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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Oct 18. 2019

5,000원과 태극기

 그가 다가왔다


2019년 10월 17일 목요일. 나는 업무차 이동 중이었다. 목적지는 나주 혁신도시. 한참 가던 중, 잠깐 대기 신호를 받아 차량을 멈췄다. 곧 누군가가 내 곁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얼핏 봤을 때는 다부진 체격과 외모에서 풍기는 포스가 UFC 선수처럼 느껴졌다. 아무 말 없이 서있길래 창문을 내렸다. 


"무슨 일 있으세요?"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잠깐 머뭇거리더니 쪽지 하나를 건넨다. 내용을 살펴보니 그는 홀로 한국을 여행 중인 청각장애인이었다. 여행경비가 부족했는지, 태극기를 5,000원에 팔고 있었다. 



당신의 문화에 대해 알려주세요, 이 부분이 시선에 계속 머물렀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충분히 알려줄 시간도 없을뿐더러(곧 신호가 바뀔 테니까)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답답했다.  별다른 말 없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는 갑자기 본인 여권을 꺼내 보여줬다. 예상대로 러시아 사람이었다. 다시 서로 눈을 마주쳤다. 결국 오천 원을 건네주고 태극기를 받았다. 주변 다른 차량에서 나를 한심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모르겠다. 예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 거절하는 게 참 어렵다. 신호가 바뀌기 직전 그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우린 또 눈빛으로 각자를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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