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내 마음을 읽는 것처럼 바라보거든.
유난히 하루가 힘들다고 느껴지는 날이면
현관 비번 누르는 소리가 느려진다.
삑... 삑. 삑... 삑.
습관적으로 누르는 비번이지만
몸과 마음이 접촉되는 시간이
길어지는 느낌이 든다.
번호 하나 누르고
애써 한번 더 생각하면
그다음 숫자가 눌러진다.
티리릭~
중문 너머로 도도와 먼지가 달려
나오는 것이 보인다.
얌전히 앉아서 중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다가
문이 열리면 내 얼굴을 살핀다.
가방을 내려놓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만지는 건 허락하지 않는다는 듯
머리를 빼는 도도.
더 쓰다듬으라고 얼굴을 돌려가며
온몸을 문지르는 먼지.
먼지를 쓰다듬으며 시선은 자연스럽게
도도에게 간다.
먼지가 서운할까 싶지만
그래도 도도의 기분을 살피게 된다.
도도는... 어려운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뭔가 조심스럽고 신경을 쓰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멀리서 바라보다가
이름을 부르며 손짓을 하면
쪼르륵 달려온다.
어렸을 때는 기다란 다리로
사뿐사뿐 걷는 모습이 공주처럼
기품이 있어 보였는데
지금은 나처럼 살도 찌고
걸음도 뒤뚱거린다.
참 신기하지?
외로움을 타지만 친밀한 관계가 아니면
곁을 잘 내주지 않는 것도
나와 많이 비슷하다.
살이 찌는 시점도 비슷하고
혼자 있고 싶을 때
눈 빛 하나로 주변 정리를 싹 하는 것도
비슷하다.
한 여름밤, 불 빛도 없는 창밖을 향해
열심히 컴퓨터와 씨름을 하는 나를 등지고
하염없이 밤하늘을 바라본다.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흐뭇한 마음,
도도만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더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바라보게 된다.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면
마음이 쓸쓸해지곤 했는데..
도도의 뒷모습을 보면
꼭 내 마음을 들킨 것 같다.
참 이상하게도...
도도의 그런 모습이..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