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 김상우, 엄기호 | 따비
책을 일을 때는 나의 참여와 관여가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돼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졸리고요, 자게 돼요.
인생의 롤모델인 언니가 있다. 한때 함께 음악 듣는 모임을 통해 일주일에 두세 번은 만났었는데 얼마 전, 3년 만에 서로의 실물과 근황을 확인했다. 1년 전, 하던 일을 모두 그만두고 책모임을 운영하고 있다는 언니의 말이 너무 반가웠다.
책모임을 하면서 언니가 마주한 두 가지 놀라움을 들려주었다. 하나는 신청자가 끊이지 않는 걸 보며 독서와 토론에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구나 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언니가 10대 후반, 20대 초반에 읽었던 책들을 요즘 30대들은 잘 읽어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현저히 떨어진 문해력에 대해서 우리는 꽤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은 책방들이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도서관도 양과 질 모두 성장하고, 책모임은 전보다 많아지는 것 같은데 실상 책 시장에서 잘 팔리는 책은 가벼운 에세이라는 것. 긴 글이나 심오한 주제의 글은 외면당하고 ‘공감’만 넘치는 게 안타깝다는 것. 아무래도 영상에 익숙한 세대들은 길고 어려운 글을 읽어내기 어려운 모양이라는 것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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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우리의 대화를 심도 있게 풀어낸 책을 만났다.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응용언어학 전공자(김성우)와 문화연구가(엄기호)의 대담 형식이라니 언니와의 대화가 고스란히 떠올라 더 반가웠다.
제목만 보면 유튜브와 책이 혈투를 벌일 것 같다. 하지만 미끼다. <유튜브 VS 책>은 표면적인 구도일 뿐이다. 부제에 등장하는 《말귀, 문해력, 리터러시》, 그게 핵심이다. 책에서 인용하자면 리터러시란 ‘문자 언어의 습득을 통해 / 지식 및 정보에 접근해서 /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지식과 정보의 접근 = 앎], [문제 해결 능력 = 삶]으로 변환하면 맞겠다. 다시 말해 ‘삶이 되는 앎’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오랜 시간 우리의 지식과 정보는 책(글)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최근 책을 위협하는 유튜브의 기세가 만만찮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리터러시 문제로 들어가면 승부는 싱겁게 판가름 난다. 앎이 성장하는 시간을 거쳐야 삶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영상은 글을 뛰어넘을 수 없다. 왜냐하면 보기는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반면 읽기는 관념적이고 논리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앎이 성장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성찰과 소통을 말한다. 같은 것을 배워도 앎을 다루는 방법은 모두 다르다. 때문에 인간의 삶이 다양하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소통과 성찰이고 그것은 긴 글을 읽고, 내 글을 쓸 수 있어야 빛을 발한다. 결론은 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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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와 나의 결론은 그랬다. 길고 어려운 글을 피하니까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비판적 사고’의 부제가 내 문제를 회피하고, 쉽게 남 탓하는 사회로 만들어버린 것 같다고. 우리는 꾸준히 책을 읽어나가자고 서로를 응원했다.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아는 것이 삶이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