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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을 차리며 또 다른 부엌을 그리다

2022.02.27_어떤 동선의 부엌이 갖고 싶은가

얼마 만에 차린 밥상인가!


마감을 해야 할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남편은 마음이 급해지는  같아 청주에서의 시간을 2  연장하고 서울에서 지내는 시간을 최소화하며 책을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오늘은 청주에 사시며 <소행성 책쓰기 워크숍>에 참석 중인 김해숙 선생님 차를 타고 같이 온다기에 아침을 같이 먹자고 했다.


8시쯤 9시 반쯤 도착한다는 문자가 와서 8시 반부터 식사를 준비했다. 김치 외엔 어떤 찬도 없어, 새벽에 냉동해 둔 매생이 꺼내 해동을 시작으로


1. 쌀을 씻어 불리고

2. 부칠 두부에 소금 뿌려 두고

3. 미역국용 미역 꺼내 씻어 불리고

4. 표고버섯과 다시마 넣어 국물 준비하고

5. 미나리, 대파, 쪽파 꺼내 씻고

6. 미나리 씻어 데치고

7. 미역국 끓이기 시작하고

8. 대파, 쪽파 자르고

9. 미나리 무치고

10. 밥 안치고(9시 15분)

11. 식탁 닦고

12. 수저 놓고

13. 매생이 씻어 나물 요리하고

13. 김치 꺼내 썰고

14. 두부 물기 짜서 부치고(이때 오심)

15. 나박김치 꺼내 그릇에 담고

16. 반찬들 상에 차리고

17. 밥과 국을 퍼 상에 올리고

18. 부친 두부 상에 올려 마무리했다.


이 것이 한 시간 동안 내가 한 일이다. 이 일을 하며 나는 중간에 통화도 하고 도마는 열 번쯤 닦았고 칼은 그보다 더 많이 닦았으며 냉장고 문은 열 번쯤 여닫았고 행주와 수세미는 수시로 빨아 지저분한 것을 정리하며 식사를 준비했다. 큰 움직임은 없지만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내 몸은 잠시도 쉬지 않는다. 손님 상이라도 준비하려면 늘어나는 음식 가짓수와 양만큼 부엌 싱크대 주변에서 서서 움직이는 시간도 길어진다.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부엌의 동선은 정말 중요하다. 다음에 조금 더 부엌을 크게 쓸 수 있다면 개수대 앞엔 밖이 보이도록 창을 내고 개수대를 중심으로 양 옆으로 준비대와 조리대를 두고 싶다. 할 수 있다면 요즘 유행하는 대면형 싱크대도 좋을 것 같다. 개수대 앞에 창이 없어(있는데 시선 위라 내 눈에 보이지 않음) 벽을 보고 일하다 보면 종종 세상과 단절된 기분이 든다. 냉장고는 싱크대 왼쪽 즉 준비대 옆에 두고 화구는 싱크대 오른쪽에 배치하고 지금처럼 등 뒤론 수납을 겸한 아일랜드를 둘 것이다.


김해숙 선생님은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밥상을 정갈하다 해주셨고 남편은 2주 만에 내가 한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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