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분주함이 일상이라는 사실을 끝내 인정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눈빛이 아른거려
숟가락을 놓기가 무섭게 자동차의 시동을 켜면서도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지금껏 이렇게 살아왔다고 합니다.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을 밀어 넣을 뿐,
몸이 부치는 듯한 느낌을 외면했다고 합니다.
실천적 사랑이라기보다는 운명으로 이해했다고 합니다.
그 세월이 자그마치 오십 년.
강산이 다섯 번이나 변할 동안
한 번도 변하지 않고 살아낸 것이 자랑스럽다는 말에
왜 그리 물기가 가득한지,
그녀의 리듬에 몸을 맡겼다가 대홍수가 날 분위기였습니다.
미끄러지는 김에 조금 더 미끄러져
그녀의 마음에게 노크를 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조금 내려놓으면 어떨까요?"
화들짝 놀란 그녀가 고개도 들지 않고 얘기합니다.
"그러면 큰일 나요. 큰일..."
최소한의 헌신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을
끝내 건네지 못했습니다.
혼자만의 불평은 신도 용서할 거라는 말도
속으로 삼켜야 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손을 놓아버리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어요?"
"제가 아니면 안 되는걸, 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믿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는 단호해 보였습니다.
자기만의 생을 누구보다 열렬히 사랑하는 그녀에게
혼란스러운 마음이 마땅한 표현을 찾지 못해 헤매었습니다.
단순히 한 사람이 경험한 학습의 결과라고 하기에
너무 많은 책임감에 둘러싸인 느낌이었습니다.
그녀가 조금만 더 편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녀의 오십일 년의 첫 번째 날부터는
책임감이 한 걸음만 비켜섰으면 좋겠습니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