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글방 25기, 글감 :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새벽에 잠이 깬 하나는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천장의 모서리마다 서려있는 자신의 우울이 보였다. 혼자 사는 이 작은 방 안에는 너무 많은 고통이 있었다.
머리맡의 휴대폰을 들어 올려 어젯밤에 확인하지 않았던 문자를 확인해 보았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친형제가 보냈을 것이다.
- 시발년아 너 찢어 죽이는 거는 일도 아니야.
그가 보낸 문자를 대충 눈으로 훑고는 익숙하게 번호를 차단하고 메시지를 모두 캡처했다.
“병신.”
그리고는 눈을 뜬 채로 해가 뜰 때까지 잠들지 못하고 멍하니 굳어있었다.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지만 자신 안의 어떤 것이 계속 부서져 내리고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리고 해가 뜰 때쯤 하나는 다시 잠에 들었다.
눈을 뜨자 본가의 작은 방에 오도카니 서 있었고 거실 쪽에 앉아있는 친형제가 보였다. 하나는 이제 그와 이 집에 함께 있으면 꿈이란 걸 알았다. 그는 등을 돌린 채 헤드폰을 끼고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하나는 망설이지 않고 부엌으로 갔다. 서랍을 뒤져봤지만 식칼이나 과도는 없었다. 주변은 너무 깨끗하고 하얗고 이질적이었다. 조금 답답해지기 시작할 때 갑자기 손에 가위가 만져졌다. 하나는 손에 올려진 가위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가위 날을 넓게 펼친 후 한쪽 날과 한쪽 손잡이를 잡고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등 뒤에 서서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 가위 날을 목에 쑤셔 넣었다. 그러자 그가 몸을 버둥거렸고 손을 들어 하나의 손목을 세게 움켜쥐었다. 하나가 손에 더욱 힘을 주자 목에서 피가 솟구치면서 하나 얼굴에 온통 피가 튀었다. 그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하나의 얼굴에 희미하게 웃음이 피었다. 목 안으로 가위 날이 파고들면 들수록 가위를 쥔 하나의 손에서도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그러다 머리카락을 쥐고 있던 손으로 목을 뒤로 꺾어 그의 얼굴을 위에서 쳐다보았다. 얼굴을 보자 하나는 웃음기가 가시고 역겨움이 솟구쳤다. 깊게 넣었던 가위를 빼 다시 높이 치켜든 후에 이번엔 얼굴에 찔러 넣었다. 근육에 걸리는 듯한 느낌도, 그러면서도 가위 날이 점점 들어가는 느낌도 역겨웠다. 피가 진득하게 손에 가득 묻었고 얼굴에도 피가 잔뜩 튀고 흘러내려 하나는 한 쪽 눈을 감았다. 그러고도 몇 차례 얼굴을 찌른 후 머리카락을 움켜쥔 손으로 그를 이리저리 흔들어 보았다. 날카롭고 살기만 가득하던 그위 동공이 힘없이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하나는 시큰둥하게 얼굴에 박았던 가위를 빼내고 그의 손을 포개어 책상 위에 올린 뒤에 있는 힘껏 가위를 손등에 찔러 넣기 시작했다. 가위가 잘 들어가지 않아 몇 번을 내려 찍은 후에야 겨우 손등 위에 가위를 고정할 수 있었다. 목에서는 여전히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하얗고 깨끗하던 집이 더러운 핏빛으로 흥건해진 상태였다. 하나는 피가 흥건한 바닥에 철퍼덕 들어 누웠고 온몸이 피로 물드는 것에도 개의치 않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저 몸뚱이에서 피가 다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릴 참이었다. 하나는 살짝 고개를 들어올려 의자에 늘어진 모습을 쳐다보았다.
‘저걸 거꾸로 매달아야 피가 다 빠지나?’
하나는 귀찮고 성가시다 생각하며 고개를 다시 바닥에 떨어뜨리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늘 보던 천장과 같은, 모서리마다 우울이 서려있는 천장.
그날따라 이상하게 꿈에서 오래도록 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