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by 윤슬작가


"공부 잘하고 있어?"

"대학이랑 과는 정했고?"

"졸업하면 취직은 어떻게?"

"월급은 어느 정도인데?"

"만나는 사람은 있어?"

"결혼은 언제 할 계획인데?"

"아이 계획은 어떻게 하고 있어?"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집은 마련했어?"

"아이는 한글 뗐지?"

"영어학원은 일찍 갈수록 좋다면서?"

...

"공부 잘하고 있어?"


그야말로 네버엔딩스토리이다. 관심을 사랑으로 받아들였다. 공동체적인 문화 속에서 기대감을 드러내는 것과 기대를 갖는 것의 차이를 경험하지 못한 채 마치 누군가의 극본에 맞춰 순서대로 하나씩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느낌이다.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처럼 단계마다 문제를 받아들고 풀어내느냐, 풀어내지 못하느냐로 인해 생존이 결정되는 것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마땅한 답이 필요해 보인다. 다행히 준비된 답이 있으면 괜찮지만, 그렇지 못한 날에는 어김없이 불안과 무력감이 찾아온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고, 결혼을 해서도 문제는 끝나지 않고 있다. 마치 '더 큰 문제'를 풀어내어야 잘 살아갈 수 있는 함정에 빠진 기분이라고나 할까. 다행스럽게도 상황을 경멸하거나 분노를 발산하는 횟수가 줄어든 것은 물론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나에게 던지고 있으니, 이러한 변화가 감사할 뿐이다.


예전에는 그런 느낌이 강했다. 손끝 발끝에 보이지 않는 실이 매여 있어 이렇게, 저렇게 움직이는 대로 따라 움직여야 하는 인형 같은 느낌이었다. 주인이 없어 보였다. 주인이 따로 있다는 것도 이상한 표현이지만, 하여간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 의심이 생겨난 순간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 해야 한다"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작은 목소리로 어떤 명제가 날아오면 먼저 "왜?"라고 질문을 던졌다. 마땅히 감당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근거를 알 수 없는 관습적인 패턴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인생이 네버엔딩 스토리라는 것은 알겠는데, 도대체 주인공이 누구인지, 누구를 위한 스토리텔링인지, 내가 대답을 들려줘야 하는 대상이 누구인지도 명확하게 파악하고 싶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동굴을 만들어 그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낯선 환경은 불안과 두려움을 가져왔고, 수시로 의문이 들었다. 과연 이게 맞을까. 정말 이런 방식으로 내가 궁금해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을까. 하지만 시간의 힘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할 수 있는 게 '버티기'밖에 없기에 버텼고, 버팀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불안이나 두려움이 꼬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다시 생각해 봐도 신기한 경험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나는 내 안으로 들어갔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다시 밖으로 나왔다.


다시 마주한 세상에서 나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고, 그때 선택한 방법이 '거리 두기'였다. "~ 해야 한다"라는 것들이 날아올 때마다 떨어져 나와 혼자 있는 시간을 가졌다. 소속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안정감은 잃었지만, 독립적인 느낌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불분명하던 것들이 명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의존보다는 의지를, 가능성보다는 끈기 쪽으로 몸이 기울기를 기다렸고, "해야 한다"보다는 "하고 싶다"라는 일에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러니까 '나'라는 사람이 바뀌었다기보다 '본래의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얼마 전부터는 새로운 몸짓이 발견되고 있어 유심히 지켜보는 중이다. '진지하되 재미있게 살아보자'라는 말이 형체를 바꿔 불쑥 불쑥 튀어나오고 있다.


쓸모의 문제도, 존재의 접근도 아니다. 자율적으로 떠오른 단어의 조합일 뿐이며, 어떤 정확한 목적이나 방향성을 확보한 것도 아니다. 새롭게 나를 찾아온 것에 대해 어떠한 거부감도 가지지 않는 모순적인 상황이 오히려 자유롭기까지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누군가가 던져준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질문에 대해 답을 하는 방식으로 살아보고 있다. 불가피한 충돌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애초부터 피할 수 없는 충돌이라면 차라리 정면에서 마주치는 게 낫지 않을까. 그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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