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변명 일기
지난 주말을 게을렀다. 글 쓰는 데 있어서 말이다. 일상은 바빴다. 다양한 업무도 있었지만 이동이 잦았다. 순천, 광양, 고흥을 수차례 오갔다. 낯선 사람들도 여럿 만났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 사람의 삶을 읽었다. 잠깐 짬이 나면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펼쳤다. 스피노자가 '사랑'에 대해 정의한 부분이 좋았다. 혼자서 키득거렸다. 그리고 지난달부터 기획했던 북콘서트를 실시했다. 기획과 전체 진행 겸 MC는 내 몫이었다. 같은 행사를 세 번 반복해서 운영했다. 마지막에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마음처럼 쓸 시간은 없었지만 머릿속엔 온통 글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본 장면과 사람, 여러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 기운 덕분에 온몸이 간지러웠다.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었다. 쓸 수 있을 때 책상머리에 앉아 쓸 수 있는 시간이 감사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지난번 작성한 글에 누군가 댓글을 달았다. 읽고 펑펑 울었다고. 그 댓글 덕분에 나도 눈물이 났다. 부끄럽기도 했다. 무엇이라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번 주도 마찬가지로 바쁘겠지만, 언제는 안 그랬던가. 나를 위해서, 내 글을 읽는 누군가를 위해서 쓰자.
북콘서트에 참석했던 패널 분께서 '멀미'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셨던 것이 기억난다. 사람은 멀미를 왜 하는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좀 다른 이유를 들었다. 어디로 갈지 모르기 때문에, 멀미를 하는 것. 목표가 분명하지 않고 방향성이 모호하기 때문에 사람은 종종 메스껍고 어지러워진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 주체자로서 자신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멀미로 괴로워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나도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함께 고민해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