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미덕으로 삼는 남자 [2]

그리고 428일 61주차 아들의 여자친구

by 춘프카


1. 평소보다 이르게 바버샵을 들렸다. 보통 한 달이 살짝 넘어가는 지점에 방문하곤 했다. 지난번 글(침묵을 미덕으로 삼는 남자)을 통해 이곳 사장님의 말투와 모습을 기록한 적이 있는데, 빠진 부분이 있었다. 일단 우리는 '인친(인스타그램 친구)'다. 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여 커트 예약을 DM으로 한다. 전화로도 할 수 있지만, 어느샌가 이렇게 메시지로 예약을 잡는 게 익숙해졌고, 서로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기에 계속 그러고 있다.


그렇게 가게문을 들어서자 그는 2년째 단골인 나를 마치 처음 보는 듯한 몹시 어색한 미소로 "오늘 커트는 어떻게 해드릴까요?"라고 묻는다. 나는 조용히 지난달에 촬영한 사진을 내밀며 이대로, 아니 조금 더 짧게 쳐달라고 요구했다. 그때였다. 그는 심심한 표정을 걷어내고 궁금한 듯 물었다. "평소보다 짧게라, 단정한 자리 가시나 봐요." 새로운 질문에 반가운 나머지 조금은 고조된 목소리로 나는 말했다. "다른 건 아니고, 일이 좀 생겨서 프로필 사진을 찍게 되었는데 이쁘게 나오려고요."


오늘따라 왠지 사장님을 더 자세히 관찰하고 싶어 졌다. 그러다 발견한 부분이 하나 있는데, 오른쪽 팔뚝 안쪽에 새겨진 문신이 '시간'이란 단어가 새겨져 있음을 알게 됐다. 어떤 의미일까. 궁금한 마음에 물어보고 싶었지만 아직 그 정도로 우리는 각별한 사이가 아님을 인정해야만 했다. 대신 혼자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이내 모든 작업을 끝마쳤고, 정확히 76분이 소요됐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걷어내고 그는 호흡을 가다듬고 말했다. “고객님의 두상과 모질, 모발을 고려하여 페이드를 넣고, 자연스럽게 커트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체크카드를 건넸다.


2. 아들이 벌써 여자 친구가 생긴 듯하다. 매일 여러 장의 사진과 그날의 에피소드를 전해주시는 선생님 덕에 그날 하루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은데, 언제부턴가 아들 옆에는 낯선 소녀가 서있었다. 정확히는 아들이 딱 달라붙어있다고 봐야 된다. 이성에게 벌써 마음을 주다니. 옹알이도 걸음마도 사랑도 빠른 녀석. 역시 피는 못 속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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