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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명절인데, 생선전이라도 부치자

2022.09.09

나만 빼고 다 행복한 거 같아 명절 때면 울적하다. 일종의 상대적 박탈감이다.


연휴 첫날 예매해둔 연극 <반쪼가리 자작>을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보고 서울로를 걸어 남대문 시장에 갔다. 시장은 생각보다 너무 한산했고 심지어 생선과 채소 등을 파는 곳은 오후 5시였는데 대부분 문을 닫았다. 정리를 하는 생선집에 가서 대구와 명태 생선포를 사고 맞은편에서 청양고추를 샀다. 생선전을 부쳐 먹을 생각이다.


연극을 보러 가면서 그래도 서운하니 음식 한 가지만 해 먹자며 먹고 싶은 것을 말하라 했더니 그렇잖아도 물을 것 같아 고민했는데 말하면 ‘그건 복잡해’라고 답할 거 같아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도대체 평소에 내가 얼마나 거절을 했으면 남편 입에서 저런 답이 나오는 것인지 살짝 마음이 무거웠다. 아무튼 나는 생선전 어떠냐 물었고 남편은 당연히 좋다고 했다. 그래서 본 시장이었다.


사 온 생선포를 반만 꺼내 부침가루 무치고 달걀 옷 입혀 생선전을 구웠더니 집안에 기름 냄새가 났고 남편은 ‘집에서 기름 냄새가 나니 명절 같다’며 즐거워했다. 생선전을 부쳐 가볍게 화요을 한 병 마시고 넷플릭스로 하정우 황정민 주연, 윤종빈 감독의 <수리남>을 보았다.


그래, 이렇게 우리끼리 즐거우면 된 거다. 명절이 별거냐!

참, <공연장 옆 분식점>이란 제목으로 공연장 근처에 있는 분식점을 좀 찾아서 써 볼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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