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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수제비의 정석 동소문동 <진미>

잘 숙성된 반죽, 진한 멸치 국물, 잘 익어 맛있는 김치 조화로워

밀가루 음식을 좋아한다. 그 중 쫄깃한 면발의 칼국수가 으뜸이요, 얇고 부드러운 수제비가 버금이다. (모든 것 중 으뜸은 내겐 쫄면)

이들을 담는 육수는 고깃국물보다 멸치국물을 선호한다. 국수를 떠올리면 비릿하고 고소한 멸치국물 냄새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멸치국물을 좋아한다.


동소문동에 내가 종종 찾아가는 국수집이 있다.

이름은 <진미> 한성대입구역 버스 정거장 근처, 골목 안에 있는 집이다.

이 집은 70을 훨씬 넘겼을 법한 부부가 단촐하게 꾸리는 집이다. 시멘트 바른 작은 마당이 있는 오래 된 단독 주택에서 국수를 판다. 아마도 부부의 집일 것이다.


메뉴는 단순하다. 칼국수, 수제비, 잔치국수 여름엔 여기에 콩국수 추가다.

영업 시간은 짧다. 주중 11시 30분 부터 3시 정도까지다.


처음 이 집에 갔을 땐 칼국수를 먹었다. 그러나 그 후론 계속 수제비다.

분명 수제비와 칼국수 면의 반죽은 같은 것일 거이다. 잘 숙성된 반죽을 얇게 펴서 칼로 길게 썰면 칼국수, 손으로 떼어 넣으면 수제비가 될 것이다. 그래서 수제비를 주문하면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린다.



진하고 담백한 멸치국물에 부드러운 수제비를 한입 먹으면 이 곳이 안방같이 느껴진다. 국물엔 감자와 배춧잎 그리고 파가 고명으로 담겨있다.

반찬은 잘 익은 김치, 서울식으로 담가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인 김치가 나온다. 아주 정갈하게.

매운 것을 좋아한다면 청양고추와 다데기를 넣어 먹으면 된다. 그러나 나는 넣지 않는다.


밀가루를 멀리 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맛있는 수제비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별 수 없이 한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그래도 양이 부족하다면 밥을 부탁하면 된다.


노부부가 다른 도움없이 운영하는 곳이다. 음식은 조금 천천히 나온다. 모든 반응이 그렇다.

그래서 맘 급한 사람에겐 다고 성질이 나는 곳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좋다.


성북구 동소문로  31-3 <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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