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아침, 수빈이는 책상 위에 귤 하나를 올려두었다.
평소처럼 무겁게 시작되던 아침과는 조금 달랐다.
가슴 깊은 곳 어딘가에, 아주 작은 햇살 하나가 떠 있는 기분이었다.
서아가 옆자리로 와 귤을 하나 꺼내며 수빈이에게 말했다.
“오늘은 내가 먼저 까줄게.”
수빈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아침은 처음이었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교실은 떠들썩했다.
예전 같았으면 수빈이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혼자 책상만 바라봤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옆자리 친구의 이야기에 작게 웃었고, 선생님의 농담에도 반응할 여유가 생겼다.
점심시간엔 체육복으로 갈아입으며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수빈이의 말수는 여전히 많지 않았지만, 그 표정만큼은 훨씬 부드러워졌다.
친구들은 그 변화를 눈치채고, 자연스럽게 수빈에게 말을 걸었다.
“요즘엔 좀 괜찮아?”
“음… 조금. 아주 조금?”
수빈이는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그리고 또다시 화요일이 돌아왔다.
늘 그렇듯 영어수업은 여전히 어렵고, 단어는 여전히 외우기 힘들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모든 걸 혼자 끌어안고 있지는 않았다.
‘힘들어도 괜찮아. 오늘도 귤 하나 챙겼잖아.’
그 작고 동그란 과일 하나가, 수빈에게는 응원 같았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창밖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아직 차가웠지만, 마음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누구보다 무거웠던 수빈이의 발걸음은, 이제 조금은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