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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 Aug 13. 2022

화초키우기와 조직의 공통점

조직관리란 정원사의 일이 아닐까

크지 않은 화분 몇 개를 키우고 있다. 올 초 대대적인 집안 정리를 하고 썰렁해진 집안에 몬스테라 하나를 들인 이후 사부작사부작 하나, 둘 들이기 시작한 애들이 5개. 온 집안을 화초로 뒤덮어 키우는 이들에게 비할 바는 아니나 빛 좋음 창가에 내놓고 볓이며 바람이며 쐬어주었다.

이직 후 아침 밤에만 집에 있고 그나마도 요즘엔 장마로 창문을 닫아 두다 보니 통풍이 쉽지 않다. 바빠서, 피곤해서, 날씨가 어때서를 핑계로 며칠에 한 번 들여다보는 정도.

참으로 오묘한 건 조금만 과습이어도 잎이 말리고 목이 말라도 잎이 말린다. 또는 너무 덥고 빛이 강해 잎이 타버리기도 한다.

테이블 여자는 저리 타다가도 영양제 넣어주고 며칠만 관리하면 금세 회복된다. 몬스테라는 비교적 일아서 잘 크지만 유난히 쟤 하나만 말렸다 펴졌다를 반복한다.


혼자만 삐죽 솟을 만큼 커져 휘청이고 전체 밸런스를 깨던 잎줄기 하나를 지난달에 잘라내었다. 따로 물꽂이로 키우고 있는데 너무 잘 자라 탈일 정도. 저 말린 녀석만 잎의 두께도 얇고 색도 연하다. 키는 크지만 어린잎. 며칠 베란다에 두고 집중관리를 해주면 조금씩 잎이 다시 펼쳐진다. 완전히 말렸던 잎이 삼일째 되니 조금 풀리고 있는 중. 야자보다 몇 배 회복이 더디다.


화초나 조직이나 다를 바 없구나 한다.

아무리 잘 커도 지나치게 홀로 도드라지고 전체 균형을 깨면 고민해 봐야 한다. 밸런스 측면에서, 너무 커버리고 빠른 성장 속도를 이 그릇이 감당할 수 있는지도, 때론 잘라내거나 따로 새 그릇에 담아 오롯이 그 성장력을 북돋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유난히 손 많이 가는 녀석이 있다면 좀 더 세심히 관찰하고 볕이며 바람이며 물이며 조절하듯 그에 맞춰 관리해줘야 한다. 다른 잎들은 이미 단단히 자리 잡고 잘 자라나지만 어린잎과 줄기는 쉽게 쪼그라들기도 하고 신경 조금 써주면 금세 활짝 핀다. 다른 잎들보다 작고 약하며 색도 옅지만 그것대로 또 색다르고 다른 색을 내는 맛이 있다. 더구나 이런 잎이 자리 잡고 자라기 시작하면 그 뿌듯함도 만만찮다.


테이블야자처럼 훨씬 얇고 연한 잎이지만 잘 자라고 데미지 좀 입어도 금세 회복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몬스테라 저 어린잎처럼 손 많이 가는 녀석도 있기 마련이다. 몬스테라에서 비실거리던 두 녀석이 있는데 하나는 얘이고 다른 하나는 진작에 잘라냈다. 지나치게 색이 검게 변하고 회생 기미가 없던 녀석이다. 너무 잘 커서든 도저히 못 살릴 거 같아서든 어느 쪽이든 잘라내야 할 때가 오기도 한다.


전체 모양을 보며 조금씩 다듬기도 하고 때론 화분 사이즈를 키워 분갈이도 한다. 잎이 성장하며 어떤 모양으로 가길 바라는지, 그에 따라 담는 그릇도 변하고 모양도 그려보며 다듬어 간다. 한때는 애지중지였던 잎을 잘라도 내면서. 조직에서 조직문화, 인재상, 평가, 채용과 피드백, 헤어짐 등에 대입해도 전혀 괴리가 없다.


물주기를 게을리해서도 잎이 상하지만 과습으로 쳐질 때가 많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때론 잘하려 지나치게 힘을 주는 게 되려 성장을 막고 내 일과 삶을 말리게 하지 않나.


가끔 세상만사 본질이나 관통하는 무언가는 다를 바 없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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