부쳐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아이가 소화해 내야하는 그 모든 스케줄이 정말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것이 맞을까? 아니다. 아이는 엄마의 의도된 가이드에 의해 자신이 선택하도록 강요를 받은 것이고 자신이 선택했기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무언의 압박에 어느것 하나 그만두기엔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것이다. 두려워서 그만두지 못하지만 아이는 점점 모든것을 소화해낼 에너지를 잃어가고 있는것이다.
아이를 학원으로 내몰고 있는 엄마들을 탓할 수만은 없는 교육환경이 현실이지만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배움을 위해 부모들도 다시 한 번 스스로 질문해보고 뒤돌아 봐야한다. 우리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어떤 방식이 우리 아이에게 맞고 배움이 원활하게 일어날 수 있는 방식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오랫동안 아이들과 함께해 오면서 아이들은 분명히 몸과 마음이 편해야 제대로 배울수 있음을 관찰해 왔다. 부모님들도 선생님들도 아이의 지금 상태가 괜찮은지 세심히 관찰하고 아이가 지금 하고 있는 모든것이 감당해낼 수 있는 과정인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방식인지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함께 이루어질때 우리의 아이들이 목소리를 잃어가는 일들은 줄어들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