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더럽게 힘들어요...

by 활귀인
나는 살면서 나에게 수많은 테스트를 해왔다.

내 삶의 방향성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아버지는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의 틀이 있었고, 그 틀에서 벗어날 때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릴 때부터 겪은 이런 불안감은 나에게 다양한 결핍을 안겨주었다.


나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커서 뭐든지 열심히 했다. 그 덕에 사람들은 나를 외향적이고, 열정적인 사람으로 기억해 줬다. 성인이 되어서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친구를 만나거나 직장에서조차 나는 유능하고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마음은 늘 불안했다. 나도 모르게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살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깨달았다고 해서 곧바로 해결되진 않았다. 내 삶이 왜 이렇게 힘든지,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나의 삶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인간관계를 정리했고, 내가 일하는 환경도 바꿔보았다.
제대 후에는 어렵게 들어간 대학교를 자퇴하고, 모은 돈을 들고 해외로 나갔다. 그리고 일을 미친 듯이 했다. 2년 동안은 정말 배고프게 살았다. 큰 빵 하나로 하루를 버티는 일도 흔했고, 인종차별을 받으며 낯선 문화에 적응하는 건 더 힘들었다. 물론 반대하셨던 부모님에게는 잘 살고 있다고 큰소리쳤었다. 부모입장에서는 왜 갑자기 학교를 그만두고 해외에서 일하려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서까지 내가 해외로 간 이유는 이렇게 해서라도 나의 삶을 살아내고 싶었다. 기계공학을 진학한 것도 아버지 눈치를 보며 진학했고, 전과를 하고 싶었지만 반대하셔서 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아버지가 너무 무서웠고, 그냥 수긍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항상 답답했고, 사는 게 재미없었다. 하루하루가 괴로웠다. 성인이 되어서도 내 삶을 내가 살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러니하게도 군대에서는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고, 내가 부모님에게 간섭을 받지 않는 환경이어서였을까?


결국 나는 부모로부터, 익숙한 환경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새로운 길을 택했다.

해외생활은 정말 끔찍하게 힘들었지만 마음만큼은 편했다. 그렇게 해피앤딩이면 좋을 텐데...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내가 환경을 바꾼다고 해서, 내 안의 결핍이 채워지는 건 아니라는 걸.

일을 하면 할수록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고, 결과가 좋지 않자 번아웃이 찾아왔다.
그렇게 처음 올 때 가졌던 자신감은 사라졌고, 나는 나 자신을 자책하며 방치했다.


‘내가 한 선택이 잘못된 걸까?’ 다시 불안이 나를 짓눌렀다.
해외에 나오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지만, 사실은 감당하지 못한 문제를 잠시 도피한 것뿐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나에게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싶었고, 불안의 근원을 알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았고, 나에게 적용해 보았다. 그때 가장 먼저 했던 것들이 유튜브를 보며 공부하고, 전자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규칙적으로 밥을 챙겨 먹고, 운동하며 건강한 상태를 만들었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상담도 받았다.


내 무의식 깊은 곳에는 ‘나는 가치 없는 사람이야’라는 믿음이 있었고, 이걸 교정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나의 결핍을 바라보는 과정은 정말 괴로웠고, 피하고 싶었지만 내 삶에 대한 또 하나의 테스트라 여기며 이를 악물고 해냈다. 그리고 당시 그 모든 과정과 감정을 글로 남겼다. 혹시라도 내가 이 불안과 괴로움을 이겨낸다면,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이 터널의 끝은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내 불안과 괴로움을 90% 이상 이겨냈다. 나머지 10%는 서서히 휘발되고 있다.

그 과정은 힘들었지만,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참 다행이었다.



‘진짜 어른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릴 적엔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레 지혜가 생기고, 어른스럽게 모든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그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였던 것 같다. 그렇게 고민해서 내린 결론. 내가 생각하는 진짜 어른은, 학력이 높은 사람도, 나이가 많은 사람도, 돈이 많은 사람도 아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할 줄 아는 사람, 누구에게나 배울 마음을 지닌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어린아이에게도 친절할 줄 아는 겸손함이 나오는 것 같다.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며 소리 지르며 싸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서도 배우려는 자세를 취하는 사람일 것이다.
모르는 것이 있다면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눈높이로 설명해 줄 것이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되었을 때, 또 다른 누군가에게 성숙한 어른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서른이 되어서야 이제부터 진짜 어른이 되어가기 시작한 느낌이다.


지금 나는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아버지는 나의 경험을 실패라고 평가하시며 나무라시지만, 나는 후회 없는 값진 시간이었다. 한국에서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철저히 탐색했다. 그리고 지금은 자격증을 따서 미용 일을 하고 있다. 너무 늦은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내 또래 친구들은 안정적인 직장과 수입을 기반으로 결혼을 준비한다. ‘내가 이래도 괜찮은 걸까?’ ‘너무 늦은 건 아닐까?’


괜찮다.


비교하는 순간,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든다. 비교하지 않고, 내 삶에 집중하는 그 순간, 나는 누구보다도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


내가 힘든 시기를 겪으며 배운 한 가지.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며, 주어진 것에서 행복감을 자주 느끼기.

이 기술은 정말 사기다. 모두가 이런 행복을 느껴보면 좋겠다.



나는 내 삶을 살아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러고 있다. 나의 일을 하며 뇌과학, 심리학, 철학을 녹여, 누구나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글을 쓰고 있다. 요즘은 사는 게 즐겁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즐거운 삶을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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