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시간이 살아갈 시간에게 건네는 말
우연하게 <도올학당 수다승철>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초대손님으로 소통전문가 김창옥 교수가 출연했다. 도올학당 수다승철, 학문으로 인생의 보편적인 가치를 전달하면서 음악으로 주저하는 마음을 끌어안으려는 시도가 새롭게 느껴졌다. 거기에 초대손님이 등장하여 인생 사용법과 실존의 문제 사이에서 평화로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진행이 신선했다. 그런 측면에서 소통전문가 김창옥 교수의 출연은 맛있는 비빔밥을 대접받은 것처럼 나의 일을 조금 더 확대해서 바라보게 했던 것 같다.
김창옥 교수는 서울과 제주를 오가고 있다고 했다. 청중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식 강연으로 유쾌하게, 통쾌하게, 명쾌하게 강연을 풀어나가면서도 자신은 유쾌하지도, 통쾌하지도, 명쾌하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마음의 짐을 덜어내기 위해 내려간 제주에서 그는 관심이 가는 것,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 해나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아갔다고 한다. 그는 제주에서 해녀 부부에게 물질을 배웠다면서 인생을 마주하는 방법에 대한 노장 해녀의 말을 전하는데, '이건 진짜다' 싶었다.
"네 숨만큼 허라이"
무리해서 물질하여 몸을 망가뜨리고,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을 경계하라는 노장 해녀의 말은 인생 명언이었다. 모든 것에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다행히 그 과정에서 중심을 잡고 나아가는 사람, 마음의 균형을 맞추면서 걷는 사람은 더딘 걸음이라도 지치지 않고 조금 덜 잃으면서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성공, 어떤 욕심이라는 것이 과하게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하면 한쪽 면만 부각되면서 인생의 다른 면은 소홀하게 느껴진다. 이런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데 김창옥 교수에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왔던 모양이다. 그는 자신이 그런 상황에 놓였다는 것을 인정했고, 항로를 수정했다. 제주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그동안 참고만 있던 숨을 내쉬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김창옥 교수의 강연은 강요하는 것이 없어서 좋다. 억지로 설득하지 않으려는 점이 매력이다. 새로운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감정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지점'에서 멈추는 것이 맘에 든다. 강요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그는 너무 잘 알고 있다. 나 또한 그와 비슷한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글쓰기 수업이든, 모임이든, 특강에서의 내가 해야 하는 임무도 딱 거기까지라고 생각한다. 색다르게, 깊게,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는 것에 말로 먹고사는 사람, 글로 먹고사는 사람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은 카멜레온처럼 수시로 모습을 바꾼다.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 평화로운 마음을 가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슬쩍 지나간 말이나 행동에 속앓이를 하고 마음이 내려앉게 된다. 완벽하게 좋은 것은 없다. 그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멈춘 것 같지만, 아무 일 없는 것 같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거기에 인생의 비밀이 숨어있다. 죽은 것은 모습을 바꾸지 않는다. 멈춘 것에는 호흡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무언가를 하려고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생겨나는 것이다. 결국은 그런 과정적 어려움 앞에서 어떤 선택의 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항로를 유지할 것인가? 조금 수정할 것인가? 그것에 대한 연구자의 태도를 갖춰야 한다. 김창옥 교수가 제주에서 자신과 화해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항로를 수정한 것처럼,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단 하나인지도 모른다.
"항로를 유지할 것인가? 조금 수정할 것인가?"
by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