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오늘 사진이 떠서 보니 앤디다.
전에 한양대 에리카캠에 있던 이노텍 R&D센터에 근무할 때.
어느날 갑자기 하얀 북실북실 강아지가 나타나 흰 차마다 쫓아 다녔다. 위험해 일단 잡아서 센터 뒷편 족구장쪽에 묶어두고 보살피기 시작.
직원 몇명이 슬그머니 보살피기 시작하며 알앤디센터 강아지니 앤디라 이름 지었다. 총무팀 부장님은 개를 왜 키우냐 인상을 찌푸리고, 임원들 몰래 쉬쉬하며. 유기 되었고 6개월 애기라 덩치가 커서 버려졌나 싶기도.
어쨌든 이 똥꼬발랄한 강아지 하나로 센터에 작은 변화가 있었다. 간식, 사료, 밥그릇으로 시작해 집도 생기고 방석도 생기고, 옷도 생기고, 미용도 하고 머리에 리본도 달리는 등. 야금야금 누군가가 뭘 하나씩 가져다 챙기며 어느새 앤디네 간식창고는 풍년이 되었다. 쉬는 시간에 잠깐 나와 놀다가는 직원, 무뚝뚝하게 혼자 담배 태우러 나오던 사람이 말 없이 쓰다듬다 간다거나, 족구하면서 강아지쪽에 공 날아갈까봐 모두 주의하고 대화가 오갔다. 점심 시간이면 서로 내가 산책시키겠다며 쟁탈전도 벌어졌고. 난 출근하면 얘부터 보고 들어가고 퇴근할 때면 빤히 바라보는 앤디가 안쓰러워 몇 번을 다시 돌아가 놀아주곤 했다. 하루는 줄이 풀려 뒷동산으로 사라진 앤디 때문에 직원들이 한바탕 난리난 적도.
5월 전에 꼭 입양 보내겠다며 부지런히 알아본 끝에 앤디는 한 직원의 본가로 입양됐다. 부모님이 하시는 기도원, 300평 잔디 마당에서 뛰어 놀고 사람, 차 많은 낮엔 10미터짜리 목줄로 자유롭게 뛰어 논다. 벌써 8년이니 앤디도 이젠 아홉살이 되었겠다.
오래 전 삼성전자 모 사업장에선 동물을 키웠다. 조직문화쪽 팀장님이 관련해 한동안 여기저기 강의 하고 다니셨는데 오래 돼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강아지와 사슴이었나.. 암튼 동물을 키우며 직원의 스몰톡도 늘고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우리 연구소도 앤디가 나타난 후 앤디 보러 삼삼오오 모인 직원끼리 생전 않던 인사도 나누고 대화도 많아졌었다.
고위드 때 대표님이 사모님이 여행 가셔서 분리불안 있는 강아지를 하루 회사에 데리고 출근한 적이 있다. 한 성격 하던 하얀 포메 한마리로 그날 회사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내 뒤에 앉아 으르렁 대고 짖으며 간식 달라, 안아달라 시위하던 녀석에게 “아빠 닮아 너도 나한테 뭐라 하냐” 웃으며. 예전 스타일쉐어에도 고양이 두마리가 있어서 한참 사리사욕 채우다 나온 적이 있다.
조직문화가 곧 분위기는 아니지만, 백날 슬랙에 감사방 만들어 좋은 말을 하고 이벤트를 해도 강아지나 고양이 한마리만 못하다는 건 확실하다. 물론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소변 가리고 관리만 잘 한다면 직원의 반려동물 가끔 데리고 올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얻게 될 거다.
* 꼭 뭘 키우자가 아니라 제도, 정교한 제도만이 답은 아니란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