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인간의 생존 능력은 어디서 오는걸까?

겨울 추위를 이겨낸 식물들처럼

by FriendlyAnnie

내가 일하는 상가 앞쪽 라인엔 호선씨의 바느질 공방이 있다. 공방 이름은 '왕바늘'. 그녀는 봄이면 온갖 꽃들을 길러 상가 출입구와 주변에 내어 놓는다. 다 함께 보면 감사한 일이라며. 튤립, 백합, 제라늄 등을 예쁘게 길러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려고 내어 놓는다. 호선씨 덕분에 백합 향기가 그렇게 짙은지 처음 알게 되었다.

그렇게 마음씨가 예쁜 호선씨는 유방암 환자이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호선씨가 유방암 환자라는 소식을 처음 접한 것은 5~6년 쯤 전인 것 같다. 그녀와의 처음 인연은 선생님과 학부모로 시작 되었지만 난 그녀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런 그녀와 대화를 좀 더 길게 나누게 된 것은 식물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던 것 같다. 그 이전엔 유방암을 앓고 있는 그녀와 고혈압과 목디스크로 건강이 악화되었던 내가 서로의 건강을 걱정해 주며 건강을 챙기자는 인사를 나누곤 했었던게 전부였다.

그녀는 유방암으로 인해 주기적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도 늘 씩씩함을 잃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난 대단해 보였다. 그렇게 씩씩한 그녀가 식물들을 기르는데 집중하는 이유를 그녀와 대화하면서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씩씩한 그녀이지만 집중할 수 있는 일이 없으면 그 어려운 암 치료과정을 견디기가 힘들었던 탓에 그녀는 식물을 기르기 시작한 것 같았다. 식물들의 생명력을 느끼며 그녀는 식물들에 자신의 처지를 비추어 보는 듯 했다. 그녀가 기르는 튤립이나 백합은 겨울에 그 구근을 심어 놓으면 겨울을 이겨낸 녀석들만이 싹을 틔운다. 겨우내 얼어 죽는 것들도 많다고 한다.

호선씨는 백합을 키우면서 살아남아 꽃을 피우는 그 생명력을 보고 느끼면서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 위로를 받고 있는 듯 했다. 그녀는 식물들에 집중하면서 그녀가 좋지 않은 건강으로 가족들을 괴롭히지 않을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그녀는 식물의 생명력을 보면서 자신의 생명력에 대한 의지를 키워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겨우내 추위를 이겨내고 꽃을 피우는 그 아이들처럼 우리 인간의 생명 또한 그렇게 겨울의 추위처럼 거친 풍파를 이겨내면서 모진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싹틔우고 이어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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