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마음의 문을 조금 열다

by SAY

토요일 저녁, 수빈이는 식탁에 앉아 조용히 밥을 먹고 있었다.

엄마는 주방에서 국을 데우며 무심한 듯 말을 건넸다.

“요즘은 영어 수업 어때? 좀 괜찮아졌어?”

그 질문에 수빈이는 젓가락을 잠시 멈췄다.


예전 같았으면 “응, 괜찮아.”하고 대충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아주 작게 진심을 내보이고 싶었다.


“조금은… 힘들어.

아직도 단어 많고, 숙제도 많고…

근데 서아가 같이 도와줘서, 조금 나아졌어.”


엄마는 놀란 눈으로 수빈이를 바라봤다.

딸이 먼저 힘들다는 말을 꺼낸 건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잠시의 침묵 뒤, 엄마는 수빈이 앞에 미소를 지으며 국을 내려놓았다.

“그랬구나… 몰랐어. 말해줘서 고마워.”


수빈이는 따뜻한 국을 한 입 떠먹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말한다고 달라지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말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편해지는구나.


그날 밤, 엄마와 수빈이는 거실에서 조용히 귤을 나눠 먹으며 작은 이야기를 나눴다.

학교 얘기, 친구 얘기, 그리고… 조금은 영어 얘기.


엄마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그 수업, 정말 많이 힘들면 쉬어도 괜찮아.”

수빈이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힘들긴 해도… 요즘은 전보단 덜 그래.

그리고 이제는… 나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아니까.”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딸이 작게나마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모든 걸 다 이겨내야만 어른이 되는 건 아니었다.

이렇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속도를 찾으며 나아가는 것도

분명한 ‘자라남’이었다.


수빈이는 그날 처음으로, 엄마 품에 기대어 잠들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편안한 따뜻함이었다.

수빈이는 엄마 품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귤 향이 은은하게 코끝을 스쳤고, 엄마의 숨결은 여전히 따뜻했다.


어쩌면, 이런 시간이 더 자주 필요했는지도 몰랐다.

“괜찮아, 수빈아.”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그 말 한마디에, 마음 깊은 곳 어딘가가 조용히 녹아내렸다.

오늘 밤, 수빈이는 처음으로 혼자가 아니라는 마음을 품고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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