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독립하고 싶은 엄마에게

아직은 일러요

“자, 봐, 이렇게 하는 거야. 너 혼자도 할 수 있어.”

진심을 담아 아이를 설득한다. 혼자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가르치기 위해서. 나도 했고, 모두가 했던 일이다. 사람이 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일. 운동화 끈을 묶고 설거지를 하고, 물건을 봉투에 넣는 일. 종류별로 차곡차곡 정리하는 일과 그 밖의 셀 수 없이 많은 할 일 목록이 있다.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목적은 무엇인가?

1) 아이의 진정한 독립

2) 엄마로부터의 독립

3) 둘 다

정답: 1)

역설적이게도 아이는 완벽하게 의존한 뒤에야 독립할 수 있다. 우리가 말하는 “이제 스스로 할 수 있어야지. “라고 하는 말의 숨은 뜻은 ”이제 내가 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할 수 있어야지. “의 의미일 테고, 그렇게 하나씩 할 줄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아이는 엄마를 찾지 않게 될 거란 기대도 있을 것이다. 아이가 엄마를 찾지 않으면 누구를 찾을까? 아이는 엄마로부터 독립하는 대신 스스로는 독립하지 못한다. 이 말은 즉, 아이가 독립할 준비가 안 되어 있음에도 부모는 아이를 독립시킨다는 것이다. 부모에게 의존하고자 하지만 부모는 ”이제 너 스스로 할 수 있어야지! “라고 말한다. 의존을 받아주지 않는 부모, 독립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자녀. 이제 이 자녀는 의존할 다른 대상을 찾는다. 아니, 찾을 필요도 없다. 부모 이외에도 의존할 대상은 도처에 널려있다. 그것들은 TV 속에 있고, 스마트폰 속에 있고 드라마에도 있다. 친구일 수도 있고 연예인일수도 있고, 게임일 수도 있다.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다양한 시스템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상당히 친절하다. 아이들이 필요로 할만 한 많은 것을 제공한다. 친구가 좋아할 만한 것도 가득하다. 부모로부터 독립해 문 밖을 나서면 수많은 유혹이 아이를 부모로부터 앗아간다.

이제 알겠는가? 부모가 아이를 독립시켰다는 일이, 대체 당신이 무슨 짓을 한 건지.

준비도 되기 전에 분리를 혼자서 감당하라고 아이들을 내몰면, 아이는 급작스런 공포를 보이고 오히려 더 달라붙는다. 부모와 억지로 분리된 아이들은 부모의 자리에 대체물을 앉힌다. 사람들은 종종 이런 의존의 이동을 독립과 혼동한다. 그런 거짓 독립을 부추김으로써 우리는 또래 지향성을 방조하고 선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