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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식당이 있어 무교동이 좋다

북엇국집, 곰국시집, 인천집, 태성골뱅이는 청춘의 맛

20대중반부터 30대 중후반까지 기자를 했다. 직장이 있던 곳도 그렇고 상당 수의 취재원들이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모여 있었다. 그래서 이미 25,  6년 전부터 나는 무교동과 서소문 등에서 점심을 많이 먹었다. 


곰국시집

다른집 칼국수가 3천 원 쯤 할 때 이 집 곰국시는 6천 원였다. 그래도 이 집이 좋았다. 적당히 익은 마늘 맛 강한 김치를 그 옛날에도 일인당 하나씩 줬기 때문이다. 종종 먹었던 이 집 꽃등심은 화려했다. 어려서는 누군가 사줘야만 갈 수 있던 음식점을 이젠 내 돈 내고 사먹으로 간다. 보통 국수보다 두배 비싼 곰국시도 좋았지만 테이블에서 국수를 끓여주고 아주머니가 나눠서 떠 주는 전골국수는 그야말로 꿀맛이며 대접받는 기분이 들어 아주 좋아 했다. 


인천집

난 국수를 좋아했다. 삐걱거리는 오래된 나무 계단을 올라가야 인천집을 만날 수 있다. 어렸을 땐 고기와는 담을 쌓고 살아서 보쌈 등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저 이집의 조개 맛 진한 국물이 좋았다. 이집은 예나 지금이나 친절한 집은 아니다. 특히 여성손님에겐 더 그렇다는 느낌을 여러 번 받았다. 남자손님들이 가서 거나하게 먹고 얼른 일어서는 것을 좋아했고 저녁엔 내가 좋아하는 칼국수를 팔지 않았다. 지금도 칼국수는 6시 이전까지만 파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이 집이 있어서 좋다. 오후 한시 조금 넘어 한가한 시간에 국수를 먹으면 좋다. 그 때는 아주머니들도 조금 친절하다. 지금도 종종 그렇게 간다.


남포면옥

최근 몇년 사이 평양 냉면이 붐이다. 나는 그 이전 부터 평양냉면을 먹었고 남포면옥의 평양냉면을 좋아했다. 오래된 대문을 들어서면 각종 오래된 장식품이 진열되어 있었고 오른쪽으로는 동치미 항아리가 땅에 묻혀져 있던 기억이 또렷하다. 지금은 평양냉면의 인기와 함께 신관도 생겼지만 난 구관이 좋다. 이 집 냉면은 소고기 육수와 동치미를 섞어서 국물을 만든다. 살짝 짭짤하지만 시원하다. 난 이 시큼 시원한 맛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 맛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 집의 정취는 기억이 난다. 그런 의미에서 신관은 내게 남포면옥이 아니다. 


무교동 북엇국집

1969년 문을 연 집이라니 나보다 나이가 많은 집이다. 술을 본격적으로 마시면서 이 집을 드나들었다. 술을 좀 적게 먹은 날은 점심시간보다 조금 일찍 가서 먹었고 술이 과했던 다음 날엔 오후 늦게 가서 먹었다. 물김치를 한 그릇 먹고 북엇국 국물을 떠먹으면서 해장이란 무엇인가 깨닫게 된다. 이 집 별미는 오이지 무침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오이지 무침이 달아졌다. 김치도 달아지고...난 옛날 맛이 좋은데 말이다. 

그나마 북엇국 맛은 여전하다. 국물을 더 달라면 국물을 더 주고, 두부를 더 달라하면 두부를 더 두는 서비스방식도 여전한다. 재빠르게 움직이는 서빙 속도로 여전하고 말이다. 


태성골뱅이

무교동에서 태성골뱅이가 빠지면 서운하다. 어른들을 따라 처음 태성골뱅이에 들어갔을 땐 약간 충격을 받았다. 체육관처럼 넓은 공간에 빨간의자가 다닥 다닥 놓여있었고 그 의자에 하얀 셔츠를 입은 직장인들이 빼곡하게 앉아 담배를 피우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여자 손님은 어쩌다 한둘 이었다. 게다가 이집을 내가 처음 갔을 때 이집에선 오비 맥주만 팔았다. 온도가 잘 맞춰진 병맥주로. 이 집에 들어가 맥주를 맘껏 먹었다간 양주 값만큼 술값을 지불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었다. 이름은 태성골뱅이지만 이집의 백미는 튀긴 닭과 계란말이다. 파를 싫어하는 내게는 그렇다. 지금도 여전히 닭은  맛있다. 이젠 소주도 파는 것 같고 맥주 종류도 다양해졌다. 아..이 집에 대한 기억은 좀 불편하긴 했지만 다른 집들보다 옛날에도 화장실이 깨끗했고 화장지는 곽에든 네모난 화장지를 비치해두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어릴 적 기억의 그 음식점이 여전히 남아있으면 기분이 묘하게 뿌듯하다. 무교동에 있는 20~30년 된 음식점은 내게 그런 추억의 장소이다. 곰국시집이 그렇고 인천집, 태성골뱅이, 남포면옥, 무교동북엇국이 그렇다. 다른 집들도 많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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