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내음을 맡고 바람 쐬는 것을 좋아하지만
극 내향의 성향인 나는
외출 뒤 지쳐서 종일 뻗곤 한다.
불면이거나
아니면 자도 자도 끝이 없거나
잠 스펙트럼 중 양극단이 흔한 일이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자다 깨다 뒹굴다 또 자고
별로 일어나고 싶지 않아 잠만 잔 날.
암막 커튼 쳐놓고 누우면
밖이 밝은지 어두운지 모르는
깊은 굴 같다.
누군가 물었다.
평생 잠을 자지 않고도 살 수 있다면
그 삶을 선택하겠냐고 말이다.
자는 시간을 고대하며 하루를 달리는 내게
평생 잠을 자지 않고 사는 삶이라니
그건 너무 가혹하다.
아무것도 안 했지만
하루를 잠으로 꽉 채운 오늘은
참으로 알찬 날인 것이다.
종일 침대에 붙은 채로
낮도 해도 궁금하지 않은 채로
아, 정말 만족스럽다.
온 세상이 컴컴해도
오랜 잠을 달게 잤다면
인자해지고, 한 없이 행복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