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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Feb 09. 2021

마음의 경영이 이 생의 목표다

 빠르고 간단한 것들은 느리고 꼼꼼한 것만 못하다.

마음의 경영이 이 생의 목표이므로
생활의 경영은 다음 생으로 미뤄놓고 있다.
_김소연 시인


마음이 무료할 때면 시인의 산문을 읽는다.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기분 좋은 리듬을 탄다. 무릎을   정도로 가슴을 건드는 문장은 따라 써본다. 가끔 소리  읽어보기도 한다.  과정을 반복한다. 일정 시간이 흐르면 허했던 마음이 정돈되는 기분마저 든다.


여러 시인을 동경하지만 개인적인 으뜸은 김소연 님이다. <마음사전> 아껴가며 읽는   하나다. 사람의 마음을, 이런 시선과 의미로 표현할  있을까. 섬세하게 포착하여  종이 담아냈다.


모든 내용이 주옥같지만 그중에서도 '행복과 기쁨'에 대한 글을 좋아한다. 무턱 되고 서두르고 간단한 것만 찾아다니던 나의 이십 대에 큰 여운으로 남아 있다. 시간이 제법 흘렀지만 지금 다시 읽어도 그때 감동은 여전하게 닿아 있다.

 

행복은 스며들지만, 기쁨은 달려든다. 행복은 자잘한 알갱이들로 차곡차곡 채워진 상태이지만, 기쁨은 커다란 알맹이들로 후두둑 채워진 상태다.

기쁨은 전염성이 강하지만, 행복은 전염되지 않는다. 남의 기쁨에는 쉽게 동조되지만, 남의 행복에는 그렇지가 않다.

약간의 질투와 약간의 모호성. 그것이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남에게서 전염된 기쁨은 그러나 오래가지도 않고 자기 것이 되지도 않는다. 금세 잊는다. 그렇지만, 남에게서 전염된 행복은 오래가기도 하거니와 자기 것이 된다. 그만큼 느리고 꼼꼼하게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 얻은 기쁨과 행복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그렇지만, 빠르고 간단한 것들은 느리고 꼼꼼한 것만 못하다.

_[마음 사전 /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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