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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나무 May 19. 2023

컴컴한 굴 속 단잠

숲내음을 맡고 바람 쐬는 것을 좋아하지만

극 내향의 성향인 나는

외출 뒤 지쳐서 종일 뻗 한다.


불면이거나

아니면 자도 자도 끝이 없거나

잠 스펙트럼 중 양극단이 흔한 일이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자다 깨다 뒹굴다 또 자고

별로 일어나고 싶지 않아 잠만 잔 날.


암막 커튼 쳐놓고 누우면

밖이 밝은지 어두운지 모르는

깊은 굴 같다.


누군가 물었다.

평생 잠을 자지 않고도 살 수 있다면

그 삶을 선택하겠냐고 말이다.


자는 시간을 고대하며 하루를 달리는 내게

평생 잠을 자지 않고 사는 삶이라니

그건 너무 가혹하다.


아무것도 안 했지만

하루를 잠으로 꽉 채운 오늘은

참으로 알찬 날인 것이다.


종일 침대에 붙은 채로

낮도 해도 궁금하지 않은 채로

아, 정말 만족스럽다.


온 세상이 컴컴해도

오랜 잠을 달게 잤다면

인자해지고, 한 없이 행복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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