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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리 Sep 06. 2020

편안(便安) : 걱정 없이 평안하여라 / 우드수탁

요즘 내가 좋아하는 단어 또는 문장

  나이가 들면서 점점 불편한 상황이 많아졌다. 사실 굳이 상황으로 좁히지 않더라도 불편한 마음이 이는 일들이 도처에 있다. 포털 사이트만 켜도 곧 ‘불편’한 느낌이 드는 기사와 검색어들이 쏟아진다. ‘n번방’, ‘아동 폭력’, ‘코로나’ 등 곧 몸과 마음이 불편해지는 기사와 소식들뿐이다. 그래서인지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 없는 것을 찾고 소중히 여기게 된다. 마음이 거슬리지 않고, 몸이 불편해지지 않는 무언가. 바로 ‘편안’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하는 것들이다.


  편안(便安)의 사전적 의미는 ‘편하고 걱정 없이 좋음’이다. 심지어 동음이의어인 편안(偏安)도 ‘시골에 살며 평안한 마음으로 지냄’이라는 뜻이다. 상상만 해도 마음이 안정되고 뻣뻣해졌던 목 근육이 물렁해지는 느낌을 준다. 나에게 ‘편안’은 주말에 느지막이 일어나 블루투스 스피커로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정성껏 골라서 틀고 커피를 내려 마시기, 날씨 좋은 오후에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며 강 바람을 맞기, 좋아하는 사람들과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고 대화하기, 햇볕이 드는 창 앞에서 책을 읽다 꾸벅꾸벅 졸기 등이다. 쓰면서 잠깐 상상만 해도 마음이 벌써 안정되고 따뜻해진다. 전혀 특별하지 않은 상황들이지만 사실 서울에서 회사원으로 지내다 보면 ‘편안’하기는 꽤나 어렵다. 일에 지쳐 집에 돌아와 당장 내일 출근을 위해 빨리 잠 들어야 하는 날들에서 ‘편하고 걱정 없이 좋기’는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걱정 가득한 현실과 경계를 만들어야 가능한데, 그 경계란 것이 운동장 밀가루 선처럼 곧 흐려 없어진다. 쌓여있는 집안일, 씻고 머리 말리는 일, 내일 정시 기상 걱정 등 불편하게 느껴지는 일들이 가득하다.


  홀로 편안하기도 어려운데, 누군가와 함께 편안하기는 더 어렵다. 상대를 편안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응당 배려가 있어야 하는데 이게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다. 상대의 현재 상황과 기분, 단어 하나하나 신경을 쓴다고 해도 상대가 편안하게 느낄지 말지는 미지수다. 그 과정에서 배려하는 사람의 불편을 감수하게 되고, 한 명이라도 편안하면 그나마 다행이게 된다. 감사하게도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몇 있다. 혼자보다 함께할 때 더 편안한 느낌을 준다. 분명 나를 배려해주고 있을 것인데, 그 마음이 너무 소중하다. 나 또한 그들에게 편안한 사람일지는 모르지만, 진심으로 바란다. 스스로 ‘편안’을 소중히 하듯, 그들에게도 ‘편안’을 주고 싶다. 함께하는 시간으로 그들이 걱정 없이 평안해질 수 있다면, 불편을 감수할 자신이 있다.


  ‘편안’은 어렵기에 더 소중하고 간절해진다. 매일 매시간 편안할 수는 없지만 하루 한 번이라도 나에게 또는 누군가에게 편안함을 안겨줄 수 있다면, 그 어떤 성공보다도 값진 삶이 아닐까. 불면증에 시달리는 누군가에게는 ‘잘자요’라는 말이 가볍지 않고, 진심으로 상대를 아끼는 마음이라는 말을 보았다. 나에게는 ‘편안하다’는 말이 그렇다. 여러분, 오늘 하루는 걱정 없이 평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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